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큼 널 알고 싶어! Z세대의 자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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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세대를 건너 Z세대까지 사이사이 촘촘한 시각으로 살핍니다. 트렌드를 통찰해 창의성을 높여갑니다.
인류는 여러 세기에 걸쳐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에 답을 찾아왔습니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죠. 이에 Z세대는 집요하게 천착합니다. 답을 모색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는데요. 외형, 성격 등은 물론 과학이 동원되는 유전적 특성까지 ‘나’라고 일컬을 수 있는 모든 걸 살펴봅니다. 그 과정은 전혀 심각하지 않고요. 오히려 신박한 수단을 활용해 재미를 추구하죠. Z세대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 자기 분석(Self-analysis)의 길을 톺아봅니다.
Z세대가 ‘셀프 캐해’에 빠진 이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의 정점에 이른 검사가 있습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인데요.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20세기 초 고안된 성격 유형 검사 도구입니다. 반짝 유행으로 끝날 듯하던 MBTI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일상에 스며들었습니다. Z세대 사이에선 자신의 특징을 분석해 이미지나 세계관을 설정하는 대표적인 셀프 캐해(캐릭터 해석) 콘텐츠로 자리잡았죠.
MBTI가 특히나 Z세대에게 환영받은 이유는 자신을 정의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장 조사 기업이 올해 5월 만 13~59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 평균 자기 관심도가 74.4%인 데 반해 20대는 유독 높은 81.5%를 기록했습니다.
Z세대는 자아 탐구 시기에 불확실한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타인과 교류하지 못한 것인데요. 이러한 배경은 자연스레 자아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고, 나아가 자기 분석 욕구가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소속감이 흐려지고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나’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얻고자 몰두한 것이 Z세대의 특성이 된 셈이죠.
‘나’라는 브랜드에 과감한 투자
Z세대는 자기 분석에 여러 도구를 능숙하게 다룹니다. MBTI가 성격 분석을 위한 도구였다면, 이미지 만들기에 활용할 외적 자아를 파악하기 위해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를 진단받습니다. 이를 통해 타고난 신체 색은 물론 조화를 이룰 의상과 메이크업 색상을 확인하죠. 퍼스널 컬러의 유행은 골격 진단으로 발전합니다. 얼굴형을 비롯한 신체 골격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헤어와 패션 스타일을 제안받는 서비스가 인기인데요. 동영상 플랫폼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골격을 토대로 최적의 스타일링을 알려 주는 유튜브 콘텐츠가 조회 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죠.
같은 시장 조사에서 20대는 외모(34%)만큼 관심이 높은 분야로 건강(37.5%)을 꼽았는데요. 생물학적 관점에서 자신을 탐색하려 유전자·미생물 검사를 받죠. 도출된 유전 형질에 따라 건강 관리를 달리하거나 새로운 생활 습관을 만들어 갑니다. 이에 주목한 한 자산 관리 플랫폼은 2021년 말부터 애플리케이션에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63종에 이르는 검사 항목을 ‘슈퍼 파워’, ‘하찮 파워’ 등 흥미로운 방식으로 분류해 Z세대의 입소문을 탔습니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 약 25만 명이 신청했고, 20대 이용자는 59%에 달합니다. 검사 결과를 소셜 채널에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Z세대도 많죠.
자기 분석을 놀이처럼 즐기는 체험형 공간도 Z세대를 매료시킵니다. 일례로 개인 고유의 색을 만들어 주는 전시가 호응을 얻었는데요. 체험 과정의 참신한 원리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정 기억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두고 이를 응시하는 체험자의 뇌파를 AI로 측정합니다. 측정 결과로 감정을 분석하고 색상을 추출해 주는 것이죠. 게임 형식을 빌려 인간관계에 얽힌 개인 심리를 제시하는 전시도 예약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한편 Z세대는 자기 분석을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의 일환으로 바라봅니다.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이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성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한 조사에 응한 Z세대 중 46.1%가 ‘자기 분석에 스스로 돈을 지출한 경험이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탐구하는 힘으로 타인을 탐색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자기 분석에 사용하는 도구가 개인주의를 확산하거나 외집단에 편견을 강화하리라는 걱정입니다. 그러나 이 흐름을 Z세대와 이기적 개인주의로 결부시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Z세대가 자기 분석을 타인 이해와 동의어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면 그렇습니다. 단 16가지의 MBTI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개성이 표출될 여러 조건이 존재한다는 다양성의 당위를 안착시킨 것으로도 의의는 있죠.
자기 분석의 유행은 오히려 Z세대가 추구하는 효율성과 더 깊이 관련 있어 보입니다. 디지털 매체에서 데이터를 취합해 자신과 결이 맞는 타인을 신속히 선별하는 게 Z세대만의 사교 방식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각종 도구는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흥미롭게 자아 탐구를 넘어 타인을 파악할 사회적 연결 수단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Z세대는 ‘나’를 찾는 일이 그 무엇보다 즐겁습니다. 자신만의 컬러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분석 도구를 몇 차례나 거쳐도 상관없죠. 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이기심이나 타자화 역시 Z세대는 새 도구를 소환해 유연하게 헤쳐갈 것입니다. Z세대가 활용할 또 다른 도구가 세상을 어떻게 환기할지 기대해 볼 만합니다.
참고 ·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나, 타인에 대한 관심 및 평판 관련 인식 조사]·2023
한국심리학회 [심리학 용어사전]·2014
정혜욱 [Z세대들의 인스타그램 기반 퍼스널 브랜딩 실행과 사회적 함의]·2022
대학내일 [셀프 분석 세대 리포트]·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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