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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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 |

오지게 오지여행

소외된 지역 여정을 통해 글로벌 지역 환경의 보존 가치를 일깨웁니다.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그리며 새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아프리카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오지입니다. 서구적 관점으로는 유럽의 무역선이 상륙한 약 500년 전이 아프리카의 탄생입니다. 반면 인류가 두 발을 디딘 최초의 땅이라는 종교적 세계관도 존재합니다. 확실한 정답은 아무도 모르지만요.

정갈한 야생, 케냐
케냐 사파리에서 만난 아기사자들. 예상외로 작고 말랐으며 위압적이지 않다.

북미나 유럽과 달리 아프리카는 횡단이 까다로운 대륙입니다. 일단 하늘길이 드물고 항공료가 매우 비쌉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대놓고 비자를 요구하는데 비용은 물론 발급 기준과 기간이 제각각입니다. 불안한 치안 때문에 장기간 육로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고요.

멀고, 크고, 비싼데다 결정적으로 위험합니다. 단점이란 단점은 모두 갖췄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재까지도 아프리카는 많이 낯설고 어렵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뿐 아니라 심적으로도 멀지요. 기껏해야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를 커피 이름과 연결해 기억하는 수준입니다. 고백하자면 케나(Kenya)도 처음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설렘과 긴장의 연속

수단(Sudan)과 에티오피아(Ethiopia)를 거쳐 케냐에 도착합니다. 두 나라를 통과하는 여정은 정말 고단하더군요. 어지간한 오지는 제법 다녀봤기에 이골이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단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는 단순히 험하고 힘들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안내 표지는커녕 도로 이름조차 없습니다. 그저 ‘길’이라고만 부릅니다. 제아무리 경험 많은 탐험가일지라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습니다.

정갈한 야생, 케냐
황량한 아프리카의 모랫길. 사하라의 모래는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만 이동에는 최악의 장애물이다.

심지어 수단은 사하라 사막 동쪽 끝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극심한 건조 지대에 속하는지라 미세한 모래먼지가 끊임없이 몸에 달라붙습니다. 눈과 코를 천으로 감싸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사막을 넘자 일행 모두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초사이어인’ 머리 스타일로 변신했습니다.

에티오피아로 접어들면 풍경은 더 극적으로 변합니다. 잠시 녹지가 나왔다 사라지고 이내 돌 투성이 바위가 나타납니다. 미끄럼틀을 타도 이상하지 않을 가파른 도로까지 이어집니다. 그나마 대도시를 갖춘 케냐가 구원투수와 같습니다.

울퉁불퉁하지만 함몰된 구덩이 없이 곧장 깔려있는 도로를 발견합니다. 한국에서라면 이런 길을 어찌 달리겠냐고 화를 내겠지만 아프리카는 다릅니다. 인간은 결국 적응의 동물입니다. 불안정한 도로와 낡은 자동차, 남루한 건물조차 최고로 세련돼 보이니까요.

햇살 가득한 녹색 도시의 명암

케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비교적 모범적인 나라에 속합니다. 수도 나이로비(Nairobi)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고요. 전체 인구 중 기독교 비중이 80%에 달한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모국어(스와힐리어)가 존재하지만 영어가 잘 통하고 생활 수준도 남다릅니다. 여행하는 내내 줄곧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갈한 야생, 케냐
나이로비 직장인들은 마타투(matatu)라는 미니버스를 이용한다. 마타투는 케냐에서 가장 흔한 대중교통으로 화려한 색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특징이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나이로비 도심에는 고층 건물이 많습니다.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유엔 나이로비 사무국, 성당, 모스크 등이 그것이지요. 인상적인 건축 양식은 근사한 도심 스카이라인을 완성합니다. 상당한 작품을 갖춘 박물관, 독특한 재래시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수제 맥주 양조장까지 즐길거리가 충분합니다.

기존까지 ‘햇살 가득한 녹색 도시’라는 별칭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는 불가분한 관계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나이로비의 미세먼지 농도는 권장 수준 최고치 보다 70%나 높습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심 풍경의 뒷모습입니다.

최근 케냐를 포함한 아프리카 전역의 이슈는 중국의 사업과 그로 인해 유입되는 자본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중국이 아프리카에 투자한 금액만 무려 1천480억 달러, 한국돈으로 166조 7천220억 원에 이릅니다.

정갈한 야생, 케냐
아프리카에서 가장 활발한 도시로 알려진 나이로비 전경.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clipartkorea.co.kr) >

일종의 공적 개발자금이라는 여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의 원조가 자국의 기술과 현지 노동력을 결합한 인재 육성에 방점을 찍는다면 중국의 경우 조금 다릅니다.

차관[한 나라의 정부ㆍ은행ㆍ회사 등이 상대국의 정부ㆍ은행ㆍ회사에 대해 장차 필요할 경우 일정한 융자를 받을 것을 예약 혹은 차입한 신용]을 제공받는 나라 입장에서는 빚을 내 기반 시설을 만들고 직접 고용까지 달성하는 게 유리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직접 시설을 관리하다 20~30년 뒤 기부체납 형태로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고용이나 인재 육성이 힘들뿐더러 그들이 재차 임금을 받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도 사라집니다.

케냐는 세계은행에 이어 중국을 국가의 두 번째 채권자로 두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감탄한 도로망도 실상은 중국 자본과 노동자들이 닦은 길입니다.

느린 속도로 체감하는 현실

케냐에서 야생의 기린과 코끼리, 사자 등을 실컷 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큐멘터리나 영화에 등장하는 생생한 장면 말입니다. 대부분 여행자라면 버킷 리스트로 손꼽는 일정이지요. 나이로비에서 야생동물 천국인 마사이마라(Maasai Mara) 국립공원까지 국내선 항공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마주한 사파리의 모습은 영화와 특별한 의미로 달랐습니다.

정갈한 야생, 케냐
마사이마라는 탄자니아(Tanzania)와 케냐 국경선 사이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다양한 사파리 투어가 가능하다. 사진은 일몰을 맞은 기린 커플.

표정 없는 동물들과 생동감 없이 잘 정돈된 공원을 둘러봅니다. 인간의 질서에서 벗어난 장면을 원했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심정이 복잡해졌습니다. 일부러 현지 사람에게 야생의 뜻을 물었을 정도니까요. 한 현지인 친구는 이렇게 대꾸하더군요.

“여행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사자를 볼 생각에만 부풀어있지요. 막상 우리 케냐 사람들 중 사자를 본 이는 10%도 안됩니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입장료는 케냐 평균 소득(2000년대 초반 당시) 기준 두 달치 수입에 달하는 금액이니까요.”

정갈한 야생, 케냐
케냐의 밤하늘. 아직까지는 맑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관측이 가능하다.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느낌입니다. 천천히 느리게 걷는 여행은 미처 몰랐던 현실을 깨우칩니다. 상상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는 세상의 단면은 어디든 비슷합니다.

케냐는 한때 아프리카의 우등생으로 불렸습니다. 여기저기 개도국을 많이 다녀봤지만 수도를 제외하고 시스템이 안정적인 국가는 드뭅니다. 공공 교통수단이 시골까지 연결될 정도면 정말 괜찮은 경우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동남아 국가들도 중앙과 몇몇 도시를 제외하면 공영버스조차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케냐는 발전 가능성이 높고 미래가 기대되는 지역이 분명합니다.

케냐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순수한 자연이 더는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소원하건대 현지인들이 보다 자유롭고 편하게 일하며 다양한 야생동물을 수시로 구경했으면 합니다. 조용히 *‘하쿠나마타타(Hakuna matata)!’를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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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거리가 없다”는 스와힐리어로 “다 잘될 거야” “근심 떨쳐버려”의 의미


INFO. 케냐 (Kenya)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하며 1963년 12월 12일 단일 국가로 독립했다. 정식 명칭은 케냐공화국(Republic of Kenya)이다. 동쪽으로 소말리아, 서쪽으로 우간다, 남쪽으로 탄자니아, 북쪽으로는 에티오피아, 수단과 접한다. 탁월한 지형과 함께 야생동물이 서식하기 좋은 원시적인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농업, 커피, 화훼 등이 주요 기간산업이다. 현재 외교부 여행경보 발령 기준 3단계 적색경보(출국권고)의 상태다.
– 면적 : 58만㎢
– 기후 : 건조ㆍ사바나 기후
– 언어 : 스와힐리어ㆍ영어
– 수도 : 나이로비 (Nairobi)
– 인구 : 5천498만 명
– 교통 : 서울발 나이로비 직항 노선 이용 (현재 코로나 팬데믹에 따라 탄력 운행)
– 전압 : 240Vㆍ50Hz
– 화폐 : 실링 (Ksh, 100실링= 약 1천8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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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외교부 (www.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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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환타
인도, 중국, 일본에서 주로 서식한다. 지금까지 총 11권의 여행안내서와 에세이를 냈다. 여행과 함께 세상사에 대한 관심으로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여행을 빙자한 국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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