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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9 |

오지게 오지여행

소외된 지역 여정을 통해 글로벌 지역 환경의 보존 가치를 일깨웁니다.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그리며 새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진실 너머 신세계, 스리랑카
스리랑카는 인도 남동쪽 부근에 위치한 섬나라로 아시아의 파라다이스라 불린다.

수년 전 교육방송TV EBS 여행 프로그램의 큐레이터로 스리랑카(Sri-Lanka)를 찾았습니다. 전체 기준 촬영기간은 약 3주로 5일에 한 편 분량을 찍습니다. 입에 단내가 날 때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방송 10분 분량이 나오면 그날은 대성공입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이동만 합니다. 힘든 여정을 끝내면 애초에 가졌던 시각이 달라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스리랑카가 꼭 그랬습니다.

세계 3대 홍차의 고단함

이미 두 차례 스리랑카를 경험한 뒤 세 번째 여행에 앞서 책을 읽습니다. 또 다른 발견을 위해서입니다. 새로 찾은 소재는 홍차밭입니다. 자연스레 특정 음료 상표명 ‘실론티’가 떠오릅니다. 실론(Ceylon)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입니다. 스리랑카 홍차는 중국의 키먼, 인도의 다르질링과 함께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진실 너머 신세계, 스리랑카
스리랑카는 16세기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17세기에 네덜란드, 18세기에 인도와 함께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지금도 유명한 실론(Ceylon)은 18세기 스리랑카의 국호이다.

스리랑카는 섬 중앙이 대부분 산악지대입니다. 과거 이 땅에 눈독을 들인 게 영국입니다. 처음에는 커피를 재배했는데 당시 전 세계를 휩쓸었던 커피 잎마름병으로 야심 찬 왕국은 궤멸합니다. 대신 인도에서 재배한 홍차를 스리랑카로 들여오는 사업에 주력합니다.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 우바(Uva) 등 스리랑카 유명 홍차 재배지는 능선과 능선을 넘어 끝없는 바다처럼 보입니다. 한국의 녹차밭 전남 보성이 미니어처로 느껴질 규모입니다.

홍차 따기에 직접 도전해봅니다. 홍차 가격이 비싸다고 여겼던 스스로가 미울만큼 중노동이더군요. 배낭 가득 어린잎을 골라 따봐야 100g도 되지 않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예쁘장한 틴 케이스 하나의 분량을 만들려면 사람 한 명이 하루 종일 잎을 따야만 합니다.

진실 너머 신세계, 스리랑카
스리랑카는 세계 4위의 홍차 생산국이자 최대의 차 수출국이다. 해발고도가 다른 여러 곳의 다원에서 재배하는 스리랑카 홍차는 맛과 향 모두 뛰어나다.

주변 노동자들은 대부분 인도 남부 지역의 타밀족입니다. 초기 홍차밭을 일구던 시절 스리랑카의 다수민족인 싱할리족은 영국에 대한 협조를 거부합니다. 이에 영국은 바다 건너 인도의 타밀나두 지역에서 농업 노동자들을 집단 이주시킵니다. 지금도 홍차밭 마을은 집단가옥 형태입니다. 연립주택처럼 촘촘히 방을 배치해 관리 효율을 노렸기 때문입니다.

짧은 노동 뒤 마을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입니다. 16세부터 홍찻잎 따는 일을 하다 은퇴했다는 할머니 한 분이 부엌에 쪼그려 앉아 요리를 하고 계십니다. 천장에 뚫린 구멍 사이로 빛이 스며들어 할머니를 비추더군요. 성모가 강림한 듯 강렬한 인상이었습니다.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방송에 내보내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복잡한 과거와 차밭 노동의 고단함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옥신각신한 기억이 납니다.

코끼리 고아원의 빛과 어둠

진실 너머 신세계, 스리랑카
스리랑카는 아시아에서 단위 면적당 야생 코끼리가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있다.

또 다른 명소는 코끼리 고아원입니다. 스리랑카에는 야생 코끼리 약 7천500마리가 서식합니다. 이들의 사연은 다시 홍차와 연결됩니다. 스리랑카는 홍차를 재배하는 산악지대를 제외하면 농경 가능한 땅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주로 저지대 산악지역을 개간합니다.  

원래 터전에서 쫓겨난 코끼리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개체 수가 많은 코끼리는 그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밀려난 무리는 줄곧 사람 사는 농가를 침입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리랑카 오지 곳곳에는 전기 울타리와 외벽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코끼리가 좋아하는 달달한 호박이 유인물입니다. 기폭장치를 설치해 코끼리를 잡는 처참한 일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진실 너머 신세계, 스리랑카
코끼리 고아원은 코끼리 보호라는 목적 외에도 감금과 다른 형태의 학대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물론 코끼리를 보호하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부처의 치아 사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캔디(Kandy)로 가는 길목에 핀나웰라(Pinnawala)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코끼리 고아원을 두어 여러 이유로 고아가 된 아기 코끼리를 돌봅니다. 1975년 다섯 마리로 시작한 코끼리 고아원은 현재 규모가 확장돼 약 75마리 개체가 있습니다.

코끼리를 관리하려면 예상외로 돈이 많이 듭니다. 가난한 나라의 재정으로는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때문에 이곳 코끼리들은 야생과 가까운 상태에서 관리되며 유료 방문객을 맞습니다. 심지어 핀나웰라 주변에는 코끼리와 관련된 놀이동산이 여럿입니다. 고아원에서 코끼리를 불쌍히 여긴 뒤 다시 코끼리를 타고 노는 이율배반적인 일에 많은 여행자가 동참합니다.

코끼리는 사회성 강한 고지능 포유류입니다. 길들이려면 혹독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별달리 규제가 없다면 가혹행위에 노출되기 십상입니다 야생 동물이 사람 말을 듣는다는 건 외부 충격에 의해 개체로서 자존감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이곳의 의미와 한계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에 빠질 만합니다. 결론적으로 당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핀나웰라 코끼리 고아원의 존재는 통편집으로 사라집니다. 대신 건물 외벽을 따라 덩굴 나무가 자라고 에어컨 없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친환경 호텔이 분량을 채웁니다.

진실 너머 신세계, 스리랑카
북위 7도에 위치한 스리랑카는 사시사철 여름이다. 가장 추운 1월에도 평균기온 32도 수준을 유지한다. 사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리랑카 석양.

편견은 버려도 좋습니다. 스리랑카는 분명 아름다운 여행지입니다. 산악 트레킹, 수영, 서핑, 고급 리조트, 문화유산 체험까지 독보적입니다. 인프라가 뛰어나진 않지만 세상에 순수한 자연을 이길만한 무기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다만 숨 고르기와 생각의 전환은 필요합니다. 땅에 금 그어 놓는 괴상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 침입이고, 불법침입자는 코끼리가 아닌 인간입니다. 어쩌면 길 위의 여행과 환경보호는 영원한 평행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INFO. 스리랑카 (Sri Lanka)
남아시아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다. 인도양 바다로 둘러싸여 고온다습한 열대기후를 띤다. 18세기 말부터 영국 식민지로 지내다 1948년 영국연방 자치령으로 독립했다. 1972년 국명을 실론(Ceylon)에서 스리랑카 공화국으로 변경했다. 청정한 자연과 세계적인 서핑 포인트, 고급 리조트 그리고 불교 관련 명소 등으로 유명하다.
– 면적 : 6만5천610㎢
– 기후 : 고온다습 열대성 기후
– 언어 : 신할리어, 타밀어, 영어
– 인구 : 약 2천149만 명
– 수도 : 콜롬보 (Colombo)
– 교통 : 한국에서 콜롬보까지 직항 노선 이용
– 전압 : 230V · 50HZ
– 화폐 : 루피 (LKR, 1천 루피 = 약 6천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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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외교부 (www.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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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환타
인도, 중국, 일본에서 주로 서식한다. 지금까지 총 11권의 여행안내서와 에세이를 냈다. 여행과 함께 세상사에 대한 관심으로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여행을 빙자한 국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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