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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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

오지게 오지여행

소외된 지역 여정을 통해 글로벌 지역 환경의 보존 가치를 일깨웁니다.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그리며 새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터키(Turkey)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Istanbul)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 이 도시는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흔히 천년왕국이라고 일컫던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죠. 그러나 1453년, 동로마 제국의 멸망은 이스탄불의 모든 것을 바꿔놓습니다.

문명 전의 문명, 터키
이스탄불 소재 아야소피아(Ayasofya) 성당. 16세기 전까지 세계 최고의 성당으로 꼽혔다.

이주민인 투르크족이 도시를 지배하고 이슬람교가 새로운 지배 종교로 정착합니다. 아마 20세기 초반 러시아에서 벌어진 볼셰비키 혁명도 이보다 극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지금의 터키는 동로마의 유산을 간직하지만 접점이 드문 묘한 곳입니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터키를 다룰 때 지리적 접근은 중요합니다.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실마리가 이스탄불의 작은 해협, 보스포루스(Bosphorus Straits)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유용합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북쪽이 흑해, 남쪽이 지중해 부근입니다. 정확히 남쪽은 지중해 일부인 마르마라해(Sea of Marmara)입니다.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입니다.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라는 수식어가 틀리지 않습니다.

문명 전의 문명, 터키
터키 전통 결혼식을 재현한 장면. 최근에는 시골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풍경이다.

인류사 다시 쓰는 고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샨르우르파(Sanliurfa)로 이동합니다. 두 도시를 오가는 버스는 하루에 고작 세 대뿐입니다. 인터넷으로 버스 시간표를 검색하기 어려웠던 시절입니다. 귀동냥으로 얻은 정보는 그다지 확실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샨르우르파까지는 약 17시간이 걸립니다. 터키는 그나마 다른 오지에 비해 교통 환경이 좋은 편입니다. 어두운 버스에서 밤하늘 별을 지켜보다 까무룩 잠들면 그걸로 끝입니다.

문명 전의 문명, 터키
도심을 달리는 트램. 터키 대도시는 여행자를 위한 교통 환경이 잘 구축돼 있다.

샨르우르파는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입니다. 무려 9천5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단군신화는 그로부터 5천 년 뒤의 일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합니다. 역사와 종교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진진한 대목입니다.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는 조금 더 낯선 이름입니다. 샨르우르파 도심에서 북쪽으로 12㎞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고대 유적지입니다. 지금도 발굴이 한창이라 유적지 일부만 외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 유적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방계(傍系ㆍ직계 가족에 대응하는 개념)쯤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탄생 연도가 1만2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문명 전의 문명, 터키
터키 남동부에 위치한 샨르우르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굴됐다.
< 출처: 펙셀스 (www.pexels.com) >

이 말인즉슨 괴베클리 테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유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유적지 탄생을 신석기시대로 추정합니다. 모든 발굴이 끝나고 최종 결과가 권위를 인정받는다면 지금까지의 역사가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개발과 자본 뒤섞인 문명 교차로

이 유적지는 일단 사원터로 추측됩니다. T자 모양으로 가공한 돌기둥 약 200개가 규칙적인 배열로 늘어서 있는데 가장 큰 돌기둥은 무려 5.5m에 달합니다. 국가 이상의 사회 체제가 아니라면 축조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게다가 500명 이상의 노동자를 지휘하려면 언어와 문서도 필요하겠죠.  

무엇보다 각 기둥에는 부조(浮彫ㆍ평면 재료 위에 높낮이를 만들어 표현하는 조각 기법)까지 새겨져 있습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추정 연도는 초기 신석기입니다. 소규모 부락을 이루고 고작 흙으로 토기를 만들던 시대죠. 인류사 전체를 다시 써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문명 전의 문명, 터키
술탄 아흐메트 사원(Sultan Ahmed Mosque) 내부. 다채로운 문양이 돋보인다.

괴베클리 테페가 속한 샨르우르파주는 여행자 유입이 드문 외곽입니다. 그런데 유적지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점차 사람들로 들끓기 시작합니다. 관광업과 돈에 대한 갈망이 개발이라는 강력한 동력을 얻은 셈입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볼멘소리도 들려옵니다. 각국에서 몰려든 여행자와 개발 압력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죠.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됐습니다. 이집트와 리비아, 시리아에서 각각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벌어집니다. 시리아 영토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샨르우르파주는 군사적 긴장감에 휩싸입니다. 그나마 이 냉전 때문에 괴베클리 테페는 잠시 숨 고르기에 돌입합니다. 정치적 이유로 무분별한 개발이 중단됐으니까요. 의아하게도 냉전이 또 다른 평화를 선물한 것입니다.

문명 전의 문명, 터키
이스탄불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갈라타 타워(Galata Tower). 도시를 대표하는 야경이다.

터키를 떠난 뒤 한동안 깊은 상념에 시달렸습니다. 다시 마주할 유적지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개발과 자본이 뒤섞인 문명의 교차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지루한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겠죠.

먼 옛날 누군가는 위대한 정복을 목표로 터키 해협을 건넜을 겁니다. 신비한 설화에 매료돼 바다에 뛰어들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었겠죠. 터키를 가로지르는 좁고 긴 바다에 또 얼마나 슬픈 이야기가 쌓일지 벌써부터 마음이 저려옵니다.


INFO. 터키 (Republic of Turkey)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으로 정식 명칭은 터키공화국이다. 지중해와 흑해 연안에 걸쳐 넓게 분포한다. 다양한 문화유산과 건축물, 자연환경 등을 갖췄으며 관광지로서 존재감이 대단하다. 세계 3대 음식의 나라로 꼽힐 만큼 미식 문화로도 유명하다.
– 면적 : 77만9천452㎢
– 기후 :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 언어 : 터키어
– 수도 : 앙카라
– 인구 : 약 8천400만 명
– 교통 : 서울발 직항 노선 이용 (현재 코로나 팬데믹에 따라 탄력 운행)
– 전압 : 220Vㆍ60Hz
– 화폐 : 리라 (TRY, 100리라 = 약 1만3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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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외교부 (www.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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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환타
인도, 중국, 일본에서 주로 서식한다. 지금까지 총 11권의 여행안내서와 에세이를 냈다. 여행과 함께 세상사에 대한 관심으로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여행을 빙자한 국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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