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무대, 그 이상의 가능성
지난 이야기#포스트코로나
#포스트코로나
‘세대’와 ‘공간’에 기반해 가까운 미래 변화상을 살펴봅니다. 시의적 키워드로 기술, 문화 등 변화를 제시합니다.
공연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업종입니다.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 무용 등 대면 접촉을 전제로 하는 문화예술은 구조적 제약이 많습니다. 공연장, 전시장 등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특정 인원이 모인다는 전제 조건부터 까다롭습니다.
새삼스레 코로나19를 언급하지 않아도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상응하는 돌파구 마련은 절실해 보입니다. 공연업계는 비대면, 온라인 전환, 콘텐츠 사업 진출 등으로 활로를 개척하며 전반적인 생태계 혁신에 나섭니다.
기약 없는 불황, 무대 떠난 사람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128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문화시설을 폐쇄하고 무기한 공연 중단을 선언합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브로드웨이 등이 솔선수범하며 모범을 보였습니다.
한국도 다르진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많은 박물관과 복합문화시설이 문을 닫고 공연과 전시 취소도 잇따릅니다.
국외와 다른 점은 우리나라 공연이 주로 소극장 중심이며 공연예술인들의 복지는 탄탄치 못하다는 점입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실태조사(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공연장 비율은 전체 공연장의 54.9%에 달합니다. 절반 넘는 수치입니다.
전반적인 산업 위축 속에서 공연 업계의 고질적 불안도 심해졌습니다. 대부분의 소극장 공연은 두세 달 간의 연습기간 동안 배우들에게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본 공연이 무대에 올라야만 회당 출연료를 받습니다. 공연 제작사 입장에서는 극장 대관료와 인건비를 제외한 티켓 판매 수입이 유일한 수익원입니다. 더욱이 100석 남짓한 소극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한 칸 띄어 앉기, 두 칸 띄어 앉기를 시행하면서 매출 축소는 불가피해졌습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긴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4월 사이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는 2천500여 건입니다. 피해금액은 무려 600억 원에 달하다고 합니다. 긴급지원금 제도 등 간헐적 수혈은 이뤄졌지만 여러모로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 접목, 온라인 먹거리 발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틀을 깬 과감함에서 나옵니다. 몇몇 대형 뮤지컬과 연극 제작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공연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열립니다. 비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 유통구조가 빠르게 재편 중인 상황에서 콘텐츠와 온라인의 결합은 선택 아닌 필수입니다.
연극, 영화, 음악회 등 다채로운 오프라인 콘텐츠를 유튜브와 라이브 스트리밍 같은 디지털 기술에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5G 통신망,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 가능한 경험을 디지털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주목할 만한 적용 사례도 있습니다. 극단 별지는 지난 2월 18~19일 양일간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내 ‘네이버TV 공연 라이브’ 채널에서 연극 <바라봄>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연극이 온라인으로 넘어온 최초의 사례입니다.
지난해 네이버에서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공연 라이브’는 전년 대비 7.5배 증가한 600여 건을 기록할 만큼 승승장구입니다. 누적 시청 수도 전년 대비 12.5배 증가한 1천500만 회에 달합니다.
극단 별지의
많은 제작사와 소극장들은 초기에 무료 생중계로 온라인 공연을 제공했습니다. 이후에는 차츰 일정 금액 이상의 후원금을 받고 라이브 관람권을 제공하는 후원 라이브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물리적 제약 없는 연극 관람의 기회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집니다. 실시간 댓글과 피드백도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며 관객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형태입니다. 관객과 직접 마주보며 소통한다는 공연의 정의를 다시 쓰는 셈입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연극은 유독 현장성이 강한 예술 장르로 배우의 표정과 호흡 등 영상으로 모든 스토리를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3대 이상의 카메라와 고성능 마이크, 섬세한 편집기술이 필요한데 현실적 여건이 부족합니다. 만일 비용을 들여 영상물을 제작하더라도 볼거리가 많은 퍼포먼스형 공연이나 인지도 높은 작품과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익숙함을 새로움으로, 시선의 전환
무엇보다 새로운 협업 모델의 등장과 지속적인 콘텐츠 확장은 공연업계의 희망입니다. 소셜 스타트업 플롯(PLOT)도 그중 하나입니다. 플롯은 연극을 기반으로 다방면에 걸친 문화 콘텐츠 사업과 네트워킹을 전개하는 벤처기업입니다.
소셜 살롱 프로그램인 ‘혜화동 사람들’과 예술교양 뉴스레터 ‘플롯 레터’를 발간하며 대학로 중소형 극단의 건강한 운영과 자립을 돕습니다. 업계 중심이 아니라 일반 대중과 호흡하며 연극과 예술 관련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무게를 싣습니다.
큰 기업들은 사회공헌(CSR)과 사회공유가치(CSV)를 넘어서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천착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모색해 갑니다. 공연업계가 난관의 타계책으로 받아들인 소셜 벤처(Social Venture) 육성은 국내 각 업계의 선도 기업들에게 좋은 자극으로 작용합니다.
소셜 벤처는 재무적 성공을 넘어 인권, 평등, 자유, 평화 등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고 혁신합니다. 선도 지위에 올라선 소수 대기업들이 벌써부터 발빠르게 소셜 벤처 대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 사회적 고용과 소비자 소통을 꾀하고 있습니다. ESG 경영 전략으로 소셜 벤처를 파고들어 아젠다를 선점하려는 노력입니다. 사업 영역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스타트업에 국한해 상생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은 서서히 일차원적인 전략으로 물러납니다.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는 뜻있는 소셜 벤처를 발굴해 공생의 주체로 올라설 기회가 열렸습니다. 서로 다른 업종이더라도 각각의 특장점을 결합해 효율적인 ESG 경영을 일궈낼 수 있습니다. 사회에 기여하면서 고객과 소통하는 경로를 넓혀 또 다른 기회를 찾기도 합니다. 전방위적으로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통섭의 전략을 펼치는 이유도 같습니다.
혹자는 단언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결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이제 성공에 앞서 생존하려면 기존 틀을 깨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시스템 고도화, 빅데이터 연계, 생생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술 도입까지 당면 과제가 많습니다.
이제 곧 바이러스와 상관없이 넷플릭스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 보듯 모바일과 웹으로 전 세계 무대공연을 감상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자문 · 이아름 (극단 별지 소속 배우)
참고 ·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포스트코로나 시대 비대면 공연예술의 전망과 과제] 백선혜 · 이정현 · 조윤정 · 2021
[코로나19 시대의 콘텐츠 산업] 이상우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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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빅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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