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이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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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야와 공조하는 다양한 미래산업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래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갖추고 통찰력을 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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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9일, 영국 패션계의 상징 ‘비비안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인은 반항적이고 놀라운 스타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고 사회운동가로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메시지를 던졌죠. 환경을 위해 ‘잘 고르고 덜 사라’고 했다는 그의 말은 그의 옷을 오랫동안 보아왔던 저로서는 쓴웃음이 납니다. 난해한 그의 옷은 패션의 끄트머리에 있었고, 만약 옷을 잘 고르고 덜 사야 한다면 먼저 그의 옷을 사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명확합니다. 미래를 위해 패션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안 만들고 안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최고의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도 알고 있었죠. 그럼 패션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요?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위기입니다. 지구의 입장에서는 여러 번 있었던 대멸종 사건의 새로운 시작일 뿐이죠. 하지만 이번 대멸종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유엔 지속가능한 패션연합(UN Alliance for Sustainable Fashion)의 발표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패션 산업이 차지합니다. 이는 항공 및 해상 운송으로 인한 배출량보다도 많습니다. 패션 제품의 한 사람당 구매량은 15년 전에 비해 60% 이상 늘어났고, 사용 기간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친환경 브랜드로 가장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는 2011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실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광고의 주요 내용은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옷을 사기 전에 깊이 생각하고 적게 소비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이 광고가 실린 후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40% 급성장했습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파타고니아가 고도로 계산된 상술의 마케팅을 했다고 깎아내렸죠.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슈나드 회장은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며 모든 자산을 환경 활동을 위해 기부해 버림으로써 진정성을 보여줬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의류를 판매하는 파타고니아가 우리 옷을 사지 말라는 자조적인 광고를 한 이유도 패션 산업 자체가 ‘환경의 적’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패션 브랜드도 파타고니아의 생각과 행동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패션 산업,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까?
패션 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이상 새로운 제품을 ‘안 만들고 안 팔아야’합니다. 하지만 옷은 인간의 문화생활을 위한 필수품이죠. 꼭 필요한 만큼은 만들어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는 반드시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제조업인 패션 산업은 원재료와 제조 과정, 운송 과정, 그리고 소비자의 사용과 관리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얼마 전까지도 패션계에서는 패션 산업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패션 제품이 기획되고 생산되는 모든 과정은 디자인과 효율, 이익에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백여 년 전만 해도 의류 제품의 원재료는 면, 마, 울 등 천연 소재였습니다. 고가의 생필품이었던 의류 제품은 산업혁명을 거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누구나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기도 하는 소비재가 되었죠. 천연 소재는 좀 더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해서 화학섬유로 대체되었고요. 이후 의류에서 화학섬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높아져 전체 의류의 70% 이상이 화학섬유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춘 SPA형 브랜드가 대량소비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또한 사람의 활동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들은 의류 소재의 기능성을 강화했습니다. 화학섬유는 대량생산과 기능성 소재 개발을 위해 대규모로 사용되었고요.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 문제는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2021년 11월 5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발표한 새로운 ‘기후 행동을 위한 패션 산업 헌장’에 루이비통, 나이키 등 130여 개 브랜드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건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요구에 어쩔 수 없는 대응입니다. 친환경 제품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환경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홍보만으로도 브랜드의 제품은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안 만들고 팔기만 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그래도 만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재료의 완전한 순환입니다. 폐기된 의류를 수거해 다시 원재료로 사용하는 것이죠. 재활용 방식에는 물리적 재활용 방식과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 있습니다. 페트병의 사용이 대표적인 물리적 재활용이지만 한번 재활용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면이 면으로 울이 울로 재활용되는 물질 대 물질의 재활용은 아직 의류에서는 1%밖에 되지 않습니다. 화학적 재활용 방식은 한번 사용된 원재료를 계속 순환해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자원의 100% 순환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직 기술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재활용을 목적으로 제작된다면 재활용이 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해조류 등 재활용이 쉬운 새로운 소재의 개발도 완전한 순환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원료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제품 제작 과정입니다. 세계자원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원료에서 24%, 원사에서 15%, 원단 마감에서 52%, 완제품 생산에서 9%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이중 탄소 배출 원인의 60% 이상이 전력 소비입니다. 따라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65%는 화석연료로 만들어지고 있죠.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최선이지만 당장 그렇게 못한다면 최대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차선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에너지다소비 국가면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효율의 제품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운송은 모든 생산과정에 필수적입니다. 제조 단계별 운송 거리를 줄임으로써 운송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패션 산업은 클러스터가 글로벌화되면서 세계 각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과정에서 장거리 운송이 불가피했습니다. 특히 급한 경우 국제 항공으로 완제품을 수송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여 탄소 배출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웃소싱 대상지를 국내로 옮기거나 근거리 아웃소싱(Near-shoring)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 실행이 가능한 소극적이면서 효과적인 탄소 배출 감축 방법은 포장재를 줄이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실제 제품의 가치와 상관없는 과대 포장과 현란한 디스플레이를 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재료도 대부분 석유계 원료가 사용됩니다. 포장재를 줄여야 한다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만 현재 소비재 중 약 50%가 온라인으로 거래되며, 온라인 거래는 주로 택배를 사용합니다. 택배는 제품의 손상을 막기 위해 과대 포장됩니다. 배송 중에 손상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포장을 하고 포장 폐기물을 수거하여 재활용해야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탄소 배출 감축 방법은 쓰레기 없는 디자인 설계와 정확한 수요 예측입니다. 제작 과정에서 버려지는 원재료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은 원재료 소비 자체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필요한 수량을 제때 출고하여 재고를 줄이고 물류에 머무는 기간도 줄이는 것입니다. 공급망의 다양한 데이터 소스와 소셜 미디어 동향 등 온라인 매체 정보, 그리고 내부의 정량적 데이터를 AI가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확한 수요 예측이 가능해졌습니다. 재료의 낭비 없이 꼭 필요한 만큼만 만드는 것이 패션 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입니다.
패션 산업, 미래를 준비하려면?
미래 패션 디자인의 핵심은 ‘무엇을 만드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드냐’입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늘 궁금해합니다. 특히 패션 산업은 새로운 스타일을 끊임없이 제안하는 산업으로 저의 디자인도 늘 미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에 유행할 스타일을 고민하는 일은 저에게 습관처럼 익숙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 전까지 형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디자인의 방향이 언제부터인가 환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어떤 스타일을 기획하더라도 친환경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제품 가격 중에 제품의 효용성 외에 환경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환경에 대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부가하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든 데이터와 최근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참고 ·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UN 동맹, ‘패스트 패션’의 피해 해결]ㆍ2019
KOITA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최신기술동향] · 2018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패션 산업, 갱신된 헌장으로 기후 야망 강화]ㆍ2021
교보지식포럼[플라스틱 재활용 당위성과 기술 현황]ㆍ2022
세계자원원구소(WRI)[넷제로로드맵: 과학에 기반한 의류 부문 목표 산출]ㆍ2019
에너지경제연구원[2021 에너지통계연보]ㆍ2022
산업통상자원부[탄소중립 견인을 위한 에너지효율 혁신 및 소비행태 개선방안]ㆍ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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