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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2 |

우아한 화학

‘일상을 바꾼 화학’을 주제로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지식 정보를 제공합니다. 인간 삶을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개선한 화학사를 포함합니다.

바야흐로 노벨상(Nobel Prize) 시즌입니다. 과학계에서 한 해를 정리할 때 이처럼 즐거운 주제는 없지요.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10일 개최됐습니다. 두 달 전 미리 수상자를 발표하는 관례 때문에 오히려 본 시상식에 대한 관심은 저조합니다. 그래도 뭐든 진짜 열리는 게 재미인데 말이죠.

따로 또 같이, 노벨의 유산
최근 과학계는 노벨상 관련 다양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의 가치와 중요성만큼은 여전히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 출처: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nobelprize.org) >

노벨상은 1901년 제정됐습니다. 인류에 지대한 공헌이나 발명을 한 사람들에게 주어집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화학자 겸 연구가,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의 유언에 따른 것이죠.

기본적으로 과학적 성과에 우선해 생리의학상ㆍ물리학상ㆍ화학상을 선정합니다. 추가로 문학상과 평화상도 시상합니다. 경제학상도 있지만 이는 1969년 추가한 것으로 스웨덴 중앙은행이 주관합니다. 권위는 인정하지만 큰 줄기로부터는 살짝 벗어나죠.

수상은 한 분야에 최대 3명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상금은 기여도에 따라 분배하고요. 적게 받으면 기분은 나쁘겠지만 노벨상을 받는다면야, 상금이 문제일까요.

과학계의 연예인, 화학

발표 순서는 생리의학ㆍ물리학ㆍ화학상 순입니다. 문학ㆍ평화ㆍ경제학상은 앞서 말했지만 번외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시상식 마지막에 주는 상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과학 중에 과학은 역시 화학이라는 농담이 떠오릅니다.

따로 또 같이, 노벨의 유산
스웨덴(Sweden) 수도 스톡홀름(Stockholm) 시청에서 열린 2021 노벨상 세리모니 현장.
< 영상출처: Nobel Prize >

Nobel Prize

올해 화학상을 살펴봅니다. 노벨위원회는 베냐민 리스트(Benjamin List)와 데이비드 맥밀런(David MacMillan)에게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겼습니다. 제약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화학을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비대칭 유기촉매를 개발한 공이지요.

상을 이해하려면 습득할 내용이 있습니다. 먼저 촉매입니다. 촉매는 화학 반응에서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속도를 더 빠르거나 느리게 조절하는 물질입니다. 사실상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촉매(Catalyst)의 어원은 ‘(매듭 등을) 풀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입니다. 즉 촉매는 화학 반응의 매듭을 풀어내는 열쇠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화학이란 결국 이렇게 저렇게 결합하고 분해해 물질 성질을 바꾸는 것이니 촉매야말로 화학의 핵심입니다.

비대칭 유기도 흥미롭습니다. 정확히 비대칭 유기 화합물입니다. 유기 화합물의 원자 구조를 보면 좌우가 대칭인 형태가 있고, 반대로 대칭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쉬운 예로 오른손을 거울에 비추면 왼손처럼 나옵니다. 그래서 손을 마주하면 모양이 맞죠. 이런 경우를 비대칭이라고 합니다.

따로 또 같이, 노벨의 유산
따로 또 같이, 노벨의 유산
(위) 좌우가 대칭인 아세톤 (아래) 비대칭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탈리노마이드 거울상.
< 출처: 위피키디아 (ko.wikipedia.org) >

비대칭 유기 화합물 중에는 거울상이 전혀 다른 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합성감미료의 일종인 아스파탐(aspartame)은 원래 설탕의 200배나 되는 단맛이 납니다. 그런데 거울상을 작용하면 쓴맛이 나는 식이죠. 그나마 아스파탐은 가벼운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심각한 사례는 따로 있습니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약이 그것인데요. 1950년대 개발된 약으로 원래는 임산부의 입덧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문제는 탈리도마이드에 들어간 거울상이 태아의 혈관 생성을 막아 결과적으로 기형아를 출산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성분과 특징을 명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약이 출시됐고 실제로 많은 기형아가 태어났습니다. 현재는 판매가 금지된 상태이고요.

비대칭 유기촉매는 바로 이 부분의 해결책입니다. 거울상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지 못하게 작용하는 것이죠. 당연히 이 촉매는 화학 합성 전반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무엇보다 의약품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했고요. 과연 노벨상에 걸맞은 대단한 업적입니다.

협력과 연대의 가치

올해 물리학상은 최초로 대기과학을 연구한 세 명의 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노벨상위원회가 기후위기 관련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과학자들에게 전했다는 분석입니다. 재밌는 건 수상자 중 한 명인 클라우스 하셀만(Klaus Hasselmann) 박사입니다. 독일의 해양학자 겸 기상학자인 그는 기후 모델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예측한 공로로 상을 받았습니다.

하셀만 박사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소감을 밝힙니다. 이유는 자신을 화학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웃픈’ 일이지만 결론적으로 올해는 물리학상도 화학자가 받은 셈입니다.

과학계에서 다른 분야의 상을 받는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그와 관련된 흑역사도 넘쳐나고요. 핵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가 그러합니다.

어니스트 러더퍼드 박사는 물리학자로서 자부심이 굉장한 사람이었습니다. 대놓고 주변에 이렇게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과학은 물리학 아니면 우표수집이다.”

과학 중에 진짜 과학은 물리학 뿐이고 나머지 과학은 자연 현상을 관찰해 정리한 것뿐이라고 다른 분야를 무시한 거죠. 1908년 어니스트 러더퍼드 박사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그런데 아뿔싸, 노벨상 위원회는 그에게 물리학상이 아닌 화학상을 줍니다. 아주 정중하고 신사답게 욕을 먹인 것 같기도 하네요. 결과에 상관없이 과학은 모든 분야가 고루 중요하고 같은 뿌리임을 일깨우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기술과 사회가 발전할수록 과학은 더 세세히 분야를 나누겠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비슷할 겁니다.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푸는 것이지요. 미래를 향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응원합니다.


참고 ·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www.nobelprize.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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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후
베스트셀링 도서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비롯해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까지 총 4권의 책을 집필하고 더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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