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향한 믿음,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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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과 ‘글로벌’을 화두로 국외 도시들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살펴봅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정책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Glasgow)에 세계 각국 지도자와 환경 운동가들이 모였습니다. 기후변화 관련 국제사회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참석하기 위함입니다.
올해로 26차를 맞은 COP는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계획을 제시하고 협약을 체결하는 국제 외교 회의입니다. 특히 이번 총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6년 만에 개최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120개국 정상들이 모여 지구 온도 1.5℃ 이내 상승 억제를 위한 협약과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협약은 ‘2030년 산림 벌채 중단’입니다. 세계의 시선은 당연히 브라질(Brazil)과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Amazon rainforest)에 쏠립니다.
아마존, 허파 아닌 굴뚝?
남아메리카 중앙부에 위치한 브라질은 지속가능한 경제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국가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이 환경을 향하진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하죠.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 아마존 덕분입니다.
아마존은 남아메리카 9개국에 걸쳐있는 대규모 숲입니다. 그간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정화시키며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허파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탄소 흡수량보다 배출량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아마존을 지구의 ‘굴뚝’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는 꼭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농경지와 목초지 확보를 위한 무단 벌채와 방화가 주범으로 지목되죠. 특히 아마존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아마존 산불 사건입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해 1월부터 8월까지 약 7만2천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세계가 앞장서 아마존 지키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당사국총회에서 브라질 정부는 2030년까지 산림 벌채를 중단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더불어 아마존 열대우림을 공유한 8개국이 ‘아마존 협력 조약기구’를 조성하고 적극적인 공조에 나설 예정입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활로 모색
브라질은 오랫동안 남아메리카 대륙의 환경 리더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브라질 연방헌법 제225조는 ‘모든 국민은 생태학적으로 균형 잡힌 환경에서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죠. 1981년 국가환경정책 제정을 시작으로 환경보호와 시민들의 환경권 보장을 위한 많은 법령을 제정했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 관리를 위한 ‘산림법’과 ‘환경허가에 대한 규칙’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브라질은 2009년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정책(PNMC)을 제정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회원국으로서 교토의정서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각각 서명했습니다. 2017년에는 녹색 채권을 국제시장에 발행해 풍력과 태양에너지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합니다.
지속가능한 농업 분야에서 브라질의 행보는 특히 눈에 띕니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기로 소문난 브라질의 산림법은 농업ㆍ산림 보존을 위한 고전으로 불립니다. 산림법에 따르면 토지의 최소 1/5, 아마존의 경우 80%를 토종식물에 할애하고 가파른 경사면과 개울가 등은 영구 보호 지역으로 분류해 토착 식생을 보존합니다.
저탄소 농업도 중요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농경지 토양과 축산업 폐기물에 따른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통합작물경영(ICLFㆍIntegrated Crop-Livestock-Forestry)을 선택합니다. 이는 동일한 경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며 나무를 심고 가축을 기르는 집약적인 토지이용 시스템을 말합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토양 건강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탄소 균형도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거대 수입원 중 하나인 육류 산업도 친환경으로 접근합니다. 소의 먹거리에 집중한 것인데요. 섬유질 많고 소화 잘 되는 음식을 소에 먹일 경우 메탄가스 방출량이 기존보다 낮아짐을 숱한 연구 끝에 발견한 것이죠. 실제 브라질은 남미의 다른 소목장보다 20% 적은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적극적으로 병행합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이자 수출국인데요. 사탕수수로부터 설탕을 만들고 난 찌꺼기를 이용해 바이오 전기나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이죠.
브라질 환경부에 따르면 사탕수수 1톤당 100킬로와트(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력 발전에 차질을 빚는 건기에 유용하게 사용되죠. 바이오 에탄올은 자동차 연료로 쓰여 연간 평균 2천850만 톤의 탄소 감축 효과를 자랑합니다.
꿈의 도시, 쿠리치바
남미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 국토는 산림지 66%, 농지 30%로 이뤄져 있습니다. 반면 도시 비중은 약 4%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2억 1천만 명에 달하는 브라질 인구 중 무려 87%가 도시에 거주합니다. 브라질의 주요 도시들이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이유입니다.
이 가운데 브라질 남부 최대 도시 쿠리치바(Curitiba)는 도시환경 재생의 성공 사례로 이미 유명합니다. 이곳은 급속한 공업화와 인구 증가에 따른 환경오염, 과밀도, 빈민 격차 등으로 매일 골머리를 앓았었죠. 그런데 건축가이자 도시학자인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도시는 점차 변하기 시작합니다.
자이메 레르네르는 1971년부터 1993년까지 세 번 연속 시장을 지냅니다. 쿠리치바를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도시로 재단장할 대규모 프로젝트를 일찌감치 공개하죠.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낙후지역에 불과했던 도시를 청정한 ‘꿈의 도시’로 거듭나게 만들어 세계적인 본보기가 됩니다.
먼저 도시 전체에 생물의 다양성을 고려한 나무 150만 그루를 심고 곳곳을 공원과 잔디밭으로 채웠습니다. 이후 대기 오염과 도시 내 혼잡을 줄이기 위해 빠르고 접근성 높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중앙버스차로 시스템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급행 차선으로 서울시에서 채택하기도 했죠.
시내 곳곳 자전거 전용 도로와 보행자 전용 도로도 확대합니다. 현재 쿠리치바의 인구 80% 이상이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빈민가 지역의 폐기물 문제 해결 또한 탁월합니다.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모아오면 버스 토큰이나 음식으로 교환해주는 ‘녹색 교환’ 제도가 그것입니다. 쓰레기의 약 70%를 재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도시는 빠르게 회복됩니다.
광주MBC의
환경 교육에도 열심입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생태ㆍ환경의 가치를 알려주는 ‘환경을 위한 자유대학’을 개설해 시민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했죠. 미래를 꿰뚫는 안목과 강력한 리더십, 시민들의 노력이 더해져 쿠리치바는 세계적인 생태 도시이자 꿈의 도시란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브라질은 위치나 환경, 산업 규모를 포함해 여전히 남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국가입니다. 최근의 몇몇 행보는 아쉽지만 중남미 환경 리더로서 보여줬던 많은 노력과 모범 사례는 분명 참고할 만합니다. 글래스고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그 존재감과 역할을 되찾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참고 · 브라질 환경부 (gov.br/mma/pt-br)
브라질 농업가축 연맹 (www.cnabrasil.org.br/cna)
주브라질대한민국대사관 (overseas.mofa.go.kr/br-ko/index.do)
코트라 상파울루무역관 (www.kotra.or.kr/KBC/saopaulo)
한국환경연구원 해외환경정책동향 (www.kei.re.kr/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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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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