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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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게 오지여행
소외된 지역 여정을 통해 글로벌 지역 환경의 보존 가치를 일깨웁니다.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그리며 새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이집트(Egypt) 여행 전 막연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간의 세계관으로 이집트는 철 지난 히어로 영화의 ‘빌런’과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허무함마저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오지의 문화유산과 소멸은 언제나 괴로운 주제입니다.
요르단에서 홍해를 넘다
출발 전 마음 무장을 단단히 했지만 쉽지 않습니다. 요르단(Jordan)에서 홍해(Red Sea Governorate)를 넘고 시나이 반도(Sinai Peninsula)를 거쳐 수도 카이로(Cairo)와 피라미드(Pyramid)를 만나는 고난입니다.
먼저 항구도시 아카바(Aqaba)로 갑니다. 이집트로 향하는 배가 출발하는 유일한 관문입니다. 다이버들 사이에 꿈의 바다로 알려진 홍해에서 북쪽 끝이기도 하고요. 아카바만의 동쪽이 요르단이고 만을 건너면 이집트가 시작됩니다. 양국을 떼놓은 해협 길이는 가장 넓은 곳 기준으로 24㎞, 좁은 곳은 6.2㎞에 불과합니다.
아카바에서 이집트의 누웨이바(Nuweiba)까지는 배로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맞은편으로 직진하면 빠르겠지만 페리는 대각선을 그리며 유유히 남서쪽으로 운행합니다. 청정하고 푸른 홍해를 바라보며 한동안 풍경에 취합니다.
몇 년 사이 홍해는 회복이 필요해졌습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와 피해 사례는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호초 파괴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 그리고 엇갈린 믿음
누웨이바에서 카이로까지는 버스로 대략 9시간이 걸립니다. 정류장은 다행스럽게도 항구의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문만 열면 됩니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에 탑승합니다. 버스 기사는 자연스럽게 남쪽으로 운전대를 꺾습니다. 시나이 반도의 황야 지대를 가로지르는 구간으로 이동하기 위함이죠. 성경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바로 그곳입니다.
해발 2천286m의 시나이산은 황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광야(曠野)라는 표현도 부족합니다. 그냥 메마른 땅이 아니라 도무지 버티기 힘든 거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지금은 간간이 쉼터라도 존재하지만 과거에는 그 또한 없었겠죠.
이집트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국가입니다. 이집트 기독교인 콥트교도는 인구의 10%에 불과하죠. 그런데 시나이산 지역은 유독 기독교 유적이 많습니다. 콥트교는 물론 시리아 정교회, 그리스 정교회, 로만 가톨릭까지 온갖 종파들이 세운 수도원과 성당이 가득합니다. 일대의 유일한 공항 이름이 ‘생트 카트린(Saint Catherine)’인 것만 봐도 지역의 특수성을 알만 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무슬림들조차 시나이산을 성지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척박한 땅,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에 참혹한 전쟁터였던 사막은 수천 명이 방문하는 순례지로 거듭났습니다. 사람이 몰릴수록 자연이 입을 상처는 불 보듯 뻔한데 말입니다.
피자헛에서 촬영한 피라미드
쉽사리 내뱉지 못하는 질문들을 가슴에 품고 가자지구의 피라미드로 향합니다. 살면서 수없이 접한 이미지임에도 실제의 피라미드는 달랐습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육중하고 거대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높죠. 나폴레옹조차 이집트에 와서 피라미드를 보고 자신의 오만을 반성했다고 하니까요.
기록에 따르면 최초의 피라미드는 기원전 2천630년부터 2천611년까지 이집트 제3왕조 시절에 건설됐습니다. 그 시기에 집단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거대한 국가 권력이 존재했다니요. 게다가 피라미드의 건축 기술은 현재의 과학으로도 풀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 신비하고 놀라운 고대의 문화유산은 가자지구 근처 음식점인 피자헛 건물 옥상에서 봤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정말 많은 관광객이 오롯이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피자헛을 방문합니다. 인도의 타지마할(Taj Mahal)처럼 피라미드 주변도 난개발이 심화한 상태입니다. 주변 도시 풍광이나 건물이 보이지 않는 황무지 속 피라미드 사진은 전부 보정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심지어 세계적인 호텔그룹인 M사는 피라미드의 끝으로부터 고작 200m 거리에 골프장을 건설했습니다. 골프 치는 사람이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죠. 그러나 골프장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엄청난 농약과 주변 쓰레기를 고려한다면 ‘헉’ 소리부터 나옵니다. 결국 이러한 결정을 수용할 정도로 이집트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뜻이겠죠.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이집트는 이미 사라졌을지 모릅니다. 박물관에 남아있는 유물과 몇몇 유적만이 과거와 문명을 인지하는 유일한 연결고리입니다. 재빨리 움직이지 않는다면 후손에 전해줄 고대 문명은 대부분 이 시대를 끝으로 단절되겠죠. 가끔은 우리가 정말 그럴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불편하지만 재차 날 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새로운 여행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INFO. 이집트 (Egypt)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하며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한 곳이다. 중동에서 경제 규모가 큰 편으로 재원도 다양하다. 피라미드로 대표되는 고대 문화유산과 볼거리가 즐비해 관광지로서 명성도 높다. 현재는 코로나19와 치안을 이유로 외교부 여행경보 발령 기준 3단계 적색경보(출국권고)의 상태다.
– 면적 : 99만7천739㎢
– 기후 : 건조ㆍ사막 기후
– 언어 : 아랍어
– 수도 : 카이로 (Cairo)
– 인구 : 1억425만 명
– 교통 : 서울발 카이로 직항 노선 이용 (현재 코로나 팬데믹에 따라 탄력 운행)
– 전압 : 220Vㆍ50Hz
– 화폐 : 파운드 (EGP, 100파운드 = 약 7천55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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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외교부 (www.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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