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보이지 않는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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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와 석유화학, 에너지 업계 중심의 동향을 짚습니다. 투자 트렌드와 함께 정보 탐색에 도움이 될 만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시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석유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유가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빠른 변화와 국제 이슈 사이에서 방향성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회에서 원자재(原資材)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원자재는 공업 생산의 원료가 되는 자재를 뜻합니다. 석유는 금속ㆍ농산물과 함께 대표적인 원자재입니다. 국제 금융 시장뿐 아니라 각종 산업과 그 생태계, 경제 정책, 소비 양상에 이르기까지 원자재가 궤를 같이합니다.
주가는 아는데, 유가는…?
올 하반기 금융ㆍ투자 업계에 ‘웃픈’ 말이 들려옵니다. “주가는 알아도 유가는 모르겠다”는 겁니다. 실제 최근 국제유가의 변동 폭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4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37달러(한화 약 4만2천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 경우 파는 사람이 웃돈을 주면서까지 물건을 떠넘기는 구조입니다. 직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60달러(한화 약 6만9천 원) 안팎의 가치를 인정받던 생활필수품이 한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입니다. 그랬던 WTI가 지난 7월 1일(8월물)에는 배럴당 75.23달러(한화 약 8만6천 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입니다.
WTI 선물 가격은 작년 여름부터 무섭게 인상 중입니다. 지난해 5월 1일 배럴당 19.8달러(약 2만3천 원) 수준이었는데 7월 15일에는 41.2달러(약 4만7천 원)가 됐습니다. 올해 1월 15일에는 53.57달러(약 6만2천 원)를 기록하고 6월에는 드디어 70달러(약 8만 원)선을 돌파합니다.
현 상황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세계적으로 커진 탈(脫)탄소 목소리 △이란 정권교체와 핵 협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돈 풀기와 테이퍼링(Taperingㆍ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처하고자 취했던 양적 완화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빈부격차 등이 그것입니다.
유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셰일 업체들은 증산을 주저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유가 하락을 대비해 헤지 계약을 한 큰 기업들이 원유를 캘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탄소중립에 관한 압박을 가하면서 셰일 업체나 원유 시추 기업의 부담이 증가한 것도 눈여겨볼 사안입니다.
정치 이슈로 전망 엇갈려
전문가들은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는 가장 큰 이유를 정치적 이슈에서 찾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도 그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석유 수요와 공급 현황을 보고 증산, 감산 등을 논의하는데 23개국이 도통 합의를 보지 못합니다.
OPEC+ 회의가 진전 없는 배경 중 하나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갈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OPEC을 주도해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당초 OPEC+ 회의에서 올해 8∼12월 매달 하루 40만 배럴을 증산하고 내년 4월까지였던 감산 완화 합의 기한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UAE)가 반대 의사를 표합니다. 원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니 자신들은 원유를 더 캐내 팔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7월 중순을 기점으로 양국 간 극적인 합의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UAE의 원유 생산 기준 상향과 감산 완화 시한 연장이 여전히 골칫거리입니다.
복수의 전문가들과 투자 은행은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부분 기존 예상치를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3분기 두바이유가 배럴당 68.51달러(약 7만8천 원), 4분기 69.56달러(약 8만 원)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중반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5~80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올해 3분기 중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소수지만 조만간 유가가 급락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 중 하나라도 부각될 경우 공급 과잉 현상이 심각하다는 논리입니다.
이란이 미국과 극적으로 합의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뒤 원유를 무섭게 생산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실제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미국 제재가 풀리면 OPEC 결정과 상관없이 석유 수출을 시작하겠다”며 “하루 600만 배럴까지는 쉽게 늘릴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의 수도 있습니다. UAE는 국가 차원에서 탈(脫)석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증산을 하고 당장 자금을 모으겠다는 계획입니다.
최악의 경우 OPEC+ 회의가 완전히 무산되고 UAE를 비롯한 각국이 무섭게 증산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 아닌 숲을 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석유를 캐는 기업들은 유가가 오르면 일단 이득을 봅니다. 동일한 장비와 인건비를 운용하지만 이윤은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일부 에너지 기업은 국제유가 흐름과 연동해 각종 사업을 펼치거나 생산 단가와 판매가 등을 조정합니다.
정유주 역시 대표 수혜주로 꼽힙니다. 유가가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정제마진이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인합니다. 유가가 우상향 한다면 원료를 싸게 들여와 판매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철강ㆍ조선 등 경기민감 업종도 평균적으로 유가 그래프와 주가가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유가 상승=경기 활황’이라는 공식 때문입니다. 유가가 움직이면서 철강 등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조선업종은 유가가 뛰면 해양플랜트 등 발주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양플랜트 관련 발주는 단가가 높은 편이라 조선 업체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한국경제TV의
유가와 인플레이션에도 주의합니다. 이 경우 은행 등 금융 기업은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유를 가져다 원료로 사용하는 항공ㆍ물류 등 운송업은 상대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물론 에너지ㆍ철강ㆍ조선 등 수혜주들의 주가 흐름이 유가와 무조건 일치하진 않습니다. 특히 현재처럼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빠르게 형성되는 상황에서는 변수가 많습니다. 미세한 악재에도 주가가 내리거나 가격이 떨어질 위험이 존재합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나무 아닌 숲을 봅니다. 지금 벌어지는 유가의 향방을 보고 돈의 흐름을 좇으려면 단순히 수혜ㆍ피해주를 분석하는 것으로 부족합니다.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지표와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이슈를 함께 확인할 때 안정적인 결실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www.kiep.go.kr)
[OPEC+의 단계적 증산 결정 배경 및 시사점] 유광호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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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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