불확실성의 파도 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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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와 석유화학, 에너지 업계 중심의 동향을 짚습니다. 투자 트렌드와 함께 정보 탐색에 도움이 될 만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시합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에너지 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탄소중립’입니다. 코로나19는 물론 다양한 자연재해의 근본 원인이 환경 오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산업 한 축을 지지하는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의 무게감도 날로 더해갑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 ‘울고 웃고’
세계 곳곳에서 각종 재해가 잇따랐습니다. 연초 벌어진 미국 텍사스(Texas) 한파 사고가 대표적입니다.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Austin)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한파 영향으로 문을 닫았다는 뉴스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습니다.
당시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텍사스 전역에 대정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450만 가구 이상이 불편을 겪고 사망자도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후폭풍도 상당했습니다. 초반에는 현지 전력망 운영사 임원들이 사퇴하거나 중소 전력 공급업체들이 앞다퉈 파산보호신청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천연가스 공급업체, 파이프라인 회사 등이 수십억 달러 단위의 이익을 챙겼다는 소식이 전해져 다시금 논란이 됐습니다. 열 수요가 폭증하면서 도매 전력 비용이 평소 대비 400배 이상 상승한 것입니다. 비톨(Vitol), 킨더모건(Kinder Morgan) 등의 글로벌 기업이 때아닌 수혜를 입었습니다.
YTN의
텍사스 지역에 한파가 찾아온 현상 자체에 주목한 전문적인 분석도 있었습니다. 대형 에너지사들이 공장을 억지로 가동해 대규모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사실이 재조명 받습니다.
5월 미국에서 벌어진 온라인 해킹 사건도 에너지 업계를 뒤흔든 뉴스입니다. 미국 텍사스에서 뉴저지까지 8천850㎞를 연결하는 ‘콜로니얼 송유관’이 해킹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5월 7일 송유관이 셧다운 되자 불안한 운전자들이 주유소로 몰려들어 위험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Suez Canal) 사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는 곧 국제유가 오름세로 이어집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보면 5월 중순 기준 6월 가격이 배럴당 65달러 수준입니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초에는 배럴당 20달러 안팎이었습니다.
탄소중립 동참하는 에너지 기업
주요국 에너지 관련 정책만 살펴봐도 최근 시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난 1월 미국 에너지부는 탈탄소와 수소 위주의 인프라 재조성을 위해 1억6천만 달러(약 1천800억 원)의 연방 기금을 마련한다고 발표합니다.
같은 달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퀘백 운송회사의 연료비를 낮추고 대형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9만7천 달러(약 1억 원)을 투자합니다.
일본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의 ‘녹색성장전략’을 발표합니다. 중국은 국무원에서 발간한 ‘새로운 시대의 중국 에너지 개발’ 백서를 통해 전기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유럽풍력협회(WindEurope)는 지난해 해상풍력 부문에서 260억 유로(약 35조 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정부가 제시한 상태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특히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ccidental Petroleum, 이하 옥시덴탈)이 지난해 말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204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합니다. 석유 메이저는 물론 미국 주요 에너지 기업을 통틀어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경우는 옥시덴탈이 처음입니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British Petroleum)도 지난해 초 탄소중립 실천을 밝혔습니다. 정보기술(IT) 또는 소비재 기업들이 공식화했던 탄소중립을 몸집 큰 석유회사가 추진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의로 주목받았습니다.
더 발 빠른 사례도 있습니다. 영국 에너지 회사 드락스(Drax)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고 세계 최초로 밝혔습니다. 식물·동물 등 생명체에서 에너지원을 찾아내거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합니다.
친환경 행보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엑손모빌(Exxon Mobil)도 최근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기업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배출가스를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 지난 3월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가 탄소포집 신사업부를 창설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탄소포집(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은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 혹은 해양 중에 저장하거나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유연함과 트렌드 수용 강조
에너지 업계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이토록 명확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투자자 고민은 깊어갑니다. 탄소중립 실현은 추가 비용을 의미합니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과 배당수익률 등을 내세웠던 기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는 무거운 이슈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큰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각 기업의 유연성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합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시기가 더 빨라지거나 훨씬 늦어지더라도, 이에 잘 적응하는 기업을 선택해야 합니다. TV·카메라 등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던 일본 기업들이 변화 기류에 올라타지 못해 몰락한 사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탈석유’ 같은 트렌드 수용과 전략 마련도 중요한 판단 지표입니다. 수백 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에너지 기업도 사업 다각화에 실패하면 몰락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40년 만에 첫 연간 적자를 낸 엑손모빌은 마찬가지로 적자에 허덕이던 셰브론(Chevron)과 합병을 논의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석유와 가스 메이저 기업들은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화석연료로부터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며 날카로운 현실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속적 관찰로 ‘찐’ 투자처 발굴
전혀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에너지 기업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경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압니다. 여기서 사고를 조금 넓힙니다.
태양광·풍력 등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든다면 이를 저장할 공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즉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한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텍사스 한파 사태 이후 예비 차원에서 ESS를 찾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갑론을박이 치열하지만 원자력발전소(원전)도 떠오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아직까지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원전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러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코로나 팬데믹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놨습니다. 모든 활동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업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그 변화는 지금 매우 빠른 속도를 보입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이슈와 변화 양상에 집중해 흐름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기대하는 만큼 글로벌 에너지 업계가 불현듯 만난 불확실성의 거센 파도를 슬기롭게 헤쳐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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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여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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