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초여름 춤추는 보리
지난 이야기꾸안꾸 밥상
꾸안꾸 밥상
건강한 식단과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맛집을 추천해 드립니다. 향토 음식을 포함해 계절과 자연이 살아있는 메뉴들을 권합니다.
입하(入夏)가 지났습니다. 24절기 중 하나로 양력 5월에 돌아옵니다. 옛사람들은 양력 5월 5~6일경이면 여름이 시작된다고 믿었습니다. 농가월령(農家月令)에선 곡우(穀雨ㆍ음력 3월 중순경)가 지나 입하에 들면 비로소 보리가 익는다 했습니다. 조금 서늘하면서 달큰한 바람이 부는 계절입니다. 지금이 바로 싱그러운 보리를 수확할 때입니다.
보리(대맥)는 인류의 주요 곡물 중 하나입니다. 문헌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 삼각주와 양쯔강 상류를 원산지로 추정합니다. 아시아의 쌀, 유럽의 밀, 북방의 수수, 신대륙의 옥수수와 함께 기원전부터 인류를 먹여 살려온 남다른 유산입니다.
유난히 성장이 빠른 보리는 겨울에 심어 여름 전에 추수합니다. 때문에 배고팠던 시절 구황(救荒 · 흉년 따위로 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다른 곳에 벼를 심었다가 따로 모를 내는 까닭도 그동안 논에서 보리를 거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거둔 쌀이 빨리 떨어지면 보리가 익기 전까지 간극이 생깁니다. 이를 한탄하며 보릿고개(춘궁기)라 불렀습니다. 먹거리 넘치는 요즘은 다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선 겉보리와 쌀보리 두 종류를 심습니다. 논에서 나는 쌀보리로는 밥을 짓고 밭에 심는 겉보리는 주로 사료나 장을 담글 때 씁니다. 지역과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제주도를 비롯한 전남과 경남 등 남녘에선 모두 이 시기에 보리를 수확합니다.
탱글한 식감, 황홀한 보리밥
보리는 쌀에 비해 아무래도 인기가 덜합니다. 식감이 거칠고 촉촉함과 찰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납작보리(압맥)나 할맥(나눈 보리)은 다년간 개량과 연구로 원래의 대맥보다 밥 짓기 편하고 맛도 좋습니다. 시중 보리밥 전문점은 보리를 미리 불리고 수분을 충분히 흡수시켜 전혀 새로운 밥을 선보입니다. 보리밥은 연중 가볍게 먹는데 제철에는 분명 더 강한 힘이 깃듭니다.
대표 집결지는 광주광역시 무등산 어귀입니다. 지산유원지 인근 무등산 허리에는 보리밥집이 즐비합니다. 남도의 중심지답게 어느 곳을 가든 갖은 산채와 반찬을 가득 차려 한상을 냅니다.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기에 딱이지요.
보리밥 맛집으로 소문난 팔도강산은 독채 건물에 널찍한 주차공간을 갖춘 명소입니다. 제철 나물찬과 장아찌, 젓갈을 동그란 쟁반에 빼곡히 차려냅니다. 여기에 돼지불고기와 계란찜, 된장국 등 든든한 반찬을 곁들입니다. 숨은 그림 찾기도 아닌데 쟁반에서 빈틈 찾기가 어렵습니다.
나물에 비벼 먹기 딱 좋은 사발에 보들보들한 보리밥을 담아줍니다. 쌀밥처럼 질지 않고 잘 섞이는 까닭에 먹기도 수월합니다. 입안에서 낱낱이 돌아다니는 보리 밥알의 식감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중독적입니다.
잘 섞인 보리밥 한술을 입에 넣으면 각각의 찬이 내는 맛의 조화가 한입에 느껴집니다. 참기름과 고추장은 별미지만 굳이 넣지 않아도 간이 잘맞습니다. 곧바로 생채소 쌈까지 곁들이면 땅의 활력을 삼킨듯 뿌듯해 집니다.
불면의 밤 걱정 없는 보리 커피
밥 다음 디저트는 ‘국룰’입니다. 보리를 재료로 만드는 디저트는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는 복덩이입니다. 보리는 백미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다량으로 포함합니다. 자연스레 고혈압, 당뇨병, 비만, 변비 등에 효험이 큽니다. 서늘한 성질 덕분에 신경불안과 스트레스 감소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 가장 핫이슈는 국산 검정보리 품종인 ‘흑누리’입니다. 놀랍게도 흑누리의 쓰임새는 우리 예상을 한참 벗어납니다. 커피 원두 가운데 일부를 흑누리로 바꾸면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90%가량 적은 디카페인 커피가 탄생합니다.
흑누리 커피는 임산부나 수유 중인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커피 내리는 속도가 빨라 일반인들도 즐겨찾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보리 커피(59.9% 보리 함유)의 카페인 함량은 그램당 5.95mg으로 일반 커피(15.5mg/g)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보리는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밀이나 쌀보다 수분흡수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빵에 비하면 식감이 거칠고 퍽퍽합니다. 먹는 것에 진심인 한국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각종 꾀를 냅니다.
빵은 보릿가루와 계란, 우유 같은 기본 재료에 이색 무기를 장착합니다. 포도청, 올리브오일, 탈지분유, 바닐라 오일 등이 그것입니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보리빵이나 쿠키도 속재료에 따라 색다른 풍미를 뽐냅니다. 심지어 TV프로그램에 소개된 한 제과명장은 보리를 볶아 보리차를 통째로 반죽에 넣는 방식을 애용한다고 합니다.
보리는 가난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무한변신으로 많은 사람의 오감을 충족시킵니다. 일부러 찾는 음식이라니 격세지감입니다. 식도를 타고 몸속에 내려온 꿋꿋한 보리가 파릇한 일상을 선물해주길 기대합니다.
INFO. 추천식당 <팔도강산>
위치 : 광주시 동구 지호로 127번길 10-7
전화 : 062-222-3682
영업시간 : 매일 11:30~20:30
메뉴 : 보리밥 1인분 8천 원
촌닭·오리백숙 5만 원
INFO. 추천식당 <브레드숨>
위치 :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로18길 37
전화 : 070-8861-0007
영업시간 : 월~토 10:00~20:00
메뉴 : 우유식빵 2천800 원
호두시나몬 4천 원
인스타그램 : @breadsum
INFO. 요린이도 따라하는 ‘보리화채’
달방앗간의
· 색다른 요리로 보리 화채에 도전해보자. 손쉬운 레시피에 요린이도 문제없다. 깨끗하게 씻은 보리알에 녹두 전분을 골고루 묻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운다. 그다음, 찬물에 담갔다 새콤한 오미자청에 떨어트리면 끝! 전분을 더한 보리알은 목 넘김이 좋고 탱글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 보리는 겉으로 볼때 담황색을 띠며 투명하고, 낱알이 통통하며 둥글면서 크기가 고른 것이 좋다. 묵은 냄새가 없고 낱알이 깨지지 않은 보리를 고르자.
· 보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재료는 무와 콩이다. 특히 무의 디아스타아제 성분이 보리의 차가운 성분을 보완해 편한 소화를 돕는다. 보리리소토에 무즙이나 콩을 더하면 완벽한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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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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