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탄소로 출렁이는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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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ㆍSㆍG 각 분야와 밀접한 화두를 중심으로 ESG에 대한 이해를 넓혀갑니다.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의 건강한 가치를 생각합니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26)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합의가 도출됐습니다. 참여국 간의 이견으로 그동안 합의를 이루지 못한 파리협약 6조[2]가 타결된 것입니다. 글래스고 기후협약(Glasgow Climate Pact)으로 불리는 이 합의안을 통해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인 파리협약 6조의 세부 이행지침이 도출됐고,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Paris Rulebook)이 완성됐습니다.
[1]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해마다 개최하는 당사국들의 회의다.
[2]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약으로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1년 1월부터 적용됐다. 그중 6조는 당사국들이 서로 협력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감축한 실적을 주고받아 자국의 감축목표(NDC) 달성에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설립하도록 했다. 감축분 거래는 ‘시장’을 전제해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이행규칙을 완성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최종 타결된 제6조는 환경 건전성 강화ᆞ지속가능발전 촉진ᆞ이중계상 방지를 공통원칙으로 한 가운데 교토메커니즘[3]과 유사한 협력적 접근법(6.2조)ᆞ지속가능발전 메커니즘(6.4조)ᆞ비(非)시장 접근법(6.8조)을 시장 메커니즘으로 제시했습니다.
[3] 교토의정서에서는 당사자국들이 온실가스 배출감축요구량에 대한 잠재적인 경제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유연성 있는 제도로, 공동이행제도(JI, 제6조)ᆞ청정개발체제(CDM, 제12조)ᆞ배출권 거래제(ET, 제17조)가 이에 해당한다.
그간 파리협정 6조에서 이중계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감축 실적(ITMOᆞInternational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으로의 이전과 청정개발체제(CDM) 감축 실적의 사용, 감축 실적에 대한 적응 재원 공제는 쟁점 사안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글래스고 기후협약에서는 감축 실적을 국제적으로 이전할 경우 상응 조정을 원칙으로 하고, 사용 용도에 따라 상응 조정 대상[4] 및 상응 조정 미 대상[5]을 구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 목적, 국제 감축 목적(국제 민간항공기구의 탄소상쇄감축제도 등), 기타 목적 중 호스트 국가의 승인,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실적을 구입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5] 기타 목적 중 호스트 국가의 미승인
탄소배출권, 그리고 탄소국경조정제도
글래스고 기후협약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의 기틀을 마련한 교토의정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제3차 당사국총회(1997년)에서 채택됐습니다. 이 의정서에는 부속서Ⅰ국가(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등 선진국) 및 부속서Ⅱ국가(개발도상국에 재원과 기술을 이전할 주요 선진국)가 구분돼 있습니다. 1차 공약 기간(2008년~2012년)에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부속서B[6] 국가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감축하기로 했고,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량을 상호 이전할 수 있는 공동이행제도(JI)를 마련했습니다. 또 할당 받은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ET)와 함께 비부속서Ⅰ국가(개발도상국)에서 부속서Ⅰ국가로 감축량을 이전할 수 있는 청정개발체제(CDM)를 도입했습니다.
[6] 교토의정서에서 채택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합의한 국가들로 기후변화협약의 부속서Ⅰ국가 중 터키와 벨라루스를 제외한 38개국으로 구성됐다.
그 뒤 신기후체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제17차 당사국총회(2011년)에서 2020년 이후 적용할 새로운 기후대응 협약을 준비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 합의를 기반으로 제21차 당사국총회(2015년)에서 역사적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됐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이러한 기후대응ㆍ탄소시장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탄소시장과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2005년 출범시켰습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산업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상한선을 정하고 일정량의 무료 배출권을 할당해 유출을 해결하는 데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산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친환경 전환의 동기부여를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행하기로 한 새 정책이 탄소국경세라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입니다.
탄소배출권으로 보호받는 유로존[7] 기업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출범에는 보다 직접적인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유럽연합 외 국가에서 배출되는 탄소 유출 위험을 줄여 유럽연합의 기후 목표를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유로존 내 제품과 그 외 국가 수입품 사이의 탄소 가격을 균등하게 해서 탄소 정책이 취약한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탄수국경세로 얻게 되는 막대한 수입을 코로나 이후 유럽국가들의 재건비용과 그린딜[8] 지원자금으로 활용해 유럽연합의 예산과 미래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7] 유럽연합의 단일화폐인 유로를 국가통화로 도입해 사용하는 국가나 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8] 유럽 그린딜은 에너지전환의 연장선으로 환경을 고려한 저탄소 정책이 아니라 화석연료 이후의 시대에 순조롭게 경제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려는 경제정책이다.
즉 기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보완하고 유럽연합으로 수입되는 제품 중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을 제한해 유로존 내 기업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재원도 충당할 수 있는 1석 3조의 정책 효과를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과 강화
지난해 3월 유럽의회는 자체 작성한 탄소국경조정제도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7월에는 유럽 그린딜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 유럽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이 발표됐고, 같은 시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로존 정책 패키지 ‘Fit for 55(핏포55)‘를 발표하면서 이 패키지의 핵심정책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입법 초안의 과세대상 항목은 철, 강철,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발전으로 이들 항목의 생산시설 내에서 발생한 직접 배출량(Direct Emissions)이 과세 범위로 정해졌습니다. 또 전기 등의 생산ㆍ소비에 따른 간접 배출량(Indirect Emissions)은 일정 기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운영방식은 수입자가 배출량 1톤당 인증서 1개를 제출하도록 해 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거래제 가격과 탄소국경조정제도 인증서 가격을 연동시켰습니다. 또 회원국별로 관할 당국을 지정ㆍ운영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공개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관리하는 방식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1월 유럽의회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새로운 개정내용으로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개정안은 유럽의회의 법안 표결을 거친 뒤 유럽연합 이사회ㆍ집행위원회ㆍ의회가 합의를 거쳐 올해 6월에 최종안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이번 시행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기존 안에서 적용 품목, 도입 시기와 배출권 무상 할당량의 폐지 가속화, 배출 적용 범위 확대 등이 달라지게 됩니다. 아울러 기존 5개 항목에 유기화학품ㆍ수소ㆍ암모니아ㆍ플라스틱이 새로 추가됩니다. 도입 시기는 무상 할당량의 감축과 완전 폐지 시기를 기준으로 부분 도입과 전면 도입으로 나뉘는데, 부분은 기존 2026년에서 1년, 전면은 기존 2036년에서 7년 앞당겨집니다. 배출범위 역시 광범위한 확대 적용을 예고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합치성을 위해 제도 도입 이후에는 간접배출 비용에 대한 보상을 폐지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세 도입과 국내 산업계
지난해 1월 그린피스는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입법안과 이후 여러 시나리오에 기준해 우리 수출제품의 부담 예측치를 포함해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탄소국경조정제도 원안 도입 시 2023년 한국 산업은 약 2천900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고, 2030년에는 약 7천100억원의 비용이 부과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는 초안의 1톤당 35달러를 적용한 결과입니다. 현재 유럽의회 개정안이 나온 상황에서 1톤당 100달러로 강화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약 9천489억원의 비용이 부과돼 국내 산업계가 큰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한편 유럽 환경 싱크탱크인 E3G에서는 2035년 한국산업이 부담할 비용을 약 4천702억 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조사기간과 기준에 따라 달라지며, 시행 첫 해에 예상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려면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탈탄소 기술 개발 등이 선행돼야 합니다. 탄소포집 활용ᆞ저장(CCUSᆞ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이나 수소환원 등이 있는데 이런 기술개발은 시간을 필요하므로 빠른 협력 추진이 중요합니다. 이보다 가까운 대응 방법으로 녹색프리미엄제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기재생에너지 전략 구매 계약(PPA)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 및 제도를 활용해 RE100[9]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녹색프리미엄제도는 전기판매사업자(한전)가 구매한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해 사용자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인증 받는 제도로 전기요금과는 별도로 사용자가 자발적ㆍ추가적으로 지불하는 순수 기부금 형태로 이뤄집니다. 또 전기소비자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10] 이행에서 부족한 할당량을 위해 재생에너지인증서를 구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9] 기업에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10] 대규모 발전 사업자에게 총발전량에서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을 의무화한 제도
에너지 기업과 탄소시장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과 동시에 진행되는 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개혁안은 큰 폭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기존에 제외 대상이던 해운산업부터 자동차ㆍ비행기 등 수송분야와 발전소ㆍ공장 등 기본 산업시설까지 광범위하게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적용됩니다. 항공산업에 할당되던 무료 배출권도 점진적으로 폐지되며, 수송과 빌딩분야에도 별도의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됩니다. 특히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신차 판매가 금지돼 석유ㆍ화학업계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 받습니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승용차의 경우 현존하는 기술을 이용해 전환에 나설 수 있지만, 대형트럭과 선박, 항공 분야는 기술 발전이 필요하며,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용이 높고 기업별로 기술 격차가 크다는 점도 있지만, 선박유와 항공유로 움직이는 선박과 항공기의 경우 이러한 기술이 대부분 프로토타입 또는 시연 단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에너지ㆍ화학 기업 S-OIL은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탄소경영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수소 산업 진입에 잰걸음을 옮깁니다.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소 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참여 확대의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아울러 탄소 포집(CCUS) 관련 신기술 개발 협력 투자를 추진하면서 탄소중립 연료인 이퓨얼(e-Fuel) 연구와 플라스틱 리사이클 관련 기술 협력을 진행하는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에너지 산업계가 탄소시장과 탄소국경조정제도, 글래스고 기후협약과 같은 강력한 글로벌 목표와 가이드라인에 대응해 미래를 향한 걸음으로 발맞춰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참고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www.ec.europa.eu/info/index_en
유럽의회 www.europarl.europa.eu/portal/en
그린피스ᆞEY한영회계법인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주요 3개국(미국ㆍ중국ㆍEU)을 중심
으로]ㆍ2021.1
국제에너지기구 [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ㆍ2021.5
한국무역협회 [EU의회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정안 평가와 시사점]ᆞ신규섭ᆞ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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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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