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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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 |

꾸안꾸 밥상

건강한 식단과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맛집을 추천해 드립니다. 향토 음식을 포함해 계절과 자연이 살아있는 메뉴들을 권합니다.

문어는 맛 좋은 해산물(실은 연체동물)입니다. 강원과 영남 해안가를 비롯한 동해권 도시에선 예부터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이기도 하고요. 원래 뼈가 없는 식품은 제상에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비들이 유독 문어만 특별 대접을 했습니다. 먹물 품은 문어(文魚)를 ‘글을 아는 물고기’라 여겼기 때문이지요. 정작 문어에게는 대단히 슬픈 일입니다.

‘월클’ 뽐내는 겨울 문어
문어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철을 맞는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clipartkorea.co.kr) >

문어는 실제로도 머리가 좋습니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사물을 구분하는 지적 능력에다 성격도 강한 편입니다. 무척추동물 중 가장 큰 뇌를 지녔다고 하지요. 어찌나 남다른지 심장도 3개입니다. 하나는 허파처럼 몸에 산소를 보내고 나머지 두 심장은 아가미와 다리에 혈액을 공급합니다. 농담이지만 외계인이 따로 없습니다.

똑똑한 천연 자양강장제

지중해 연안을 제외하고 유럽과 미주인들은 문어를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 영화 <007> 시리즈나 공상과학소설은 인류에 해를 끼치는 괴물쯤으로 여깁니다. 일부 해적 영화에서는 선장 얼굴을 문어처럼 묘사한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악당 이미지와 달리 맛은 정말 월클[월드클래스]입니다.

천연 자양강장제로 불릴 만큼 효능도 뛰어납니다. 몸에 좋은 타우린 성분을 다량 함유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간의 해독작용, 피로 해소 등을 돕습니다. 특히 문어에 함유된 비타민E 성분은 체내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재생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월클’ 뽐내는 겨울 문어
서양에서는 문어를 샐러드 같은 찬 음식에 주로 사용한다. 국이나 탕으로 즐기는 동양과 대비된다.
< 출처: 언스플래시 (unsplash.com) >

문어는 남유럽과 아시아에서 무척 사랑받는 식재료이지요. 그리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등 지중해풍 요리는 주로 차가운 샐러드에 문어를 활용합니다. 채소의 깔끔한 맛과 부드러운 문어의 조합이 입안을 풍족하게 합니다.

중국 남부 지방과 동남아 해양국가에선 볶음, 수프 같은 뜨거운 요리에 문어를 씁니다. 일본은 타코야키가 유명하지만 사실은 초밥 재료로 더 유용합니다. 쓰임새 많고 조리 방법도 다양한지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번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문어 따라 국내 맛 기행

우리나라의 문어 사랑도 대단합니다. 문어를 잘 손질해 그대로 삶아서 먹는 숙회는 일반 가정에서도 단골 메뉴입니다. 그다음은 해물탕 같은 국물 요리입니다. 찰진 식감과 시원한 국물을 마다할 한국인은 드무니까요. 튼실한 문어 다리를 삶아 투박하게 썰어내면 씹는 맛은 고기와 비슷한데 기름기 하나 없이 담백하니 건강에도 좋습니다.

문어는 낙지와 마찬가지로 날이 추워지면 더욱 맛이 듭니다. 수치로는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소비됩니다. 이 지방에는 낙지나 주꾸미 등이 거의 없어 문어가 더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크게는 돌문어, 참문어, 피문어 등으로 구분합니다. 연안에서 통발로 잡거나 갑각류를 닮은 루어 낚시로 문어를 끌어올립니다.

‘월클’ 뽐내는 겨울 문어
원기회복에 좋은 문어국밥. 소고기와 문어를 같이 삶는 방식은 경북이나 강원권 제사상에선 익숙하다.

강원도 속초에는 특별한 국밥으로 연일 입소문을 타는 집이 있습니다. 속초관광시장 앞에 위치한 문어국밥입니다. 이곳은 강원도 고성에서 낚시로 잡은 참문어만을 씁니다. 질 좋은 한우 양지와 사태를 참문어와 함께 삶아 푸근한 맛을 선보이지요.

맛이 강하지 않고 심심하지만 혀끝에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맴돕니다. 문어의 감칠맛은 주로 겉 표피에 있는데요. 삶으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부분에서 바다 내음이 그대로 납니다. 제상에 오르던 탕국이 뚝배기로 몸을 옮겨 뜨끈한 국밥으로 재탄생한 셈이죠. 요즘처럼 으슬한 날씨에 속초 여행과 함께하면 딱입니다.

‘월클’ 뽐내는 겨울 문어
화려한 비주얼과 맛을 자랑하는 강진 명물 회춘탕. 갖은 약재와 문어, 오리, 닭 등의 조화가 훌륭하다.

전남 강진군에는 회춘탕이라는 신기한 요리가 있습니다. 닭이나 오리에 문어를 통째로 넣어 끓인 탕입니다. 원래 해천탕ㆍ혜천탕ㆍ해신탕 등으로 불리는 조합이지요. 그런데 이들과 회춘탕은 약간 다릅니다.

강진군이 필수로 지정한 갖은 약재를 함께 넣어야만 ‘회춘탕’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만큼 맛과 기술이 보장된 음식이랄까요. 한정식으로 유명한 강진 은행나무집은 공인받은 회춘탕을 선보입니다. 문어와 토종닭을 통째로 넣고 큼직한 전복과 다양한 조개류, 버섯, 채소, 약재 등을 곁들어 팔팔 끓이죠. 맛이 없을 리 만무합니다.

뜨거운 국물에 한 번 취하고 부드러운 전복과 조갯살에 두 번 취합니다. 채소와 버섯, 고기까지 열심히 해치우면 등허리부터 속까지 온몸이 후끈합니다. 기분 좋은 시원함과 노곤함은 덤이지요.

어느덧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입니다. 춥고 힘든 일상이지만 희망을 품어봅니다. 다양한 문어 요리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건강한 새해를 맞이했으면 합니다.


INFO. 추천식당 <속초문어국밥>
위치 :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147번길 43
영업시간 : 8:00~22:00 (수요일 휴무)
메뉴 : 문어국밥ㆍ문어비빔밥 1만 원
          문어비빔국수 8천 원

‘월클’ 뽐내는 겨울 문어

INFO. 추천식당 <은행나무>
위치 :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로4길 30
영업시간 : 11:30~20:00
메뉴 : 회춘탕 12만 원
          한정식 9만 원

‘월클’ 뽐내는 겨울 문어

INFO. 세상에 이런 요리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문어세비체>

‘월클’ 뽐내는 겨울 문어
< 영상출처: 김상궁의 수랏간 >

김상궁의 수랏간

세비체(Ceviche)는 페루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주로 먹는 샐러드이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얇게 저며 레몬즙이나 라임즙, 고수, 고추, 양파, 소금 등을 넣고 재워 두었다가 먹는다.

· 올리브오일, 설탕, 레몬즙, 현미식초, 올리고당, 발사믹, 후추, 소금, 다진 마늘을 넣어 기본 소스를 만든다.

· 끓는 물에 천일염 약간을 넣고 자숙문어를 담갔다 즉시 건진다.

· 문어를 5mm 두께로 얇게 썬다.

· 미리 만든 소스와 채소, 방울토마토, 올리브 열매 등을 문어에 넣고 골고루 섞는다.

· 랩을 씌운 후 한 시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한다.

· 기호에 맞게 소금, 발사믹, 레몬즙, 식초 등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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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우석
스포츠서울에서 22년간 근무하며 약 18년 동안 여행/식도락/레저 전문기자로 일했다. 풍성한 콘텐츠로 TV 방송,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약했다. 작가 활동 외에도 관광 식음료 전문 컨설팅 업체 [놀고먹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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