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속 신비한 정경, 카트만두
지난 이야기오지게 오지여행
오지게 오지여행
소외된 지역 여정을 통해 글로벌 지역 환경의 보존 가치를 일깨웁니다.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그리며 새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마블코믹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2016)>에는 ‘카마르 타지’라는 신비로운 장소가 등장합니다. 영화 설정상 히말라야 오지쯤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네팔(Nepal)의 수도 카트만두(Kathmandu)를 모티프로 합니다.
한국에서도 직항 노선이 연결된 대도시이건만 누군가에게 네팔은 여전히 신비로운 오지라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듭니다. 심지어 지금은 도시의 희뿌연 대기오염 탓에 카트만두 분지에서 히말라야가 보일 일도 없습니다. 일 년에 며칠쯤 고작 장마가 끝난 직후에나 도시 배후로 눈부신 설산이 드러날 뿐입니다.
네팔 총인구는 약 2,967만 명으로 도시 인구는 21%에 불과합니다. 아직까지 도시화가 미진한 상태로 카트만두 거주 인구는 320만 명입니다. 공식 자료에서는 거주 인구가 250만 명이라고 나오지만, 이는 시민으로써 등록을 마친 인구로 한정됩니다. 수문장처럼 배후를 지키는 설산의 존재가 도시의 객관적 현실화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네팔은 남서부 평원지대를 제외하고는 온통 히말라야인 독특한 나라입니다. 인구 다수가 산악지역에 흩어져 거주합니다. 네팔에서 ‘산악지대’라는 말은 일단 차도가 없는 지역을 가리킵니다. 거리나 시간에 대한 차이도 큽니다. 네팔 사람들에게 ‘좀 멀다’는 표현은 버스로 열댓 시간 간 다음에 차도가 끊어지면 거기서부터 하루 이상 걸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지 속 찻집의 놀라운 치유 기능
네팔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것은 차(茶) 문화입니다. 네팔에서는 차를 찌아[चिया)라고 부릅니다. 찻잎에 우유와 설탕, 그리고 계피 같은 향신료를 넣고 팔팔 끓여서 마십니다. 이웃한 인도에서는 같은 음료를 짜이(चाय)라고 부르는데, 대여섯 가지 향신료가 들어가는 인도와 달리 네팔의 찌아는 향신료를 제한합니다. 이는 기후와 고도에 따른 영향입니다. 네팔은 북위 27도로 인도에 비해 북쪽에 속하는 데다 평균 해발고도도 높기 때문에 향신료를 재배하기에 적당한 날씨가 아닙니다.
언젠가 부처 탄생지인 룸비니(Lumbini)에서 지프를 빌려 타고 부처 외갓집인 카필라바스투(Kapilavastu)까지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인도에서도 못 굴릴 수준의 중고차가 네팔로 수출되는데, 가난한 이 나라는 수입된 중고 차량을 이리 때우고 저리 때워서 사용합니다.
마침 장마 끝판이라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인구 7만 명의 마을을 벗어난 즉시 포장도로가 끝나고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가 시작됐습니다. 지프는 흙투성이 질퍽한 노면을 한동안 요동치듯 달리더니 이윽고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세상에나! 바퀴 휠이 부러져 있던 것입니다. 이미 해는 서쪽으로 걸리던 시점이라 일행은 운전기사에게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라고 닦달했습니다. 운전기사는 한참 도로변에서 기다리다 지나가는 자전거 한 대를 세우더니 근방에 찻집을 물었습니다.
기사를 따라간 곳은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 한가운데였습니다. 움막만 덩그러니 있을 뿐 어떤 간판도 없었습니다. 그 집의 새카만 냄비를 보고서야 찻집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찻집 주인은 일행을 보고 반색했습니다. 소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아마도 저런 표정이었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새 주인장은 님(नीम,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원산지로 남아시아 열대 지역에서 자생) 나무를 가져와 화톳불을 피웠습니다. 부싯돌로 탁탁 불꽃을 튀기더니 짚에서 나무로 연기와 불을 이어 붙입니다. 그 광경은 어떤 문명의 이기보다 신비로웠습니다.
나무 태우는 향에 취해 온갖 시름마저 잊어버리고 일행 모두 차와 사모사(Samosa, 감자와 채소, 커리 등을 넣은 삼각형 모양의 튀김)를 즐기며 불타오르는 석양을 감상했습니다. 운전기사는 우리가 노닥이는 사이 오토바이를 타고 어딘가로 가서 타이어를 구입해 왔습니다. 이날 여행은 자정이 지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일회용 컵과 만난 네팔의 차 문화
여러 차례 네팔과 인도를 여행하면서도 비포장도로 한가운데 찻집 풍경을 잊지 못합니다. 결국 몇 년이 지나 룸비니 갈 일을 만들면서 똑같은 코스를 기획했습니다.
찻집 주인은 대뜸 손님을 알아봅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그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여행자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윽고 찌아와 사모사가 나왔습니다. 찌아는 하얀 플라스틱과 비닐의 중간쯤 되는 아주 얇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습니다. 주인장은 손님이 뜨거운 잔을 제대로 잡지 못하자 작은 나무 받침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사모사를 받친 접시도 그 옛날과 달랐습니다. 마른 바나나 잎을 명주실로 꿰매 만든 간이 접시가 아니었습니다.
원래 찌아는 먼지를 쓱쓱 닦아낸 쿨하르([कुल्हड़]) 잔에 마십니다. 쿨하르는 인더스 문명의 소산 중 하나로 일부 주장에 의하면 5천 년째 쓰이는 초벌구이 토기입니다. 뜨거운 차에 약간의 흙 맛이 섞이는데다 빨리 마시지 않으면 고온으로 토기가 살살 녹습니다. 쿨하르는 먹고 나서 잔을 깨는 재미도 있습니다. 순수한 자연 재료로 만든 덕분에 깨뜨린 잔은 다시 흙으로 돌아갑니다.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자원 리사이클링 방법입니다.
카트만두 풍경은 어느덧 달라져 있었습니다. 시내를 흐르는 바그마티강(Bagmati River)은 일상의 쓰레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폐기물이 산과 계곡을 매웠습니다. 수년 전 히말라야 베이스캠프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등반가들이 생수병을 버리고 가는 탓에 골머리를 앓는다던 얘기는 낭만에 가깝습니다. 같은 해 현지 신문에는 카트만두로부터 30㎞쯤 떨어진 어떤 계곡에 높이 수십 미터의 플라스틱 산이 생기고 있다는 기사도 실렸습니다.
어쩌면 우리 눈에는 보기 나쁜 쓰레기를 그냥 방치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네팔은 그 나름대로 포기한 것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가난하고 도시화가 덜 된 국가들이 앞으로의 기후위기와 환경 변화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씁쓸함이 남습니다.
INFO. 카트만두 (Kathmandu)
네팔 수도이자 네팔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국가 중앙의 카트만두 계곡에 위치합니다. 카트만두 시내의 더르바르 광장, 스와얌부나트 사원, 부다나트 사원, 파슈파티나트 사원 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 면적 : 50.67㎢
– 해발고도 : 1천281m
– 기후 : 건조 및 아열대를 포함한 온대기후
– 언어 : 네팔어
– 종교 : 힌두교 87%, 불교 8%, 이슬람교 4%
– 교통 : 항공사 직항 이용 시 약 7시간 소요
– 전압 : 220V
– 화폐 : 루피(NPR, 100루피=약 961원)
[출처: 두피디아(www.doopedia.co.kr)]
[지난 이야기] 이야기의 다른 글
[오지게 오지여행] 이야기 공유하기
에디터
환타
카테고리
- 에쏘일 콜라보 6
- 한 눈에 쏙! 에너지 그래픽 11
- AI 잡학사전 11
- 에쏘일 라이브 11
- 에쏘일 직무생활 포토툰 5
- 파트너 인터뷰 8
- MY 1PICK 12
- Z 트렌드 12
- 미래 리포트 12
- DJ 구도일 24
- 여행.zip 12
- 이·달·배 6
- 나의 하루는 12
- 알잘딱깔센 톡 12
- 메타 인터뷰 12
- AI 치트키 6
- 친환경 탐구생활 6
- #포스트코로나 12
- 에쏘일 人라인 12
- MZ_Toon 12
- ESG is... 12
- 에너지 부루마블 12
- 아무튼 여행 12
- 내일 인터뷰 11
- 에너지 스테이션 23
- 머니튜브 12
- 소듕한 지구 12
- 꾸안꾸 밥상 24
- S-Calendar 24
- 우아한 화학 12
- SHE's S-OIL! 24
- 오지게 오지여행 12
- 신박한 차박사 12
- Oh, My Kids! 12
- 쑥과장의 에쏘일 라이프 8
- 프런티어 인터뷰 12
인기있는 이야기
정성 가득한 홈메이드 브런치, 마곡 브런치 맛집 ‘더숲’
NOV 2024
세종시에서 만나는 전통과 자연! 당일치기 힐링 여행 코스 추천
NOV 2024
마법의 폐자원 업사이클링, 버린 쌀도 살려내는 터치포굿
NOV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