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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3 |

꾸안꾸 밥상

건강한 식단과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맛집을 추천해 드립니다. 향토 음식을 포함해 계절과 자연이 살아있는 메뉴들을 권합니다.

설레나 봄, 맛있나 봄, 나물이라 봄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파릇한 나물은 맛 좋은 설렘을 안긴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영화판에 새파란 ‘미나리’가 세간의 이목을 끌듯 요즘 새파란 봄나물로 시선이 갑니다. 봄 향기를 머금은 파릇한 풀이 식탁에 내려앉았습니다. 반가운 봄볕은 신선한 나물과 약초를 땅에서 끄집어냅니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수필에 썼습니다.

“냄새만으로도 냉잇국이란 걸 알아맞혔다. 아내는 기뻐했다.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주었다.
기쁨과 눈물 없이는 넘길 수가 없는 국물이었다.”

작가도 봄이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다시 돌아온 계절과 봄나물에 잘 어울리는 찬사입니다.

미각으로 붙잡는 파릇한 봄

경상남도 산청군은 지리산에 오롯이 들어앉은 고장입니다. 산바람 좋고 흙내 구수한 산청 땅에는 수많은 약초와 나물이 돋아납니다. 덕분에 제법 늦게까지 건강한 봄이 머뭅니다. 맛있는 화원(花園)은 접시에 올라 아지랑이처럼 향긋한 내음을 모락모락 피웁니다.

짧아서 아쉬운 봄을 맛으로 단단히 잡습니다. 영양 담뿍 머금은 제철 나물과 여러 약초를 내는 나물 샤부샤부가 주인공입니다. 갖은 약초로 달인 육수는 신기하게도 한방 냄새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국물 맛이 그저 달고 순수하며 담백합니다.

설레나 봄, 맛있나 봄, 나물이라 봄
설레나 봄, 맛있나 봄, 나물이라 봄
땅에서 직접 나물을 캐서 물에 데친 뒤, 양념에 무치는 조리법을 가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중국 등은 간장이나 식초를 활용해 조림으로 먹는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커다란 전골냄비에 육수를 붓고 기다리면 샤부샤부용으로 얇게 저민 한우가 상에 오릅니다. 선명한 붉은색이 남녀노소 구미를 당깁니다. 곧 제철 약초와 나물, 버섯을 한가득 담은 파란색 바구니가 등장합니다. 시기적으로 캐는 순서가 달라 매번 상에 오르는 면면이 다양합니다.

방풍나물, 당귀, 땅두릅, 짚신나물, 신선초, 가죽, 엄나무, 가시오가피, 뽕잎, 마가목, 느타리버섯 등 귀한 식재료가 펼쳐집니다. 육수와 산채가 질 좋은 소고기와 어울려 맛과 향 모두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슬쩍 데쳐 아삭한 약초에 부드러운 소고기 한 점 얹으면 천국입니다. 봄을 통째로 삼키는 기분입니다.

설레나 봄, 맛있나 봄, 나물이라 봄
설레나 봄, 맛있나 봄, 나물이라 봄
(위) 4~5월 지리산을 방문하면 제철 맞은 향긋한 봄나물과 귀한 약초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봄나물 샤부샤부 한상차림. 감칠맛 나는 육수에 생생한 채소, 나물, 약초, 소고기를 살짝 데쳐 먹는다.

보송보송하고 담백한 노루궁뎅이버섯은 육수 속에 녹아 봄바람처럼 청량한 향을 더합니다. 바삭하고 향긋한 약초전과 곁들이는 반찬도 허투루 내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고기와 약초를 추가합니다. 마지막 남은 진한 육수에 국수를 말거나 밥을 넣어 죽을 쑤면 보약 한 첩이라도 지어먹은 느낌입니다. 과할 정도로 든든히 배를 채웁니다. 나른한 봄볕에 스르르 무너질 법 한데 이상하게도 끄떡없습니다.

내가 알던 그 나물이 아니야

봄나물은 쓰임새도 많습니다. 하나 꼽아서 애칭을 붙이면 맛 장군입니다. 냉이, 두릅, 미나리, 달래 등 제철 봄나물은 우리 몸에 겨우내 쌓인 독소를 배출합니다. 탁월한 순환과 정화 작용입니다.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으로 반갑지 않은 춘곤증과도 잘 싸우도록 돕습니다.

나물은 통상 국이나 무침 같은 반찬으로 먹습니다. 그런데 최근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과 무관치 않습니다. 땅에서 막 캔 나물을 물에 잘 세척해 팔팔 끓는 기름에 고문하는 봄나물 튀김도 흔합니다. 나물은 이제 조연이 아니라 식탁의 주연으로 당당히 도약합니다.

봄나물은 그 자체로 변신의 귀재입니다. 신선한 달래나 냉이를 고소하고 진득한 크림과 함께 먹는 색감 고운 파스타와 리소토는 제철 메뉴로 어색함이 없습니다. 쑥으로 만든 녹색 타르트나 크림이 스며든 파이도 인기입니다. 깔끔한 단맛과 은은한 쑥향이 뭉게뭉게 피어납니다. 따듯한 커피나 차를 곁들이면 완벽한 취향 저격입니다.

봄은 스치듯 짧습니다. 대신 맛으로 느끼는 파릇함은 몸을 채운 영양과 함께 오래갑니다. 오감으로 채우는 봄의 포만감도 잊히지 않을 추억입니다.


INFO. 추천식당 <감칠>
위치 :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46길 27 3층
전화 : 02-333-6994
영업시간 : 12:00~21:00
메뉴 : 달래 된장 크림 파스타(또는 리소토) 1만3천 원
          시래기 봉골레 1만3천 원
인스타그램 : @gam.chil

INFO. 추천식당 <약초와 버섯골>
위치 :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로555번길 35
전화 : 055-973-4479
영업시간 : 평일 11:00~19:00 (월 ~14:00) / 주말 9:00~19:30
메뉴 : 약초버섯맑은탕 1만5천 원
          약초버섯비빔밥 8천 원

INFO. 추천식당 <두화당>
위치 :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87길 25
전화 : 02-701-8334
영업시간 : 매일 12:00~21:00 (일 ~20:00)
메뉴 : 쑥두유 5천500 원
          쑥단팥 쌀 파운드 5천800 원
          쑥크림 초코브라우니 5천500 원
인스타그램 : @duhwadang


INFO. 알고 먹자 ‘두릅’

· 독특한 향을 자랑하는 다년생과 식물이다. 땅두릅은 4~5월에 돋아나는 새순을 땅을 파고 자른다. 반면 나무두릅은 나무에 달리는 새순을 말한다. 뿌리는 한약재로 이용하고 잎과 줄기는 살짝 데쳐서 양념과 함께 먹는다. 단백질, 비타민C,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혈당과 혈중지질 조절에 능하다.

설레나 봄, 맛있나 봄, 나물이라 봄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ww.clipartkore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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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우석
스포츠서울에서 22년간 근무하며 약 18년 동안 여행/식도락/레저 전문기자로 일했다. 풍성한 콘텐츠로 TV 방송,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약했다. 작가 활동 외에도 관광 식음료 전문 컨설팅 업체 [놀고먹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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