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보다 흐릿한 천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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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지역 여정을 통해 글로벌 지역 환경의 보존 가치를 일깨웁니다.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그리며 새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측정 불가능한 숫자 ‘999’
종종 미세먼지 관련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열면 흠칫 놀랄 때가 많습니다. 중국 북부 지역, 특히 산시성[山西省] 지방 위주로 초미세먼지 수치가 ‘999’를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999’에서 멈춘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이상의 수치는 애플리케이션 상에 표기가 불가능합니다.
중국은 약 4천 년 전부터 석탄의 존재를 알았다고 합니다. 다만 석탄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각종 위험으로 쓰임은 훗날로 미뤄둡니다. 일각에서는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라는 중국 북송시대(北宋, 960~1127년)의 그림을 토대로 석탄 활용 시기를 유추합니다.

< 출처: 위키백과 (ko.wikipedia.org) >
청명상하도는 한림학사(일종의 관직)였던 장택단(張擇端)이 당시 수도인 카이펑[开封]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민속화입니다. 900여 년 전 작품이지만 사료(史料) 가치는 월등합니다. 일상적인 마을 모습부터 상점, 장터, 야시장 같은 당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았기 때문입니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중국에서 석탄은 산시 지방을 빼놓고 말하기 힘듭니다. 가장 먼저 석탄 광산을 개발한 지역으로 과거에는 오롯이 이곳에서만 석탄을 채굴했습니다. 산시성이 아니라면 위에 언급한 그림 속 야시장은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석탄 덕분에 산시성 주변에는 일찌감치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섰습니다. 군수산업도 함께 발달해 중국에서 가장 큰 핵무기 저장고와 타이위엔 위성 발사센터(太原卫星发射中心/太原衛星發射中心)도 이곳에 위치합니다.
중국 산업화 시기와 맞물려 산시성의 무궁무진한 석탄은 새로운 중국을 지탱하는 원천으로 인정받습니다. 지역민들의 긍지와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현재도 산시성 지방은 중국 전체 석탄 채굴의 3분의1을 책임집니다. 하지만 하늘 같았던 위세는 이제 쓸쓸한 과거가 됐습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석탄 도시
미세먼지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부터 중국 북부 지역을 즐겨 찾았습니다. 산시성은 중국 역사에 주요 무대로 등장하며 장대한 볼거리를 갖춘 명소입니다. 그중에서도 화엄사(華嚴寺)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압도적인 경관을 자랑합니다.
요나라(大遼, 916~1125년) 시절에 건설한 화엄사는 어느덧 천 살을 넘었건만 여전히 꼿꼿한 자태를 뽐냅니다. 천년 묵은 나무의 질감과 깊숙이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벅찬 감동입니다. 나무 기둥과 서까래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사찰 무게를 완벽히 지탱합니다. 이는 현대 건축 기술로도 풀지 못하는 신비한 수수께끼입니다.



운강석굴(雲崗石窟)의 존재감도 화엄사 못지않습니다. 중국 3대 석굴 중 하나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석탄의 도시라 불리는 산시성 다퉁[大同]에 위치하며 5~6세기 중국 불교 미술의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석굴 내부에는 약 252개의 굴과 5만 개에 달하는 석상을 보존합니다.

다퉁에서 운강석굴의 보존은 쉽지 않습니다. 산시성의 연간 석탄 생산량은 6억 톤이 넘고 다퉁에는 3천769억 톤에 달하는 석탄이 매장돼 있습니다. 실제 90년대 중후반부터 다퉁시는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는 분진을 비롯해 중화학 공업지대의 오염물질로 큰 피해를 겪었습니다. 석굴 내 조각이 낡고 부식됨은 물론입니다. 다퉁시는 체계적인 관리 감독 아래 새로운 과학 기술로 석굴 보존 작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합니다.

2015년 다시 방문한 석굴은 기존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불상들은 세수라도 한 것처럼 전부 말끔하고 예뻤습니다. 재건 작업의 실체는 세척이었습니다. 보존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장기간 쌓인 먼지가 일종의 코팅 작용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벗겨내는 과정에서 외려 석굴의 부식은 더 빨라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세월의 웅장함을 지우고 색을 드러낸 대가는 예상보다 치명적입니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의 실체
어느 순간 몸은 이상한 경고를 합니다. 한 번 시작한 기침은 목이 쉴 때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불쾌한 향이 나거나 낯선 장소에서는 당장 죽을 사람처럼 기침을 했습니다. 심지어 기침 끝에 강한 통증을 느낀 다음날 갈비뼈 부근에 피멍이 보였습니다. 때마침 한국에서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을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한국과 중국 모두 병원에서는 문제가 없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문득 그간의 동선을 역추적합니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 유독 대기오염이 심한 중국 내 지역을 빈번히 다녔음을 깨닫습니다. 스스로 ‘먼지=기침’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립니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모바일로 다퉁 지역의 대기질 지수를 검색합니다.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입니다. 전력 생산의 53%를 석탄에 의존합니다. 중국의 석탄 발전 생산량은 전 세계 석탄 발전소 전력설비 용량의 40%에 육박합니다. 게다가 2020년 들어 신규 석탄 발전소의 인허가를 대폭 늘리기까지 했습니다.
중국 관영 언론은 한층 맑아진 북경(北京)의 푸른 하늘을 강조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2018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한 해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가 약 110만 명이라는 뉴스가 나옵니다. 겉으로 봤을 때 멀쩡하지만 그리 멀쩡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갑니다. 여행을 잠시 멈춘 지금도 기침은 잦아들지 않습니다.
INFO. 다퉁 [大同]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공업 도시다. 북위 시대의 수도로서 고대부터 다양한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교통 요충지로 활약했다. 다채로운 자연 환경과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개발에 따른 폐해로 위기에 처했다. 현재는 수소 도시로 전환하기로 공표하고 도시 정비 사업에 한창이다.
– 면적 : 1만4천176㎢
– 기후 : 대륙성 몬순 기후
– 언어 : 중국어
– 인구 : 340만 명
– 교통 : 한국에서 베이징까지 직항 이용 뒤 고속철도 이용
– 전압 : 220V
– 화폐 : 위안화 (CNY, 100위안=약 1만7천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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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두피디아 (www.doop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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