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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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메타버스 혁명
얼마 전 미국의 유명한 R&B 가수 존 레전드(John Legend)는 가상현실 콘서트 플랫폼 ‘웨이브(Wave)’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일상적으로 온라인 콘서트라고 하면,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것 혹은 실시간으로 공연을 중계하는 형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존 레전드의 공연은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열렸다. 녹화된 영상도 아니었고, 공연의 실황중계도 아니었다. 존 레전드의 아바타가 가상공간에서 공연하고 관객의 아바타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존 레전드의 몸에는 모션 캡처(Motion Capture)라고 하는 장비가 부착되어 있었고, 존 레전드의 움직임을 똑같이 아바타가 구현했다. 관객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플랫폼에 접속하여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채 각자의 아바타가 되어 가상 콘서트홀에 입장하여 공연을 감상했다.
현실 세계에서 관객과 가수는 물리적,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으나 아바타들끼리 가상공간에서 만나 인간의 소통을 대리한다. 이 모든 것은 실시간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어떠한 지연도 불편함도 없다. 실제가 아닌 가짜이지만 실제와 유사하게 느껴지는 실감 경험(Immersive Experience)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인간 경험의 확장을 만들어 낸다.
메타버스란,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초월한 세계’, ‘또 다른 세상’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에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설 속 메타버스는 현재 메타버스의 의미와 비슷한 고글과 이어폰이라는 장치로 접근하는 가상 세계이다. 아바타(Avatar)라는 용어도 여기서 처음 등장했다. 2018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3차원 가상 세계 오아시스(OASIS)를 자유롭게 탐험하기도 한다.
물리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결합
최근 VR, AR 기술 등 가상 세계를 활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가상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메타버스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가상 세계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정보화 혁명 또는 인터넷 혁명으로 부르는 3차 산업혁명을 ‘가상 세계 창조 혁명’으로 칭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 IT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고, 통신하고, 결합하고, 복제하는 비용이 급격히 낮아졌다. 3차 산업혁명 기간에는 물리 세계에 있던 많은 정보가 인터넷으로 이동하면서 가상 세계가 구축되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급성장한 구글(Google), 네이버(Naver), 다음(Daum)은 이러한 가상 세계의 구축 과정에서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인 인터넷 포털을 만든 기업들이다. 인터넷 포털은 물리 세계에 있던 정보를 가상 세계에 축적하고 정리하여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기술이자 플랫폼 서비스다. 당시에 야후(Yahoo), 라이코스(Lycos), 알타비스타(Altavista), 프리챌, 심마니, 엠파스, 나우누리, 천리안 등 수십 개의 기업이 포털 전쟁을 치렀다. 이렇게 많은 신규 업체가 등장했다가 몇 년 만에 대다수가 사라진 업종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당시 인터넷 포털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현재 우리는 경쟁의 승자로 살아남은 소수의 포털 플랫폼을 통해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2022년 현대인들은 ‘인터넷에 없는 정보는 없다’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 세계의 모든 데이터를 가상 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가상 세계의 창조가 완성된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 개념으로 CPS(Cyber Physical System 가상 물리시스템)를 꼽는다.
3차 산업혁명이 물리 세계의 정보를 가상 세계로 옮겨 놓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집중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가상 세계를 물리 세계로 회귀시키는 아날로그화(Analogation) 또는 가상 세계와 물리 세계를 연결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가상 세계와 물리 세계가 동일시되기도 하고, 이를 넘어 오히려 가상 세계가 물리 세계를 지배하기도 한다.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시스템의 경우 자율주행차가 가진 라이다(Lidar)라는 센서를 통해 현실 세계의 장애물과 거리 모습, 신호등을 인식한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이를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처리하여 가상 공간에 구현한다. 이를 자율주행에 활용한다. 정확히 말하면,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현실 세계를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똑같이 복제한 가상 공간을 주행하고 있고, 이것이 결국 우리 인간이 사는 현실 세계에서의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가상 물리시스템,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등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사용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결국 맥락은 비슷하다. 디지털 기술로 가상 세계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가상 세계와 물리 세계가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거나 혹은 아바타를 이용해 우리가 직접 가상 세계로 들어가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의 변화이다.
메타버스 시대, 에너지 산업의 변화는?
에너지 산업에서도 메타버스로 인한 다양한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첫째, 업무 공간과 업무 방식의 가상화다. 우선 메타버스가 ‘업무 공간’에 적용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Teams라는 가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회의 참여자들이 가상공간에서 함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화이트보드 기능을 활용해 실제 칠판을 써가며 회의하는 것도 가능하고 아바타들끼리 악수도 하는 등, 마치 회의실에 정말 모여 있는 듯한 경험이 제공된다. 본사에 있는 직원과 현장에 있는 직원도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는 손쉽게 만나 회의를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를 하던 이들이 사무실로 많이 복귀한다 해도 이 기능을 활용하면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관련 기술이 ‘업무 방식’에 적용되는 경우는 어떨까? 에너지 수급 분석이나 생산량 스케줄링과 같은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에 홀로렌즈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공간에 띄워놓고, 훨씬 정확하고 손쉽게 분석할 수 있다. 미국 씨티은행의 애널리스트는 홀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 분석 업무를 진행한다. 작업자가 홀로렌즈 안경을 끼고 공간에 떠 있는 데이터 셋을 손으로 집어 화면 위치에 갖다 놓으면, 자연스레 원하는 그래프나 데이터 분석 결과가 만들어진다. 인간이 데이터 작업을 하다 보면 잘못 입력하는 경우와 같은 실수가 생길 수 있는데 가상공간을 활용하여 더욱 정교하게 그리고 손쉽게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할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의 가상화다. 현실의 에너지 생산 공정 또는 설비를 가상 세계에 똑같이 구현하고, 현장 작업자는 가상공간에서 이를 제어할 수 있다. 거대 공정과 정교한 제어가 필요한 에너지 생산 과정을 스마트화하며 작업의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생산 현장만의 얘기는 아니다. 중국의 설비 업체 아덴그룹(Aden Group)은 중국 청두 상업 중심지를 스마트 시티로 구현했다. 상업용, 주거용 건물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아덴그룹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조명이나 난방, 물 등의 자원 활용을 최적화하고 건물 내 에너지 관리를 개선해 에너지 소비량을 30%~80% 감소시켰다. 이를 통해 아덴그룹은 2,880억 달러를 절약했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6.9t 줄였다고 발표했다.
스코틀랜드 신재생 에너지 기업 IES는 영국 노팅엄 지역의 한 작은 마을을 탄소중립 마을로 구현했다. 센서와 영상 인식 기술을 통해 공해 물질의 정교한 측정이 가능했으며,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현실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수집, 예측하여 공급을 최적화했다. IES가 구현한 버츄얼 트윈 (Virtal Twin) 마을은 가상 세계에서 공해 물질의 배출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급을 최적화하여 친환경 도시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에너지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의 메타버스 활용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 산업의 스마트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이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버리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메타버스와 에너지의 만남 또한 우연이 아니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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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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