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이 온다? 특이점은 왔다!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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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도와주는 탁월한 보조자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 회사 openAI가 제공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ChatGPT다. 이토록 빠르게 사용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인공지능 기술은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ChatGPT를 통해 특이점이 왔다”고 말할 정도다. 여기서 ‘특이점(singularity)’이란 미래학자이자 공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순간을 의미한다.
자연어 질문을 이해하고 사람이 말하듯 답을 생성해 내는 ChatGPT는 인간을 돕는 보조자로서 탁월한 역량을 선보인다. 그 동안 많은 인공지능 서비스가 보조자의 역할을 했으나 ChatGPT는 그간 선보인 보조자들의 지능 수준을 넘어서는 나름의 특이점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아이언 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그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의 관계는 인간과 ChatGPT가 협업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자비스는 토니 스타크의 일상 관리는 물론 아이언 맨 슈트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많은 일을 해낸다.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 또한 자료 조사, 분석, 요약, 내용 검증 등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 동안 인간은 기획, 아이디어 구상 및 제안 등 창의력이 요구되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으니, 혼자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일도 빠르게 마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비스만 있다고 누구나 아이언 맨 슈트를 만들 수 없듯, 인공지능이 합당한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 기업,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더욱 발전된 인공지능 기술 창출을 위해서는 각 분야 사용자의 능동적 활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ChatGPT가 보여주는 비즈니스 활용성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과 더불어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은 더욱 밀접하게, 보다 편리하게 진화 중이다.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최신 GPT 모델인 GPT-4 기반의 사무보조용 인공지능 서비스 Microsoft 365 코파일럿(copilot)을 출시했다. 사용자가 코파일럿에 원하는 작업이나 자연어 형태의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문서 초안, 요약본,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을 생성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필요한 작업을 수행한 다음, 그 결과물을 가져와 문서나 자료와 같은 최종 작업물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원하는 작업 요구사항이나 키워드를 프로그램에 바로 입력하기만 하면 최종 작업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ChatGPT, 코파일럿과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일컬어 생성형 AI(generative AI)라고 한다. 생성형 AI는 학습된 데이터에 기반해 문장, 음악, 그림, 영상 등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ChatGPT가 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까닭도 생성형 AI가 보여주는 노동의 대체 가능성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AI를 이용한 하이퍼오토메이션(hyperautomation, 자동화)을 통해 문서 요약, 관계 정보 추출 분석 등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 가공 과정을 인공지능이 자동적으로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기업의 하이퍼오토메이션은 구성원의 의사결정 효율성 향상, 생산성 향상 및 비용 절감, 업무 환경 개선 등의 장점이 있으며 이를 통해 소모적 작업 감축, 업무 탄력성 향상과 같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의 인공지능 기술은 품질이 받쳐주지 못했으나 ChatGPT는 하이퍼오토메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역량을 갖추었다. 또한 앞으로 더욱 고도화된 기술이 개발된다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업무를 인공지능에 맡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및 투명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의 ESG 경영 실천에도 인공지능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이퍼오토메이션을 통한 AI 기반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기업은 ESG 경영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AI를 사용하여 자사 공급망을 분석하고 환경친화적 개선방안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거나, 협업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분석하여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기업 관련 뉴스나 소셜미디어 게시물, 댓글 등을 상시 수집∙분석하여 잠재적 위험 요소를 탐색할 수 있다. 사람은 24시간, 365일 동안 모든 현장에 존재할 수 없기에, 모니터링 및 데이터 분석∙보고에 있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AI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이 자리잡는다면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ESG 관리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인간에게 달려 있다
ChatGPT의 명확한 장점만큼 해결해야 할 단점 또한 존재한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의 오류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ChatGPT는 유도 질문을 하면 마약, 무기, 범죄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필터링 없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ChatGPT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지난 3월 말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ChatGPT 접속을 임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3월 중순 타인의 대화 제목을 볼 수 있는 ChatGPT의 오류가 발견되었고, 개인 이메일 주소, 신용카드 정보 등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ChatGPT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같은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ChatGPT 서비스를 제공하는 openAI사(社)는 자체적인 개인정보보호 정책 운용 및 관련 오류 신고자에게 상금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안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ChatGPT를 사용하기 위한 자연어 입력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사용자, 사용 기관, 사용 국가 및 사용 비즈니스 영역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적용함으로써 사용자와 관계없는 개인정보로의 접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ChatGPT는 놀라운 혁신의 가능성과 함께 많은 우려 또한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과 이에 따른 보안 문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실화에 기반한 영화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 도로시 본은 1960년대 나사(NASA) 전산원으로 근무하며 IBM 컴퓨터가 전산원 업무를 대신하게 될 것을 예측한다. 그녀는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고 동료들에게 이를 교육한다. 변화 앞에서 물러서는 대신 앞장서 기술을 배우고 바뀐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70년 전의 IBM 컴퓨터와 오늘날의 ChatGPT는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잘 사용하는 사람은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처럼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ChatGPT는 시장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수요와 고객을 창출하며 시장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다만 이 변화의 주어는 인공지능이 아니다. AI가 바꿔가는 세상에서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게임 체인저(game-changer)다. ChatGPT가 무엇이든 대답해 주는 서비스일지라도, 우리의 손에 쥐어진 변화의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는 우리 자신만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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