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21

월별 카테고리
2021.09.15 |

에너지 부루마블

‘친환경’과 ‘글로벌’을 화두로 국외 도시들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살펴봅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정책들을 소개합니다.

스페인(Spain)은 연간 8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과 1천 억 달러 이상의 관광수입을 자랑하는 세계2위 규모의 관광대국입니다. 강렬한 태양과 아름다운 문화유산, 미식 등에 매료된 여행객들은 스페인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강한 법이죠.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스페인의 현재는 그리 밝지 못합니다.

관광도시의 똑똑한 미래, 스페인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 소재 가우디 성당. 스페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 오는 2026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스페인 관광부에 따르면 2020년 스페인을 방문한 전체 관광객은 기존보다 4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국가 경제 성장률 또한 전년 대비 11%까지 감소합니다. 관광업이 경제에 끼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스페인 정부는 팬데믹 이후 상황에 집중합니다. 경제 위기 극복을 목표로 다양한 부처의 예산을 늘리고 도시와 산업 재건에 몰두합니다. 특히 친환경 관련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민첩한 행보가 눈에 띕니다.

신재생에너지 이끄는 선도국

스페인 정부는 여느 유럽 국가보다 빠른 1980년대부터 기후위기에 주목해 왔습니다. 관광은 에너지 소비를 극대화하는 산업으로 당연히 많은 곳에서 위기 징후가 포착돼왔기 때문입니다.

2020년 4월에는 국가 에너지ㆍ기후변화 통합 계획(PNIEC)을 발표합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탄소 제로 목표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리딩 전략으로 통합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하며 총예산은 2천410억 유로에 달합니다.

관광도시의 똑똑한 미래, 스페인
스페인 수도이자 모든 산업의 중심지인 마드리드(Madrid).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관련 정책은 대부분 에너지 효율화로 귀결됩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3% 감축하고 전체 생산 전력의 7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합니다. 또한 2040년 이후 스페인 현지에서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합니다. 2050년부터는 관련 기업에 한 해 항공기 운행용 바이오 연료 연간 공급 목표를 설정케 합니다.

국제신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스페인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전체의 37.5%를 차지하는데요. 이러한 계획을 토대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에너지 소비의 42%까지 전력 생산의 75%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대외 에너지 의존도를 현 74%에서 59%까지 낮추는 등 에너지 운용의 효율성을 도모합니다.

관광도시의 똑똑한 미래, 스페인
스페인은 지리적 이점을 살려 풍력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현재 스페인 신재생에너지 산업 섹터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분야는 풍력입니다. 넓은 국토 면적과 함께 풍부한 천연 자원과 기후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바스크(Basque) 자치주는 핵심으로 꼽힙니다. 국영 전력기업인 이베르드롤라(Iberdrola)를 필두로 다양한 국내외 에너지 기업이 바스크에 자리합니다.

국가 차원의 지원도 남다릅니다. 협동 기구인 바스크 에너지 클러스터(Basque Energy Cluster)를 조성해 정보를 주고받고 우수한 인력과 숙련된 노동력, 물류 기반의 인프라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스페인은 전 세계 풍력터빈 수출 3위, 풍력발전 특허보유 순위 6위, 태양광 발전 용량 보유 6위 등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첨단기술로 스마트 시티 구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친환경 모빌리티 시스템이나 스마트 시티 구현이 대표적인데요. 바르셀로나(Barcelona)가 그러합니다.

바르셀로나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디젤차를 도시에서 몰아내고 도로를 시민들에게 돌려준 사례로 유명합니다. 수페리야(SUPERILLA)라는 구간을 지정해 응급차 같은 필수 차량을 제외하고 도심을 오가는 자동차 숫자를 최소한으로 제한한 것이죠. 바르셀로나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61개 거리의 3분의1을 보행자 전용 도로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관광도시의 똑똑한 미래, 스페인
스페인 정부는 바르셀로나에 다양한 기술과 역량을 집중해 친환경 스마트 시티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그뿐만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친환경 스마트 시티를 위한 첨단기술의 개발과 적용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주목할 만한 기술은 센틸로(Sentilo)입니다. 스페인어로 ‘센서’를 의미하는 센틸로는 24시간 내내 수집한 도시 정보를 공개하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입니다.

바르셀로나의 도로와 건물에 설치된 센서 약 1만8천 개가 그날의 햇빛과 강수량, 바람 세기, 교통, 주차 가능 공간 등의 필수 정보를 측정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합니다.

주민들은 센틸로를 통해 일상에서 불필요한 에너지와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유의미한 데이터와 첨단기술의 합작으로 시민 편의를 높이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진정한 스마트 시티를 건설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환경 생각하는 식문화 정착

스페인의 자랑인 미식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육류나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채식 전문 식당이 늘어나고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식습관이 정착되는 분위기입니다.

캡슐커피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도 그중 하나입니다.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스페인 커피 시장은 캡슐커피 호황에 힘입어 2012년부터 5년간 약 2.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캡슐 제품은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혼합해 만들기에 물질 분리나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대부분 일반 쓰레기와 함께 폐기 처분돼 지역 토양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관광도시의 똑똑한 미래, 스페인
캡슐 제품은 물질 분리나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상황을 인지한 발레아레스(Balearic) 주정부는 2018년 1월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재활용이 까다로운 재질 또는 비유기농 재질로 만들어진 캡슐커피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섭니다.

초기에는 소비자도 기업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콧대 높은 기업들이 점차 변하기 시작합니다. 시장 요구에 발맞춰 친환경적인 캡슐을 도입하거나 재활용 방안을 스스로 추진한 것입니다.

필립스(Philips)는 자사 캡슐커피 브랜드인 센세오(Senseo) 캡슐에 생분해되는 재질을 사용하기로 결정합니다. 네슬레(Nestlé)는 아예 소비자에게 분리수거용 봉투를 제공합니다. 소비자가 사용한 캡슐을 봉투에 담아 네스프레소 매장이나 가맹업체에 전달하면 네슬레사가 이를 생산 공장에서 직접 처리하는 것이죠. 이러한 사례는 지역 단위의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히 실행만 한다면 전체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간 관광 대국이라는 이름에 가려졌던 스페인의 진면목은 이처럼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새로운 에너지와 기술을 속속 개발하며 지구촌의 앞날을 고민하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관광뿐 아니라 친환경 강국으로도 이름을 떨치려는 스페인의 힘찬 움직임에서 큰 영감을 얻을 만합니다.


참고 · 코트라 (www.kotra.or.kr)
           스페인 대사관: 2021 스페인 주요 산업 보고서
           스페인 농업식품환경부 (www.magrama.gob.es/es)
           스페인 에너지 신문 (elperiodicodelaenergia.com)
           식품외식경제 (ww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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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서다희
[KTX 매거진], [프라이데이 콤마], [더 트래블러] 등 여행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활동했다. 2016년부터 독일 베를린으로 향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베를린을 비롯한 유럽의 이슈들을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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