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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 |

우아한 화학

‘일상을 바꾼 화학’을 주제로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지식 정보를 제공합니다. 인간 삶을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개선한 화학사를 포함합니다.

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습니다. 기후위기가 우리 삶의 한 영역으로 파고든 것이죠. 화석 연료에 대한 경각심도 높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체계적인 전략을 펼쳐 나갑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플라스틱으로 우아한 세계
화석 연료는 ‘뜨거운 감자’다. 다만 석유를 온전히 대체할 무엇을 찾을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하지만 석유와의 완전한 결별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석유는 지금껏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재화를 구성하며 사회를 지켜왔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이기도 하고요. 인류가 존속하는 한 어떤 형태로든 함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도 석유로 만들어요?

석유화학 분야의 기초 상식 중 하나가 플라스틱 기본 원료으로서의 석유입니다. 플라스틱은 정말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보지만 가장 알 수 없는 존재가 플라스틱입니다. 전공자나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고서는 플라스틱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바람에 날아다니는 비닐부터 택배 속 스티로폼, 딱딱한 상자 케이스도 전부 플라스틱입니다. 심지어 벽에 바르는 페인트에도 플라스틱 성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우아한 세계
플라스틱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페인트는 물론 쇠보다 단단한 플라스틱도 존재한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플라스틱의 어원은 ‘거푸집에 부어 만들다’, ‘조형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Plastikos’입니다. 모양을 쉽게 만드는 플라스틱의 성질에서 출발한 단어라고 유추합니다. 성형 수술이 영어로 플라스틱 서저리(Plastic Surgery)인 것도 외형을 조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사전에서 플라스틱을 찾아보면 더 상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되는 원료를 결합해 만든 고분자화합물의 일종, 합성수지라고도 한다” 라고요. 고분자화합물이란 많은 원자가 결합해 생긴 분자량이 큰 분자가 얽혀 있는 화합물을 뜻합니다. 여기서 분자 개수는 1만 개 이상입니다. 고분자화합물은 다시 천연과 합성으로 나뉘는데요. 천연은 단백질ㆍ탄수화물ㆍ핵산 등이고 합성은 폴리염화비닐ㆍ나일론ㆍ폴리에틸렌 등이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정의 때문입니다. 같은 재료를 섞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더라도 분자 개수와 결합 형태에 따라 성질이 전혀 달라집니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플라스틱의 종류는 진짜 무한대라고 할 수 있죠.

플라스틱으로 우아한 세계
플라스틱은 각각의 성분과 분자 결합 형태에 따라 수많은 모습으로 바뀐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요즘 광고에서는 과하다 싶을 만큼 신소재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이는 고분자화합물의 형태만 살짝 바꾼 겁니다. 즉 신소재도 당연히 석유에서 탄생한 플라스틱입니다.

결국 플라스틱이라 함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수많은 고분자화합물을 일일이 구분하기 귀찮아 뭉뚱그려 붙인 명칭입니다. 물건의 성분표에 폴리(Poly, 많은 혹은 복합이라는 뜻)가 눈에 띈다면 아무리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한들 여전히 뿌리는 플라스틱인 셈입니다.

주요 플라스틱
ㆍ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 :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하나로 가볍고 유연하며 왁스와 같은 느낌이 난다. 공업 재료부터 잡화까지 생활용품은 물론 병, 포장재, 전기절연체로 많이 사용된다.
ㆍ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 : 석유에서 얻어진 프로필렌을 치글러-나타 촉매로 중합시킨 것으로 저압법 폴리에틸렌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현존하는 플라스틱 중 가장 가볍고 응용 범위도 넓다.
ㆍ폴리스티렌(Polystyrene, PS) :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하나로 가볍고 맛과 냄새가 없다. 생활용품, 장난감, 전기절연체, 라디오, 텔레비전 케이스, 포장재 등에 사용한다.
ㆍ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 투명도가 높고 단열성이 뛰어나다. 시중에 유통되는 플라스틱 음료수 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흔히 말하는 페트병은 이 원료로 만든 병을 말한다.

혁신 이끈 기적의 소재

‘석유=기름’ 공식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생활용품과 가죽, 미술품 등이 모두 석유화학 기술에 기인합니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 플라스틱은 기적의 소재로 불렸습니다.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은 환경보호를 목표로 탄생했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를 이용해 당구공을 만들었는데요. 가격이 비싸고 쉽게 구할 수 없어 대중적인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이에 과학자들이 상아를 대체할 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죠. 1869년 미국 존 하이아트(John. W. Hyatt) 교수에 의해 최초의 천연수지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Celuloid)가 탄생합니다.

셀룰로이드는 질산 섬유소에 장뇌를 섞어 압착하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이 새로운 물질은 열을 가하면 어떠한 모양으로도 변하고 열이 식으면 상아처럼 단단하고 탄력 있는 물질로 변형됐습니다. 단 초기 셀룰로이드는 깨지기 쉬워 당구공 재료로는 적합하지 않았죠. 대신 틀니, 단추, 만년필 등의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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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플라스틱은 코끼를 보호하려는 선한 목적에서 탄생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도 흥미롭습니다. PE는 주로 포장용 비닐봉투, 플라스틱 병, 전선용 피복재료 등에 쓰이는데요. PE는 치밀한 계획이나 노력이 아닌 우연한 기회에 탄생한 물질입니다.

웃픈 이야기의 주인공은 독일의 화학자 한스 폰 페치만(Hans von Pechmann) 입니다. 그는 실험실용 튜브에서 우연히 밀랍 성분의 잔여물을 발견합니다. 가변성을 지니고 있어 얇은 필름 형태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실용성이 없어 그대로 잊혔죠.

이어 1933년 영국 임페리얼화학공업사(ICI)의 에릭 포셋(Eric William Fawcett)과 레지널드 깁슨(Reginald Gibson)이 실험 중 다시 동일한 물질을 발견하고 고도화에 나섭니다. 이번에도 그저 우연이었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산업화와 빠른 접근이 가능해졌으니까요.

PPㆍPEㆍPSㆍPET ?

플라스틱 용기를 뒤집어 보면 PPㆍPEㆍPSㆍPET 등이 표기돼 있습니다. 이것은 플라스틱의 종류를 나타냅니다. 재질과 특성은 물론 제작 단가까지 다양합니다.

일상에서 살펴볼까요. 기본적으로 PET는 뜨거운 물이나 전자 기기에 치명적입니다.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받으면 바로 찌그러지죠. 그나마 이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배출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플라스틱으로 우아한 세계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물건은 고분자화합물의 결합이나 성질을 살짝 변경해 탄생한다. 넓은 의미에서 플라스틱에 속한다는 뜻이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PE는 고온에 애매합니다. 이름에서 보듯이 페트(PET)와 비슷하거든요. 내열성은 PET보다 좋지만 전자레인지 온도인 100℃ 수준입니다. 때로는 괜찮기도 하고 때로는 모양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PET와 마찬가지로 환경호르몬 또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습니다.

얼마든지 안전한 재질도 있습니다. 바로 PP입니다. 환경호르몬 배출도 없고 160℃ 정도까지 버팁니다. 당연히 모양 변형도 없습니다.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가 PP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믿고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죠.

끝으로 PS는 가장 주의해야 할 제품입니다. PS는 가격이 저렴해서 거의 모든 식품 용기에 사용됩니다. 그런데 온도가 70℃만 넘어가도 성 조숙증과 내분비 교란 등의 원인으로 알려진 비스페놀 A(Bisphenol A)와 스티렌다이머(styrene dimer) 등의 환경호르몬을 배출합니다. 이런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열이 나는 곳에는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일부 컵라면 용기에 PS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에 사용되는 커피컵의 뚜껑(컵 아니고 뚜껑)도 뒤집어 보면 대부분 PS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뚜껑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똑똑하게 같이 삽시다

아침부터 사용하는 물건을 한번 생각해봅니다. 플라스틱이 아닌 게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플라스틱과 함께 삽니다. 플라스틱은 결코 사라질 수 없습니다. 석유화학이 꼭 필요한 이유기도 하죠.

플라스틱으로 우아한 세계
플라스틱은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과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제는 새로운 과학기술로 개선이 필요하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플라스틱은 우수한 기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풍요로운 현대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 환경오염 차원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과학으로 새로운 기술과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전까지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공존하는 방법이 선행돼야겠지요.

단기 기억력이 허약해진 현대인들은 글을 읽고 나면 중요한 것은 다 잊는다고 하더군요.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세요. 뜨거운 것을 담을 때는 ‘PP 좋아’ 입니다.


참고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ww.msit.go.kr)
           사이언스올 (www.scienceall.com)
           [친환경 플라스틱 대체 소재 기술개발 동향] 전영인 ㆍ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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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후
베스트셀링 도서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비롯해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까지 총 4권의 책을 집필하고 더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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