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별, 호주 울룰루
지난 이야기오지게 오지여행
오지게 오지여행
소외된 지역 여정을 통해 글로벌 지역 환경의 보존 가치를 일깨웁니다.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그리며 새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호주 오지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살지 않는 광활한 대지를 만난다는 점입니다. 여행 내내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어렵지 않게 조우합니다. 그 지평선은 몇 시간을 달려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세계관이 재정렬되는 꽤나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의 성화 점화자는 애보리진(Aboriginesㆍ원주민) 출신인 캐시 프리먼(Cathy Freeman)이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은 개막식 초반부터 제임스 쿡(James Cook)에 의해 발견된 신대륙이 아닌 애보리진이 살던 과거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때부터 호주에 대한 관심이 커집니다. 호주 원주민의 존재가 궁금하니까요. 17세기 초까지 신석기 수준의 문명만 유지했다는 그들이 말입니다.
지구의 배꼽을 찾는 고난
목적지는 울룰루(Uluru)입니다. 소위 ‘지구의 배꼽’, ‘세계의 중심’이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산이자 애보리진들의 성지입니다. 하늘길도 있지만 대륙을 횡단하기로 했습니다. 가도 가도 지평선이라는 호주 아웃백(Outback)을 보는 것이 흔한 경험은 아니니까요.
아웃백은 그 자체로 호주 오지를 뜻합니다. 건조한 내륙부에 사막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넓은 지대를 전부 아우릅니다. 수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비함 때문에 연중 방문객들이 차고 넘칩니다.
지도로 볼 때는 쉽게 생각했는데 호주는 정말 큰 땅입니다. 생각보다 철도 노선도 복잡하더군요. 특히 울룰루 근처까지 가는 라인은 더 간(The Ghan)이라는 고급 철도 노선이었습니다. 주머니 사정상 철도 탑승을 최소화하고 여러 교통편을 결합하는 궁색한 스케줄에 몸을 맡겼습니다.
호주를 동서로 연결하는 인디언 퍼시픽(Indian Pacific) 라인의 기차를 타고 남호주 퍼스(Perth)에서 애들레이드(Adelaide)까지 이동합니다. 이후 다시 애들레이드에서 버스를 타고 중부 내륙의 중심지인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까지 가는 고난의 행군입니다.
당시만 해도 애들레이드에서 울룰루까지 가려면 앨리스 스프링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시 버스로 5시간을 더 가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두 구간에 비행편이 연결돼 기내에서도 울룰루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호주는 대놓고 비행기보다 기차 요금이 비쌉니다. 정차역이 몇 개 안된다는 점도 호주 열차의 특징인데요. 무려 45시간 동안 2천700㎞를 달리는 퍼스-애들레이드 구간도 정차역은 4곳에 불과합니다.
기차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을 보니 붉은 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도심을 지나 사막과 외곽으로 진입했단 뜻입니다. 저 멀리 아지랑이 같은 신기루도 보였습니다. 고대의 나그네라면 충분히 시선을 빼앗길 훌륭한 그림이었습니다.
풍경에 취해 의기양양했지만 애들레이드에 도착하니 절반은 포기 상태였습니다. 더는 안 될 정도로 엉덩이가 아팠습니다. 다시 16시간을 버스로 이동할 용기가 사라지더군요. 결국 비행기를 탔습니다. 부끄럽지만 완벽한 패배였습니다.
큰 나라를 제법 다녀봤지만 호주는 정말 다릅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선이 바다로 향합니다. 호주는 아무리 아래를 내려다봐도 땅입니다. 온통 검붉은 색인지라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전하는 기분입니다.
이러한 대륙을 며칠 사이 둘러본다는 것은 주마간산(走馬看山)의 다른 말일 뿐입니다. 실제로 한 나라에서 여러 개의 시간대를 가지고,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시간을 재설정해야 하는 경험이 정말 신비합니다.
찬란히 빛나는 바위산
퍼스에서 출발한 지 꼭 5일째가 돼서야 울룰루 근처의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운 좋게도 해질녘이었습니다. 선셋 포인트에는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서 장엄한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하늘이 찬란히 불타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푸르스름한 빛을 퍼트렸습니다. 컴컴한 하늘 위로 하나 둘 별이 치솟기 시작하더군요. 인공 조명이 흔한 풍요의 시대입니다. 반면 하늘의 조명은 더 특별하고 희귀한 빈곤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원주민 직원들이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묘하더군요. 애당초 애보리진과 그들의 유산을 쫓아 시작한 여행입니다. 장시간에 걸친 이동 끝에 가까스로 마주한 애보리진은 캐시 프리먼 같은 예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고단한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는 주민이었습니다.
시드니 출신의 한 여행자는 말했습니다. 그래도 여기에서 일하는 원주민들은 무척 성실한 편이라고 말입니다. 이들의 교육과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만약 이들의 마지막 보루인 자연마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환경보호는 꼭 눈에 보이는 숲과 나무, 바다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보존할 것을 보존하는 정신도 포함합니다. 자연과 어울리며 삶을 꾸리는 소수 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호주는 잦은 자연재해와 함께 전 세계에서 포유류의 멸종률이 가장 높은 국가입니다. 지난 500년간 전 세계 멸종 포유류의 3분의 1이 호주에서 발생했습니다. 대부분 건조 지대입니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대자연과 오지는 서서히 생명력을 잃어갑니다.
어느새 땅의 원 주인인 원주민들은 거의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호주 여행 중 거리에서 스치듯 만난 원주민은 극소수일 뿐입니다. 울룰루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입니다. 그러나 곧 다가올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없이 쓸쓸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INFO. 호주 (Australia)
남태평양 부근에 위치하며 정식 명칭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Commonwealth of Australia)이다. 1770년 영국 출신의 탐험가 제임스 쿡이 최초로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사람이 거주한 역사는 약 6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활한 면적과 열대우림, 숲, 초원, 습지, 바다, 호수, 사막 등 다양한 자연을 갖추고 있다. 광물과 자원도 풍부하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한다.
– 면적 : 7억7천412만㎢
– 기후 : 사계절이 뚜렷한 열대ㆍ건조ㆍ온대 기후
– 언어 : 영어
– 수도 : 캔버라 (Canberra)
– 인구 : 약 2천578만 명
– 교통 : 서울발 호주 시드니ㆍ브리즈번 직항 노선 이용, 이후 국내선으로 연결 가능 (현재 코로나 팬데믹에 따라 탄력 운행)
– 전압 : 240Vㆍ50Hz
– 화폐 : 호주달러 (AUD, 10호주달러 = 약 8천62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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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외교부 (www.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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