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산행기와 초보 등산러를 위한 꿀팁
임직원 전용
울산 가지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해발 1천m 이상의 9개 산을 ‘영남알프스’라 부릅니다. 지난 가을 영남알프스를 완등한 권범진 사우(품질관리팀 화학품질파트리더)가 후기와 함께 유용한 정보를 전합니다.
울산시 울주군에는 해발 1천 미터 넘는 산이 즐비해 영남알프스(일명 ‘영알’)라는 애칭을 갖고 있습니다.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천m 이상의 9개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합니다.
지난해부터 울주군이 ’영남알프스 9개 산 완등 인증’ 행사를 해오고 있는데 제법 유명세를 탄 까닭에 타 지역 사람도 많이들 도전합니다. 저 역시 이전부터 ‘울산에 있는 산에 두루 가봐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올 가을에 집중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대개 ‘1천m 고지의 산에 오르기는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산행은 해발 500m 근방에서 시작돼 대부분 2시간 정도면 정상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목표지점에 빨리 도착하겠다는 마음보다 가을 정취를 감상했고, 산행 자체가 주는 좋은 느낌을 즐겼습니다. 이렇듯 그간 등산 경험을 토대로 ‘등산 초보자를 위한 산행 팁’을 전하고, ‘영(남)알(프스) 산행기’와 함께 간단한 추천 제안을 덧붙여봅니다.
■ PART I : 초보 등산러를 위한 꿀팁
[몸 준비] 미리 화장실을 다녀온다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아랫배가 불편해오면 절대 즐거울 수 없습니다. 미리 집에서 억지로라도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산행 가방에 화장지, 물티슈 정도를 챙겨 응급 상황에 대비합니다.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길을 나섰다가 장에서 신호가 올 수 있으니까요. 우리 에쓰-오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뒤 양해를 구하고 그곳 화장실을 이용해 볼 만합니다.
[드레스 코드] 심플한 운동복 스타일이 멋있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은 솔직히 ‘아재’ 냄새 폴폴 풍깁니다. 운동복 스타일의 심플한 단색 옷이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등산복 제품을 택할 땐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고어텍스는 옷과 신발 소재에 방수 필름을 적용한 것인데, 물에 젖지 않는다는 장점 이면에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몸에서 발생하는 열과 땀을 옷 밖으로 배출시키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낮은 아침 기온에 따라 고어텍스 등산복을 입고 집을 나섰는데 산행 들어선 지 10분 만에 바로 벗어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경험을 공유하면, 봄가을 맑은 날 기준으로 하의는 통상적인 트레이닝 바지(지퍼가 있다면 휴대폰 분실 위험이 줄어듭니다)로 충분합니다. 상의는 티셔츠류에 바람막이를 겹쳐서 상황에 따라 하나씩 입고 벗을 수 있도록 합니다.
배낭은 25ℓ 안팎으로 크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등산화는 가죽 재질을 피하고, 챙 모자와 얇은 장갑을 챙깁니다.
[필수 용품] 가급적 등산 스틱을 준비한다
등산복은 패션을 뽐내며 입어줘도 어느 정도 괜찮습니다. 다만 등산 스틱은 각별히 챙길 아이템으로 꼽힙니다. 특히 하산할 때 빛을 발합니다. 발 내딛기 전에 스틱을 먼저 짚고 몸의 중심을 앞으로 보낸 뒤에 다리를 디디면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훨씬 경감됩니다. 스틱을 바르게 쥐는 법도 중요합니다. 손잡이에 달린 스트랩을 팔목에 건 뒤 스트랩과 손잡이를 함께 말아 쥡니다.
이건 진짜 비기인데, 이른바 저만의 ‘무릎 보호 3종 세트’가 있습니다. 알려드리자면 스틱, 무릎 보호대 그리고 등산화 속의 두툼한 양말과 폭신한 깔창입니다. 이렇게 대비하면 아무리 높은 산을 다녀와도 다음날 무릎 아플 일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산행은 안전하게 그리고 즐겁게
남은 등산 팁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산행 중에 땀이 나면 자신의 적정한 페이스보다 빨리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잦은 휴식 대신에 속도를 좀 더 늦추도록 합니다. 하산할 때 경사면에 마른 낙엽이 쌓여 있는 곳은 밟지 않습니다. 한번쯤 쫄딱 미끄러져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등산하거나 하산하거나 그 과정 중에 바닥만 볼 것은 아닙니다. 수시로 나무와 하늘을 바라다보세요. 좋은 순간을 사진 속에 남겨 SNS 이웃들의 부러움을 삽시다.
기본 중에 기본으로 챙길 것은 물과 이온음료입니다. 여기에 평소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가져다 산 정상에서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그 맛이 2배 이상 폭발하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흔적 없이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 PART II : 영남알프스 9등 산행
한창 어렸을 그 시절에 산에 올라가 텐트 치고, 버너와 코펠로 밥 지어 먹으며 산행하는 것이 ‘빅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그 좋은 기억에 힘입어 대피소 산장에서 1박 이상하는 산행을 즐겨왔습니다. 대신 가까이 있는 산에 자주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인근 좋은 산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일부 산은 꽤 인접해 있습니다. 산을 다 내려오지 않고 하루에 두 군데를 다녀올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덕에 산행 다섯 차례로 9개 산을 둘러봤습니다. 이에 앞서 인터넷을 뒤져보면 상세한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제했습니다. 너무 많이 알고 가면 재미가 덜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주차 위치, 등산 소요 시간 등 최소한의 정보만 알고 산행을 나섰는데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영축산ᆞ신불산ᆞ간월산]
한 차례 산행에 나서 3개 산을 모두 돌아볼 수 있습니다. 영남알프스 중 최고로 멋진 전망을 서로 견주는 산들입니다. 신불산 자연휴양림에 주차한 뒤 그리 힘들지 않게 영축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능선의 아름다운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신불산에서 간월산까지 가는 능선의 억새가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에 반짝여 가을 정취와 낭만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간헐재 억새평원에는 평일에도 가을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간월산에서 하산 길에 마주치는 파래소폭포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하루를 꽉 채우는 긴 산행으로 다리가 뻐근했지만 하늘 아래 꿈 같은 능선과 억새 향연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전혀 모를 정도였습니다.
★ 추천 코스: 간헐재는 복합웰컴센터에서 등산로와 콘크리트 포장길 합쳐 1.5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벼운 산행으로 닿을 수 있다. 간헐재 휴게소에는 컵라면을 판다. 김밥 정도 준비하면 훌륭한 피크닉이 가능하다.
[문복산ᆞ고헌산]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습니다. 두 산 모두 경주 언저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중 문복산은 동네 뒷산마냥 평범해 같은 반에 있는 조용한 학생과도 같았습니다. 산행하는 이들의 발길마저 뜸해 호젓한 느낌입니다. 그 특이한 이름에 유래도 있습니다. 옛날에 ‘문복’이라는 노인이 이 산에 들어와 평생 도를 닦고 살았다 합니다.
고헌산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종합 선물세트‘ 같은 산입니다. 오르막은 계단으로 잘 조성돼 있고, 친근한 흙길, 키 큰 나무 사이를 지나는 숲길, 오솔길이 다채롭습니다. 그러다가 계속 이어지는 돌 오르막부터 서봉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아름다운 능선까지, 그간 느껴왔던 등산의 즐거움이 망라돼 있습니다. 앞으로 고헌산은 내가 자주 찾는 ‘절친’이 될 것 같습니다.
★ 추천 코스: 어느 정도 산을 좋아한다면 고헌산에 꼭 가보길 강(력)추(천)!
[천황산ᆞ재약산]
표충사에서 등반해 올라가는 코스가 있긴 합니다. 그보다 10분 만에 해발 1천20m까지 광속 이동하는 ‘밀양케이블카’가 압권입니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할 수 있습니다. 이 케이블카의 선로길이는 1.8㎞로 국내 최장거리라고 합니다. 제가 갔던 시기는 가을 행락 시즌이라 첫 운행(오전 8시 30분)에도 케이블카 안이 이미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얘기치 못한 곳에서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 혼자 온 어떤 분과 자연스럽게 함께 걸었습니다. 대화로 알게 된 그는 10년 전에 대장암 수술을 한 뒤 전국 방방곡곡 산을 다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후 걷고 걸어 천왕산~재약산을 돌아 사자평에 도착했는데 꺅~ 대박 사건! 문재인 전 대통령 일행이 산행 중이었습니다. 악수하며 인사말을 나누고 같이 사진도 찍었습니다.
전체 구간에 걸쳐 계단과 덱 로드가 설치돼 있어 산책과 같이 편안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120만 평 넓은 억새 밭인 사자평 이름의 유래는 동물의 왕인 사자의 영토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추천 코스: 산행 싫어하는 아내나 어린 자녀들이라도 함께 케이블카(왕복 1만5천 원)를 타고 천고지에서 장관을 볼 수 있으니 가족 단위로 가보길 추천할 만하다.
[운문산]
영남알프스는 울산뿐 아니라 밀양과 경주 일부에도 걸쳐 있습니다. 운문산과 가지산을 기준으로 위로는 경상북도 청도군, 아래로는 경상남도 밀양시가로 행정구역이 나뉩니다. 이 두 산의 거리는 5.5㎞인데, 보통 ‘영남알프스’ 완등 도전자들은 15㎞ 8시간 산행으로 1일2봉 고지에 오르는 것을 목표합니다.
점심을 싸다니지 않고 쿠키와 커피로 간단히 요기를 하던 터라 운문산에서 내려오니 힘에 부쳤습니다. 산행이 길어지면 체력 이상으로 무리할까 봐 가지산은 별도의 도전 계획에 포함시켰습니다. ‘산을 각각 따로 만나야 그 즐거움과 감동이 더할 것’이라는 핑계를 즉석에서 만들었습니다. 😅
운문산 정상에도 여지없이 억새가 피어 있었습니다.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푸른 하늘과 그 하늘에 펼쳐진 구름이 장관이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가깝고 먼 거리에 따라 짙고 옅게 채색한 수묵화 같았습니다. 애국가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풍광입니다. 여태껏 최고의 산을 설악산으로 꼽아왔는데, 그날만은 운문산이 으뜸이었습니다.

[가지산]
가지산 정상은 해발 1천241m로 영남알프스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석남터널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많이들 선택하는 최단 거리이지만 완등 마지막 산행인 만큼 풀코스로 정했습니다. 결국 석남사 주차장에서 가지산-쌀바위를 거쳐 다시 석남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총 6시간 정도 소요됐습니다.
석남사가 해발 280m에 위치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상까지 딱 1천m 높이를 올라가야 합니다. 가는 길에 있던 바위 경사면은 거의 암벽 타기 수준으로 가팔랐습니다. ‘겁 많은 우리 마누라는 못 올라 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는 말처럼 한발 두발 내딛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가까워졌습니다. 천천히 올라가면 누구라도 정상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태화루와 마찬가지로 ‘가지산 막걸리’가 있는 걸 보면 가지산은 울산의 대표 명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가장 높다는 상징성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정상 풍광을 한번 경험하신면 ‘꼭 다시 오르리라 ‘생각이 들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 추천 코스: 쌀바위와 가지산 정상까지 가는 가장 쉬운 길은 운문령에 차 대놓고 임도(산림 내 개설한 도로)로 걸어가는 것이다. 왕복 3시간이면 다녀갈 수 있다. 재미난 전설도 있다. 옛날에 쌀바위 틈에서 쌀이 조금씩 먹을 만큼 나왔는데, 쌀을 더 많이 나오게 하려고 욕심 부리는 바람에 더 이상 쌀이 안 나오게 됐다고 한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사는 게 정답인가 싶다.



마지막 정상에 올라 ‘영남 알프스 완등 인증’ 어플로 GPS를 켠 상태에서 얼굴이 나오게 정상석 사진을 찍는 걸로, 9개 봉을 다 돌았습니다.
이번 도전은 성취 이상의 것을 가져다줬습니다.
평생 잘 지낼 좋은 친구들(새로 오른 산들!)을 소개 받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 친구들을 자주 만나러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글 · 권범진 사우 (품질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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