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선택보다 영리한 최적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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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트렌드
M세대를 건너 Z세대까지 사이사이 촘촘한 시각으로 살핍니다. 트렌드를 통찰해 창의성을 높여갑니다.
뉴턴의 운동 제3법칙에 따라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합니다. 이 물리 법칙은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사회 이론으로도 활용되는데요. 먹방러와 소식좌, 영머니와 올드머니 패션 등이 그러합니다. 작용과 반작용에 따른 경향을 반복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셈이죠. 최근에는 소셜 채널 속 완벽을 좇던 흐름의 반작용으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Z세대가 등장했습니다. 완벽주의에 입각한 최상 대신 나름의 ‘최적’을 탐색하는 경향을 들여다봅니다.
일부 Z세대가 인스타그램을 떠나는 이유
2022년 초 인스타그램 발표에 의하면 국내 Z세대 1천2백 명 중 65%는 ‘인스타그램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 형성에 기여한다’라고 답했습니다. 31%는 ‘트렌드를 발견하기 가장 좋은 플랫폼’이라고 느꼈죠. 이처럼 Z세대에게 인스타그램은 일상, 패션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트렌드 발원지라 여겨지던 인스타그램의 인기는 서서히 식고 있습니다. 해외 데이터 분석 업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인스타그램 월간 활성 사용자 성장률은 약 53.8%를 기록한 반면 2022년 약 15%, 올해는 약 8.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인스타그램만의 고민이 아닌데요. 페이스북은 2021년 8월 이후 이용자가 하락하는 추세이죠. 올해 2월에는 집계 이래 처음으로 국내 월 이용자가 1천만 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감소 원인으로 주 사용자인 10~20대의 이탈을 지목합니다. 높아진 콘텐츠 장벽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인플루언서나 광고 중심의 정돈된 콘텐츠가 소셜 채널 피드에 주를 이루면서, 일반 사용자들은 예전처럼 편하게 일상을 공유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피드보다 폐쇄적이고 세부적인 단위인 스토리, DM(Direct message·특정 소셜 플랫폼에서 주고받는 비공개 메시지) 등에서 소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죠.
보정 없이 있는 그대로가 가진 멋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의 정의도 한층 넓어졌습니다. 요즘 Z세대 개인 소셜 채널에서는 ‘포토 덤프(Photo dump)’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말 그대로 인생샷 한 장보다 보정하지 않은 날것의 사진이나 영상을 무더기로 올리는 행위를 소위 ‘힙하다’라고 여기는 겁니다.
초점이 흔들린 사진·우연히 찍은 풍경·온라인에서 수집한 밈 등 B컷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무심하게 여러 장 공유하는 게 포인트죠. #photodump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만 371만 건이 넘습니다. Z세대가 애용하는 틱톡, 릴스에도 이런 형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표현한 영상이 다수 목격되죠. 미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공들여 보정해 올리던 이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Z세대는 기존 공간을 떠나 새로운 소셜 채널을 쓰기도 합니다. 이들의 특성을 반영해 가공되지 않은 진솔한 경험을 공유하는 앱이 대거 등장했죠. 대표 사례가 2019년 프랑스에서 출시된 ‘비리얼(BeReal)’입니다. 보정 필터 기능 등을 제외해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채널의 안티테제 역할을 자처했는데요. ‘진솔해져라’라는 서비스명에서 엿보이듯 타인이 아닌 자기 삶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매일 정해지지 않은 시간대에 알림이 울리면 2분 내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는 방식을 취해, 최고의 순간 대신 작위적이지 않은 일상을 교류하는 점도 주목받았죠.
2022년 10월 선보인 ‘슬레이(Slay)’ 역시 10대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표방하며 출시 4일 만에 현지 앱스토어 1위에 올랐습니다. 독일을 포함해 영국,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25만 명 이상 이용하고 있죠. 젊은 층 사이에서 굉장하다, 멋지다는 뜻으로 쓰이는 동명 단어에서 착안해 익명으로 칭찬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나누는 게 주요 기능이라고 합니다. 이 앱들 모두 완벽주의 등으로 퇴색된 소셜 채널의 본래 목적인 ‘건강한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Z세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솔직함 앞에 무너진 콘텐츠 공식
Z세대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지향하면서 소비 콘텐츠 형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발맞춰 변화하고 있는 건 단연 영상입니다. 예전에는 숏폼 형식이 Z세대의 호응을 끌어내는 콘텐츠라 믿었다면, 이젠 영상 길이·속도와 상관없이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매력이 조회 수를 좌우하죠.
실제로 요즘 유튜브 인기 급상승 차트에 자주 오르는 콘텐츠들의 공통 문법이 있는데요. 속칭 ‘악마의 편집’이라 부르던 편집자의 주관을 최소화하고, 제작 과정을 가득 담아 이색 재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날것 그대로의 즉흥성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편안한 감성은 ‘밥 친구’라는 별칭과 함께 Z세대 일상 깊숙이 녹아들었습니다.
Z세대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발산하는 진정성에 집중합니다. 소통 플랫폼과 콘텐츠에 있어 길이나 형태보다 밀도에 초점을 두는 것도 같은 의미인데요. 완벽함에 집착하던 시대를 뒤로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나가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Z세대에게 보정 없는 최적은 최상의 무엇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이죠. 그 최적의 선택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최상의 정의가 기대됩니다.
참고 · 인스타그램 [Z세대가 바라본 2022년 트렌드]·2022
DemandSage [Social Media Users-Global Demographics]・2023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인사이트]·2023
[Z세대 트렌드 2024]·대학내일20대연구소·위즈덤하우스·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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