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4

월별 카테고리
2023.11.28 |

DJ 구도일

문화 큐레이터 역을 맡은 구도일과 함께 예술 감수성을 높여보세요. 이달의 문화 예술 향유 정보를 전합니다.

영감의 원천 산 가까이 즐기는 미술 세계

안녕! 난 DJ 구도일이야~😎

48개 산맥과 4천4백 개가 넘는 산이 우릴 에워싸고 있지. 이 땅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산은 옛날부터 수많은 묵객의 예술 소재가 됐어. 특히 산, 강 등 자연경관을 소재로 그린 ‘산수화’는 삼국 시대부터 발달해 조선 시대에 이르러 꽃을 피웠지. 이 기회에 국내 명산에서 출발해 다채로운 미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들로 안내할게. 따라 와~

.
.
.

[Pick 1] 인왕산×고희동미술관

영감의 원천 산 가까이 즐기는 미술 세계

코스 1. 겸재 정선이 사랑한 서울의 진산(鎭山) ‘인왕산’

화강암으로 이뤄진 인왕산은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만들어낸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해. 이를 배경으로 한 산수화가 많은 이유지. 대표적인 작품은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야. 구름이 능선을 타고 오르는 신비로움을 표현한 역작이지. 산은 평지와 달리 일기 변화가 커, 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뒤 역동적인 모습의 인왕산을 순간 포착해 그렸어. 매바위, 치마바위 등 비에 젖은 암벽의 중후한 위용이 시선을 압도하지. 75세에 그렸지만 연륜과 대담한 천재성이 합쳐져 현대적인 감각마저 풍겨. 함께 국보로 지정된 <금강전도>와 더불어 정선 특유의 진경산수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야.

코스 2. 국내 최초 서양화가의 예술 흔적 ‘고희동미술관’

<인왕제색도>는 삼청동·청운동·궁정동 부근에서 바라본 인왕산 풍경이라고 해. 삼청동과 인접한 원서동으로 걸음을 옮기면 고희동미술관이 나오지. 동네를 걷다 보면 저 멀리 인왕산이 보였다 사라지곤 해. 인왕산이 <인왕제색도> 등 동양화에 영감을 줬다면, 고희동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화를 도입한 춘곡 고희동 화백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야. 화백이 1918년 일본 유학 후 돌아와 직접 설계하고 41년간 거주한 근대식 한옥 형태라 등록문화재 제84호에 등재되기도 했지. 한국 근대 미술의 산실이자 당대 예술가들이 활발히 교류한 사랑방이기도 해 지금도 여러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쓰여. 방문하면 고희동 화백이 동양화와 서양화를 접목해 그린 산수화도 보길 바라.

[Pick 2] 오대산×국립춘천박물관

영감의 원천 산 가까이 즐기는 미술 세계

코스 1. 다섯 봉우리가 그대로 천연 병풍 ‘오대산’

강원도 강릉·홍천·평창에 걸쳐 있는 오대산은 사계절이 아름다운 명산 중 하나야. 전역에 서식하는 전나무는 오대산만의 정취를 자아내지. 겨울엔 전나무 숲에 눈꽃이 맺혀 환상적인 설경을 연출해. 조선 전기 학자 김시습이 ‘마음과 눈을 씻을 관동의 명승지’라 칭할 만하지. 조선 문예 부흥기에 활동한 화가 단원 김홍도가 그린 산수화 <월정사>의 실제 장소이기도 해. 김홍도는 1788년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을 그리러 가는 길에 오대산 4개 지역에 들러 여러 작품을 남겼어.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구도로 그린 <월정사>는 사찰 경내를 둘러싼 전나무 숲과 계곡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봉우리들을 묘사했지. 우측 하단 일주문은 월정사와 가까운 것으로 보아 이후 위치를 옮긴 것으로 추측해. 이처럼 그림과 달라진 점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지점이야.

코스 2. 월정사 역사·문화로 알찬 큐레이션 ‘국립춘천박물관’

오대산은 산 전체가 불교 성지야. 조선 7대 임금인 세조가 월정사에서 기도하다 대승불교에서 최고의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만나 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전해지지. 당시 전란이 침입하지 않은 산이라 나라에서 월정사 옆에 <조선왕조실록> 등 귀중한 사서를 보관하는 사고(史庫)를 두기도 했어. 김홍도가 <월정사>와 함께 그린 <오대산 사고>에 옛 모습이 담겨 있지. 유서가 깊은 월정사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12월 25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추천해. 김홍도의 산수화를 깊이 이해할 역사·문화 자료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전시와 연계해 한국화 작가와 그리는 민화(12월 16일까지), 모시 연꽃 만들기(12월 20일까지) 같은 체험도 가능해.

[Pick 3] 내연산×포항시립미술관

영감의 원천 산 가까이 즐기는 미술 세계

코스 1. 기암괴석과 12폭포의 압도적 비경 ‘내연산’

정선은 58세인 1733년부터 2년간 경북 청하현 현감으로 재직했어. 이때 조선 시대 회화 중 보기 드문 대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을 탄생시켰지. 청하현에서 10리 남짓 떨어진 내연산의 가을 풍경에 영감을 받은 <내연삼용추도>가 그것이야. 내연산 12폭포 중 잠룡·관음·연산 세 폭포를 ‘내연삼용추’라 부르는데 전문가들은 연산폭포 일대를 진경산수의 발현지로 보고 있어. 정선은 내연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산폭포의 바위에 ‘갑인년 가을 정선(甲寅秋鄭敾)’이라고 글도 새겼대. 이 암벽에는 정선뿐만 아니라 추사 김정희의 부친 김노경 등 18~19세기에 걸쳐 많은 인물이 기록을 남겼지. ‘경북의 금강산’ 혹은 ‘소금강’이라 불리는 내연산은 소금산 전망대, 이가리닻 전망대 등 독특한 뷰 포인트로 지금도 각광받고 있어.

코스 2. 스틸 아트가 연결하는 현재와 미래 ‘포항시립미술관’

정선도 감탄한 예술적 영감을 품은 내연산은 철의 도시 포항에 있어. 강인한 이미지의 산업 도시이지만, 영일만과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포항시립미술관에 닿으면 예술의 기운이 여전히 넘실대는 게 느껴지지. 게다가 세계 유일의 스틸 아트 미술관이야. 포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인 ‘철’을 소재로 예술 작품을 전시해 즐기고 사색하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어. 이 밖에도 지역 작가를 중심으로 정통 회화부터 실험적인 설치 미술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지. 내년 1월 7일까진 영상 미디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커넥션’ 전시가 열려. 일반 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람객이 직접 영상을 조작하며 작품을 함께 완성해가는 방식이 신선할 거야. 그리고 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의 또 다른 핫플레이스 ‘스페이스 워크’도 들러 봐.

[Pick 4] 금강산×바우지움조각미술관

영감의 원천 산 가까이 즐기는 미술 세계

코스 1. 화가의 눈에 담긴 완벽한 세계 ‘금강산’

동요 ‘금강산’에는 금강산 봉우리가 1만2천 봉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이 나와. 정선이 그린 <금강내산>에도 백련 꽃봉오리 같은 백색 화강암 암봉들로 빼곡한 내금강 전경이 등장해. 더 말년에 작업한 <선면금강내산>은 부채를 화폭 삼아 오로지 수묵만으로 금강산을 그렸어. 제한된 공간이지만 계곡을 따라 우거진 숲과 무수한 봉우리를 독창적인 화풍으로 장엄히 구현해냈지. 문헌에 의하면 정선은 생전에 금강산을 자주 유람했다고 해. 1711년 금강산을 여행한 후 남긴 산수화 화첩 <풍악도첩>에 외금강·해금강 등 주요 명승이 담겨 있어. 그 후 72세였던 1747년에는 금강산 일대를 옮긴 21점의 그림과 여러 문인의 제화시 등을 엮어 시화첩 <해악전신첩>을 완성했지.

코스 2. 자연과 경계 모호한 입체적 예술 경험 ‘바우지움조각미술관’

정선의 예술혼에 불을 지핀 곳 대부분은 아쉽게도 북한 지역에 걸쳐 있어. 대신 강원도 고성에서 금강산 남쪽 지역을 오를 수 있지. 금강산 신선봉과 설악산 울산 바위, 동해를 감상할 수 있는 화암사 숲길(4.1km)이 공식 등반 코스야. 신선대(성인대)에서 조망하는 경치는 금강산 전체를 여행하지 못하는 섭섭함을 채울 만큼 장관이지. 하산하면서 꼭 들를 곳으로 조각 전문 미술관이 있어.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 인상적이거든. 근현대 조각관에선 국내 작가 대표작 40여 점을 감상할 수 있지. 아트스페이스에는 3개월마다 새로운 기획 전시가 열려. 다섯 가지 물성으로 꾸민 정원 역시 수려해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멋진 장면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자료 및 이미지 출처 ·
종로문화재단 www.jfac.or.kr
국립춘천박물관 chuncheon.museum.go.kr
포항시립미술관 poma.pohang.go.kr
바우지움조각미술관 www.bauzium.co.kr

[지난 이야기] 이야기의 다른 글
[DJ 구도일] 이야기 공유하기

에디터

편집실
S-OIL 편집위원을 비롯해 전 사업장 임직원과 가족, 그리고 고객 여러분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편집실의 주인공이다.
NEWSLETTER

365일, S-OIL이 친근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