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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우아한 화학
우아한 화학
‘일상을 바꾼 화학’을 주제로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지식 정보를 제공합니다. 인간 삶을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개선한 화학사를 포함합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과학 축제가 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과학계 행사 중 으뜸은 노벨상(Nobel Prize)이지만 호사가들은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선호합니다. 그 외에는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세상 유례없는 탁월함과 기발함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이그노벨상은 1991년 미국의 유머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서 만들었습니다. 이그노블(ignoble, 불명예스러운)과 노벨(Nobel)을 더한 이름부터 패러디 작법을 알게 합니다. 직역하면 ‘불명예스러운 노벨상’입니다. 유머와 과학이라는 전혀 다른 주제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꿀잼 선사하는 진짜 괴짜들
이그노벨상 시상은 매년 10월, 노벨상 발표 일주일 전에 이뤄집니다. 물리학·화학·생물학·의학·문학·평화·경제학 6개 분야에 각 상을 수여합니다. 그때그때 추가로 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화학은 단연 인기 분야입니다. 물론 수상 결과를 살피면 분야를 나누는 자체가 코미디임을 깨닫습니다. 최근 수상자들과 이그노벨상의 실체를 분석합니다.
화학상(2016년) 폭스바겐
독일의 유명 자동차 제조회사 폭스바겐은 2016년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인에게 환경 문제를 해결한 듯 위안(?)을 준 공로입니다. 사실 이는 폭스바겐의 사기극을 꼬집는 조롱에 가깝습니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차 엔진의 배기가스가 기준치의 40배를 초과한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소비자가 더욱 괘씸해 한 부분은 엔진 제어 장치 조작입니다. 폭스바겐은 엔진 센서 감지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차의 주행시험으로 판단될 때만 저감 장치를 작동해 환경기준을 충족했습니다. 고도의 눈치작전인 셈입니다.
물리학상(2014년) 일본 기타사토대학 마부치 기요시 교수 연구팀
마부치 기요시 교수는 ‘인간이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왜 미끄러질까?’라는 주제로 물리학상을 수상합니다. 바나나 껍질을 밟고 주르륵 넘어지는 사람과 동물은 만화에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서 착안한 연구팀이 바나나 껍질의 마찰계수를 연구합니다. 시상식에 참여한 기요시 교수는 “충분한 크기의 바나나 껍질만 있다면 고질라도 넘어뜨릴 수 있다”고 진지한 소감을 전합니다.
의학상(2014년) 디트로이트 의료센터 연구팀
연구는 ‘아이가 장시간 코피를 멈추지 않고 흘린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디트로이트 의료센터 연구진은 위대한 방법을 제안합니다. 통제가 어려운 심한 코피라면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한 조각을 코에 쑤셔 넣습니다. 이언 험프리 의료센터 대표는 “고정관념을 깨고 과거에 어떤 방법을 썼을지 연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시상식에 참석해 직접 이 방법을 시연합니다. 역사에 남은 명장면입니다.
화학상(2007년) 일본 국제 메디컬센터 야마모토 마유 연구팀
마유 박사는 동물의 배설물에서 바닐라 향을 추출하는 방법을 발견한 공로로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연구팀의 새로운 방법은 기존 바닐라 향을 만드는 과정보다 비용이 저렴합니다. 안타깝게도 상품화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물리학상(2000년) 맨체스터 대학 안드레 가임 교수 · 브리스톨 대학 마이클 베리 명예 교수
개구리는 물과 다양한 유기물질로 몸을 구성합니다. 특히 개구리는 반자성 성질을 뜁니다. 경우에 따라서 자석과 비슷합니다. 두 학자는 이러한 개구리의 성질을 이용해 흥미진진한 연구를 거듭합니다. 그리고 자기부상 열차처럼 개구리를 공중 부양시킨 공로로 수상의 영광을 안습니다.
수학상(1993년) 통계학자 로버트 페이드
로버트 페이드 박사는 러시아 정치가(당시 소련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적그리스도일 확률을 계산합니다. 신기하게도 이는 냉전 시대에 기인한 연구입니다. 과거 반공주의자들은 공산주의자를 악마에 비유했습니다. 지위가 높을수록 의심도 잦았습니다. 그가 제시한 답은 71경609조1천751억8천828만2천 분의 1입니다. 당연히 적그리스도가 아닙니다. 페이드는 연구 결과와 공식을 함께 발표합니다. 그러나 난해한 설명으로 동료 수학자들조차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한국과 강력한 연결고리
한국은 아직 노벨상과 인연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그노벨상은 네 차례나 수상했습니다. 통일교 故문선명 대표가 유명합니다. 그는 청춘남녀 360만 쌍을 단체 결혼시킨 공로로 2000년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을 수상합니다.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결혼 관련 비용을 크게 절약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에는 세계 종말을 계산한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가 다른 종말론자들과 함께 수학상을 수상합니다. 주최 측은 “수학적 추정을 할 때 조심해야 함을 세상에 일깨웠다”며 황당한 이유를 듭니다.
주목할 만한 수상도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권혁호 씨는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해 1999년 환경보호상을 수상합니다. 2017년에는 한지원 씨가 ‘커피잔의 형태에 따른 커피 쏟아짐에 대한 보고서’로 유체역학상을 수상합니다. 이 보고서는 한 씨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에 제출한 과제입니다.
즐거움 속 탄생하는 위대한 과학
YTN 사이언스의
이그노벨상은 엉뚱한 발견이나 의미 있는 사회적 실험에도 상을 수여합니다. 수상자 중 다수는 저명한 과학자입니다. 놀랍게도 이들의 유머감각은 자주 굵직한 결실로 이어집니다.
공중부양 개구리를 연구한 안드레 가임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을 흑연에서 분리한 공로로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합니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나 단단하고 전도성도 월등하지만 너무 얇은 소재로 분리가 어렵습니다. 가임은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그래핀 분리에 성공합니다. 과연 이그노벨상 수상자다운 창의력입니다.
이그노벨상의 상금은 10조 구 짐바브웨 달러(한화로 약 600원 수준)입니다. 부상은 독특하지만 조잡한 트로피 하나가 전부입니다. 시상식 참여를 위한 각종 비용은 스스로 해결합니다. 결론적으로 상을 받아도 금전적 혜택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수상자들은 기꺼이 자비로 행사에 참석합니다. 각자의 실험을 진지하게 혹은 코믹하게 설명하고 마음껏 축제를 즐깁니다.
이그노벨상의 다른 교훈은 없습니다. 알을 품던 에디슨이 전구를 개발한 건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모든 일에 교훈을 기대하는 건 우리 사회의 집착입니다. 쓸데없고 즐거운 일은 그 자체로 즐기면 그만입니다. 올해는 또 어떤 기발한 발명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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