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잘알 Z세대의 조금 특별한 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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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트렌드
M세대를 건너 Z세대까지 사이사이 촘촘한 시각으로 살핍니다. 트렌드를 통찰해 창의성을 높여갑니다.
‘먹는 즐거움’은 평범한 일상을 한층 풍요롭게 느끼게 하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음식은 과거부터 지역과 인종 또는 시대별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죠. Z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생활에 있어 재미 추구를 넘어서서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맛(을)·잘·알(고 있는) Z세대가 확고하게 다져나가는 식문화를 들여다봅니다.
경험치 높이는 미식 생활
Z세대는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이를 성취감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죠. 그만큼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의미일 텐데요. 이런 특징이 식문화에 투영됩니다. 일례로 젊은 세대 이용률이 높은 소셜 채널에는 일명 ‘SNS 제철 음식’이 눈에 띕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갸우뚱할 만합니다. 오이 토스트, 라이스페이퍼 불닭쌈 튀김, 과일 만두, 순두부 라면 등이죠. 이들은 계절에 따른 식자재 기반의 제철 요리라기보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일컫습니다.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도 파급이 미쳐 소셜 채널발 음식 콘텐츠를 시청하는 국내외 이용자가 증가했습니다.
이색 조합과 맛에 이끌린 Z세대는 레시피를 참고해 요리에 도전하고, 이 과정을 자신의 소셜 채널에 공유합니다. 그 경향 속에 음식은 소소하나마 무언가를 성취해가는 과정이자 사람들과 관계 맺는 통로가 됩니다.
음식에 대한 확장된 인식은 한 설문에서도 드러납니다. 음식을 끼니 이상의 행복 요소로 인정할 만하다는 응답이 Z세대 조사 대상자의 과반수를 차지했죠. 음식을 고르고 요리하는 과정에서 혹은 사람들과 즐기는 음식의 맛, 분위기 등 식사 경험을 통해 정서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낯설거나 색다른 음식에도 거부감이 적은 편입니다. 이국적인 매운맛의 마라 음식이 예입니다. 좋아하는 재료를 취향껏 넣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강렬한 풍미에 호응하지요. 한편 부모 세대가 좋아할 법한 전통 디저트가 뉴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전성기를 맞았는데요. 1970년대 후반 떡볶이 골목으로 유명해진 서울 신당동은 젊은 세대가 떡볶이를 찾아 다시금 몰려들면서 ‘힙당동’이란 별칭을 얻습니다.
식문화로 특별한 날 완성하는 Z세대
Z세대의 식문화 범주는 고급 음식점으로 확장하는 모양새인데요. ‘질 높은 정찬’을 의미하는 파인다이닝(Fine-dining)이나 맡김 차림(오마카세), 호텔 식당 등의 이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생일 주간이라 파인다이닝 예약’과 같은 내용으로 #파인다이닝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7만 건에 이르죠.
Z세대가 과감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비용에 대한 부담감보다 고급 음식점의 분위기와 맛을 경험하며 얻는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Z세대 중 56.5%는 ‘마음이 가는 것에 돈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라고 답하기도 했는데요. 명품 브랜드 제품 중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살 수 있는 지갑, 스카프 등을 소비하며 가치를 누리는 Z세대의 특성이 식문화에서도 엿보입니다.
고급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식재료 선택 경향으로 이어집니다. Z세대 3명 중 1명(38.6%)은 고가여도 유기농·친환경 음식을 찾는다고 하는데요. 저당, 글루텐 프리 등 성분도 중요합니다. 농장이 운영하는 소셜 채널 등을 능숙하게 찾아 제철 농산물을 산지 직송으로 받고요.
Z세대의 주류 문화 또한 같은 맥락을 이룹니다. 일단 코로나19 이후 홈술·혼술이 유행합니다. 이에 더해 취향에 맞는 술을 가벼이 즐기는 분위기가 자리잡은 건데요. 한 잔을 마시더라도 맛있어야 하고, 개성을 드러낼 희소성 높은 아이템을 고르는 편이고요. 소주 또는 맥주로 양껏 음주하던 기성 세대와 비교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주류 시장 분석(2021년) 보고서도 같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20~50대 중 분위기 있게 즐기는 술을 가장 선호하는 연령은 20대로 나타났죠. 대세는 온·오프라인을 망라합니다. Z세대는 유튜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주류 페어링, 하이볼 레시피와 같은 콘텐츠로 부지런히 간접 경험을 쌓고요. 와인숍에서 일반 와인보다 비싼 내추럴 와인이나 위스키를 구매하는 비율도 늘었습니다.
똑소리나는 일상 먹거리 선택
특별한 경험을 위해 프리미엄 식사를 즐기는 Z세대가 정반대의 일면도 보여줍니다. 평소 경제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신선한 자극을 얻으려는 식문화가 그것이지요. 올해 초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화제를 모은 김밥 가게는 원하는 속 재료를 골라 주문하는 방식으로 Z세대 러시를 이뤘습니다.
‘0.5인분’ 메뉴를 앞세워 젊은 세대를 불러 모은 중식당도 눈길을 끕니다. 흥미롭게 책정된 가격과 분량 덕분에 손님은 비교적 저렴하게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적게 배출돼 환경친화적이라는 평도 얻었죠. 적게 먹는 ‘소식좌’들에게 환영받은 것은 물론입니다. 기호에 맞는 요리를 부담 없는 양으로 주문할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되니까요. 기존에 획일화한 방식으로 음식을 제공하던 식당들이 Z세대 부상 이후 개인 가치관과 식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점 역시 인상적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외식비의 위협 속에 요리를 즐기는 Z세대도 두드러집니다. 자신의 스타일로 집밥을 완성한 뒤 원플레이트(One plate) 인증은 필수라고 하죠. 이는 밥과 반찬을 한 그릇에 예쁘게 담아 먹는 플레이팅을 뜻하는데요. 인증 사진을 찍기 용이하고, 과식하지 않으면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습니다. 혼밥이 어색하지 않은 Z세대에게 효율적인 식생활 관리법입니다. 이런 경향은 테이블웨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원하는 종류와 색감의 음식을 배치하려는 욕구가 식탁용 식기류를 향한 관심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지요. 소셜 채널에 #그릇스타그램 검색만으로 다채로운 사례를 접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음료를 구매하고자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Z세대도 주목할 만합니다. ‘네쇼라(네이버쇼핑라이브)’, ‘카쇼라(카카오쇼핑라이브)’ 등 줄임말로 불리며 젊은 층 사이에 친숙한 라이브 커머스의 경우, Z세대 소비자 구매 1위 품목으로 식음료 제품(36.9%)이 올라 있습니다. 평소 추종하던 인플루언서의 라이브 방송을 보고 추천 제품을 사거나 유명 맛집이 적정 가격으로 출시한 가정 간편식(HMR)을 구매해 집에서 즐기기도 하죠. 먹방 유튜버와 라이브 방송에서 소통하며 조리법을 배우고, 맛집 디저트를 주문해 소규모 홈파티를 여는 등 합리적 선택에 기반한 식문화를 즐겁게 향유합니다.
Z세대는 음식이 주는 유익한 가치에도 관심을 두는데요. 건강이나 체형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식단과 채식·소식을 고수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죠. 이런 식생활의 이유가 Z세대에게는 지구 환경 수호와 같은 거창한 슬로건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중·고교 시기 급식으로 자연스럽게 채식을 경험해본 세대로서 건전한 식생활은 선택 가능한 삶의 태도 중 하나에 가까워 보입니다. 먹방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한편으로 적게 먹기를 실천하고, 프리미엄과 합리적 가격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Z세대입니다. 이들 스스로 바라는 건강한 모습과 특별한 경험의 갈망이 전체 소비층을 관통해 의미 있는 식문화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참고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2022
대학내일20대연구소 [MZ세대의 집밥 트렌드][소비-식생활 조사][소비-유통 조사]·2021~2022
오픈서베이 [Z세대 트렌드 리포트]·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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