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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카테고리
2021.08.30 |

꾸안꾸 밥상

건강한 식단과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맛집을 추천해 드립니다. 향토 음식을 포함해 계절과 자연이 살아있는 메뉴들을 권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가을입니다. 9월부터 콩 수확기라 일손이 두 배로 바빠집니다. 강낭콩과 작두콩은 여름 전 미리 거둡니다. 쥐눈이콩과 대두는 9월 말부터 거두지요. 가장 늦은 서리태는 10월 말 서리 내릴 때 수확한다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과거에는 늦여름부터 가을 사이 콩을 거둬 겨우내 모자란 단백질을 보충했습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콩
대표적인 두장(豆醬) 문화권에 속하는 한국은 콩으로 다양한 음식과 장을 만들어 에너지를 얻었다. 두장은 콩의 발효를 의미한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밭의 소고기라 버릴 게 없네

콩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작물입니다. 재배 역사도 길고 이야기도 많지만 주식은 아닙니다. 그래서 3대 곡류(밀ㆍ쌀ㆍ옥수수)의 명성에는 차마 끼지 못했죠. 하지만 고유의 맛과 효능을 앞세워 현재는 곡류만큼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먹을 것에 진심인 민족입니다. 콩알에 숨어있는 작은 맛까지 기어코 찾아냅니다. 콩 단백질을 발효시킨 된장이나 간장 등 두장(豆醬) 문화를 발전시킨 것만 봐도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콩
한국에서 콩은 조미료와 단백질 공급원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흔히 콩을 ‘밭의 소고기’라 칭합니다. 쓰임새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버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을 추출해 두부를 만들거나 싹을 틔워 나물을 재배합니다. 심지어 콩깍지나 콩잎도 전부 조리 가능합니다. 단백질을 추출해도 콩비지가 남고, 기름을 짜내면 대두 단백이 남으니 천하무적입니다.

미쉐린도 감탄한 명품 두부

콩이 맛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감칠맛이 떠오릅니다. 콩 속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을 생성하는데, 이때 나오는 묵직한 감칠맛이 요리를 좌우한다고 하네요.

콩 요리하면 두부를 빼놓기 힘듭니다. 두부는 인류가 만든 초기 가공식품이자 우리 고유의 식문화니까요. 두부에 관한 오랜 역사는 문헌으로도 입증됐습니다. 세종 10년(1428)과 세종 16년(1434) 조선왕조실록에는 우리 두부가 명나라 선덕제의 입맛을 사로잡아 사신 백언에게 벼슬까지 하사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콩
두부는 완벽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이다. 혈압을 낮추는 펩타이드 성분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리놀산 성분을 다량으로 함유한다.

요즘 두부는 형태가 다양한데 열량은 순두부 쪽이 낮습니다. 모두부는 100g당 79㎉ 정도인데 순두부는 47㎉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모두부가 다이어트에 불리하진 않습니다. 촘촘한 밀도 덕분에 칼로리만 살짝 높을 뿐입니다. 단백질, 칼슘 등 영양 요소는 모두부가 훨씬 풍부합니다.

두부 하나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2021 빕 구르망)에 선정된 식당이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황금콩밭입니다. 쥐눈이콩으로 직접 만든 담백한 두부가 그야말로 명품입니다. 빕 구르망(Bib Gourmand)은 합리적 가격과 훌륭한 맛을 갖춘 식당에 부여됩니다. 맛객들 사이에서 그전부터 쉬쉬했던 보물창고로서 제법 잘 어울리는 등급입니다.

이곳의 두부는 순두부라 하기엔 단단하고 판두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식감이 마치 쫀득한 젤라토를 씹는 기분입니다. 두부에 곁들이는 매운 코다리 무침이나 김치 같은 밑반찬도 훌륭합니다. 단연 단골손님 비중이 월등합니다. 가족 모임이라면 두부를 기본으로 코스 정식을 추천합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콩
2013년 문을 연 황금콩밭은 매일 좋은 콩을 선별해 가게에서 직접 품질 좋은 두부를 생산한다.

건강 스테이크부터 이색 훔무스까지

콩의 변신은 건강과 직결됩니다. 양질의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나날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트렌드는 콩이 가진 성분을 최대한 활용해 열량은 낮되 맛은 풍성한 음식입니다.

고기 없이 즐기는 두부 스테이크가 대표적입니다. 물기를 제거해 다진 두부에 각종 채소를 넣고 기호에 따라 치즈 등을 곁들여 형태를 잡습니다. 전체적으로 햄버그스테이크와 유사한 모양입니다. 이후 가열한 오븐 또는 프라이팬에 살살 구우면 뛰어난 스테이크로 재탄생하죠. 맛과 영양, 식감까지 근사한 고급 요리입니다.

이국적인 맛도 즐길 수 있습니다. 사실 요리보다는 소스에 가깝지만요. 중동과 중남미 지역도 아시아 못지않게 콩을 즐기는데요. 주로 병아리콩, 렌틸콩 등을 가공해 섭취합니다. 그중에서도 훔무스(Hummus)는 이미 세계화에 성공한 훌륭한 모델입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콩
훔무스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각종 야채와 샐러드, 고기는 물론 면이나 피자에도 발라먹는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훔무스는 병아리콩, 타히니, 올리브기름, 레몬, 소금 등을 하나로 섞어 으깨 만든 소스입니다. 흥미롭게도 병아리콩의 원산지는 이집트라고 하네요. 퍽퍽한 식감의 빵이나 각종 고기 그리고 채소에 소스를 곁들입니다. 한층 도드라진 맛과 향으로 남녀노소 호응이 높습니다.

2004년 이태원에 문을 연 페트라(PETRA)는 요르단 출신의 야썰 가나옘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중동ㆍ요르단 전문 식당입니다. 할랄 의식을 거친 육류와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해 맛깔나는 음식을 선보입니다. 훔무스 외에도 케밥, 파스타, 팔라펠 등 다채로운 메뉴를 갖추고 있지요. 식당에는 중동 분위기의 각종 식기와 장식품도 그득해 사진 찍는 재미까지 쏠쏠합니다.

볕 좋은 가을입니다. 하늘도 바람도 이미 여름의 그것과 달라졌습니다. 건강하고 맛 좋은 콩과 함께 짧아서 더 소중한 가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INFO. 추천식당 <황금콩밭>
위치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16길 9
영업시간 : 11:30~21:3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메뉴 : 두부젓국 2만 원
          두부조림 2만6천 원

햇살 가득 머금은 콩

INFO. 추천식당 <페트라(PETRA)>
위치 :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길 33
영업시간 : 11:30~22:00
메뉴 : 훔무스 8천 원
          팔라펠 1만2천 원

햇살 가득 머금은 콩

INFO. 세상에 이런 요리 <콩으로 만든 바나나 케이크>

햇살 가득 머금은 콩
< 영상출처: HADA at HOME하다앳홈 >

HADA at HOME하다앳홈

· 약 12시간 물에 불린 병아리콩을 1시간 동안 삶는다.

· 삶은 병아리콩에 바나나, 계란, 설탕, 소금, 베이킹파우더, 레몬즙 등을 더해 블랜더에 곱게 갈아준다.

· 베이킹 전용팬에 반죽을 붓고 초콜릿, 견과류, 건과일 등을 첨가한다.

· 170℃로 예열한 오븐에 25분 동안 반죽을 굽는다.

· 잘 구운 케이크에 슈가파우더 또는 코코아 등을 기호에 따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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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우석
스포츠서울에서 22년간 근무하며 약 18년 동안 여행/식도락/레저 전문기자로 일했다. 풍성한 콘텐츠로 TV 방송,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약했다. 작가 활동 외에도 관광 식음료 전문 컨설팅 업체 [놀고먹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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