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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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3 |

꾸안꾸 밥상

건강한 식단과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맛집을 추천해 드립니다. 향토 음식을 포함해 계절과 자연이 살아있는 메뉴들을 권합니다.

일 년에 두 번 만나는 꽃게 시즌입니다. 알배기 오월 암꽃게가 유명하지만 금어기를 지나 다시 만나는 가을 수꽃게도 어릴 적 친구처럼 반갑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멀스멀 바다 위로 뒤뚱거리며 올라오는 꽃게 덕분에 밥상에 온통 화려한 꽃밭이 펼쳐집니다.

밥상에 핀 붉은 꽃게
가을 제철을 맞은 꽃게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풍성하면서도 단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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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가 가을 제철을 맞았습니다. 익으면 꽃처럼 빨갛단 이유로 꽃게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곶(串)게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끄트머리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돋아난 까닭이지요. 그 희고 부드러운 살을 머금으면 혓바닥에서 당장 맛이 피어납니다. 이름에 ‘꽃’을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꽃게는 연평도 등 주로 서해안 모래 바닥에 서식하는데 기어다니진 않습니다. 놀랍게도 물속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유영합니다. 꽃게의 강력한 네 번째 다리가 해답인데요. 마치 노처럼 생긴 유영지(游泳肢ㆍ유영 동물에서 몸을 물에 떠가게 하는 다리)를 휙휙 휘젓는 것이죠.

배가 고프면 사람 주먹처럼 몸을 단단하게 움켜쥐고 물고기 같은 먹거리를 향해 급하게 달려듭니다. 이후 사냥에선 억세고 단단한 집게발을 이용하지요. 어떤 오징어 게임(!)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피지컬입니다.

밥상에 핀 붉은 꽃게
꽃게는 달빛에 민감하다. 보름에 살이 빠지고 그믐에 살이 찬다. 제대로 된 꽃게 요리는 시기도 중요하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clipartkorea.co.kr) >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향토음식

꽃게는 대게와 달리 알까지 먹는 데다 향이 매우 진해 다양한 요리에 쓰입니다. 그러나 껍질이 단단하고 마디가 짧아 속살을 파먹기는 제법 까다롭습니다. 호기롭게 통째로 씹어먹다가는 앞니가 도망가는 대참사를 각오해야 하지요. 그래서 잘 숙성된 게장을 먹는 편이 수월합니다.

간장게장은 역사가 깊은 향토음식입니다. 무려 조선 영조 재위 기간인 1728년 대에 기록으로 존재할 정도니까요. 고려 말부터 조선 중후반까지의 시조를 모은 청구영언(靑丘永言)이 그것입니다. 청구영언에는 게장을 파는 장사꾼을 다룬 시가 등장하는데요. 당시에는 간장게장을 게젓 또는 동난지라 칭했습니다.

“겉은 뼈요 속은 고기, 두 눈은 하늘을 향하고, 앞으로 가고 뒤고 가고 작은 다리 여덟 큰 다리 둘, 간장 맛이 아스슥한 동난지 사시오.”

밥상에 핀 붉은 꽃게
과거에는 대부분 참게로 게장을 담갔다. 한자로 해(蟹)라고 하면 대부분 참게를 지칭한다.

게장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여러 번 달여 양념한 간장에 살아있는 게를 넣고 절입니다.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양파나 파뿌리, 마늘, 고추 같은 채소를 더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과일로 단맛도 우려냅니다.

태안, 서산 같은 서해안 지방에서 참게보다 살이 푸짐하고 달달한 꽃게로 장을 담가 지역 향토음식으로 내세운 것이 지금과 같은 유명세의 시작입니다. 참고로 원래는 간장게장이 아니라 그냥 게장으로 뭉뚱그려 불렀습니다. 현대에 와서 빨간 고추 양념에 재운 양념게장이 나오자 구별을 위해 사족이 붙은 것이죠.

사면이 바다와 접한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게장 요리법이 존재하고 이름도 제각각입니다. 대표적으로 충남 서해안에는 소금게장과 된장게장이 있습니다. 남해안엔 돌게, 동해안에선 홍게로 게장을 담급니다. 신안 섬 부근이나 전남 남해안에선 칠게나 방게, 벌떡게 등으로 장을 담가 상시 먹습니다.

스ㆍ게ㆍ파? 스트리트 게 요리 파이터!

솔밭가든은 꽃게장의 본향을 자처하는 태안에 위치합니다. 이곳은 충남 스타일의 토속 음식을 선보이는데요.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안면도에서 가장 게장을 잘하는 집으로 유명합니다. 게장 백반을 주문하면 게장 한 마리와 갖은 반찬을 깔아줍니다. 꽃게탕과 게국지, 우럭젓국도 파는데 세트 메뉴도 다양해 가족 단위 나들이에 탁월합니다.

밥도둑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짭짤한 감칠맛과 부드러운 살에 밥 한두 공기는 그야말로 ‘순삭’입니다. 게딱지에 든 내장은 어떤 젓갈보다 맛이 뛰어나고 농후한 에너지를 풍깁니다. 달달한 향을 간직한 봄철 암꽃게를 사다 일 년 내내 요리에 쓰는 것이 비법입니다.

밥상에 핀 붉은 꽃게
간장도 중요하지만 꽃게의 선도가 요리의 핵심이다. 선도가 떨어져 내장이 녹아버린 게는 맛이 없고 비리다.

꽃게 요리의 유일한 단점인 ‘귀찮음’을 극복한 신통방통 메뉴도 있습니다. 목포 장터식당의 꽃게살 비빔밥입니다. 맛이 뛰어나 외지 사람들을 애닳게 한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이 집은 사전 작업으로 껍질을 제거하고 게살을 미리 빼놓습니다. 지금이야 살로만 만든 꽃게장이 흔하지만 초기에는 지방에서도 구경하기 어려운 메뉴였죠.

싱싱한 게살에 각종 양념을 더해 매콤하게 버무린 뒤 보기 좋게 접시에 담아냅니다. 사발에 밥을 잔뜩 담아 새빨간 장에 쓱쓱 비비면 끝입니다. 달달한 게살에 칼칼한 양념이라니, 별다른 노력을 안 해도 밥이 식도로 스며듭니다. 밥 차리기 무섭게 없어진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입니다.

밥상에 핀 붉은 꽃게
오늘날 게장은 멸종위기에 처한 참게 대신 대부분 꽃게를 사용한다. 훌륭한 맛과 모양새 때문에 한류 음식으로도 손꼽힌다.

꽃게는 풍요로운 수확을 거둔 가을이 바다로부터 불러온 귀한 선물입니다. 겨울 대게에 바통을 넘겨주기 전까지 꽃게는 식탁을 풍요롭게 꾸미고 금세 사라질 겁니다. 가을빛 쬐듯 서둘러 챙기시길 바랍니다. 참, 꽃게는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식재료입니다. 지나친 욕심으로 과식하기보다 천천히 음미하듯 소량을 즐겨도 충분합니다.


INFO. 추천식당 <솔밭가든>
위치 : 충남 태안군 안면읍 장터로 176-5
영업시간 : 9:00~20:00 (비정기 휴무)
메뉴 : 게장정식 2만9천 원

밥상에 핀 붉은 꽃게

INFO. 추천식당 <장터식당>
위치 : 전남 목포시 영산로40번길 23
영업시간 : 11:30~21:00 (준비시간 15:00~18:00)
메뉴 : 꽃게살(2인 기준) 2만4천 원

밥상에 핀 붉은 꽃게

INFO. 세상에 이런 요리 <깐풍꽃게>

밥상에 핀 붉은 꽃게
< 영상출처: leescook 리즈쿡 >

leescook 리즈쿡

· 꽃게에 맛술과 후추를 뿌려 10분 동안 재운다.

· 각종 채소(청ㆍ홍고추, 대파, 마늘, 생강)를 손질한다.

· 양념장(간장, 식초, 미림, 올리고당, 굴소스 배합)을 만든다.

· 170℃ 기름에 튀김옷을 입힌 꽃게를 바삭하게 튀긴다.

·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채소를 볶다가 양념장과 튀긴 꽃게를 넣고 재빨리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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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우석
스포츠서울에서 22년간 근무하며 약 18년 동안 여행/식도락/레저 전문기자로 일했다. 풍성한 콘텐츠로 TV 방송,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약했다. 작가 활동 외에도 관광 식음료 전문 컨설팅 업체 [놀고먹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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