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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0 |

우아한 화학

‘일상을 바꾼 화학’을 주제로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지식 정보를 제공합니다. 인간 삶을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개선한 화학사를 포함합니다.

금(Au), 골드(Gold), 원소번호 79번

금은 모든 문화권에서 귀중히 여겨집니다. 모든 금속은 세월에 따라 녹슬기 마련이지만 금만은 그 광채를 유지합니다. 사람들은 영원히 빛나고 변하지 않는 금의 모습에 매혹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금을 갖고 싶어하고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바로 연금술(鍊金術)의 시작입니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연금술
근대 과학 이전에 유행한 연금술은 화학, 물리학, 약학, 점성술, 기호학 등 여러 학문의 결합이다. 사진은 중세 시대의 실험실을 재현한 그림.
< 출처: 위키백과 (ko.wikipedia.org) >

영원하고 고결한 금

최초의 연금술 관련 기록은 중동을 넘어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어로 ‘alchemy’라고 표기하는 연금술은 아랍어 ‘알 키미아(al-kīmiyāʾ)’에 어원을 둡니다.

금의 녹슬지 않는 성질은 사람들로 하여금 ‘영원’을 강조하게 합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금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영원한 무언가이자 고결한 정신이 투영된 상징입니다. 과거 사람들은 금의 비밀을 밝히면 부자가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원한 생명과 세계를 다스리는 힘을 얻는다는 환상도 있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시작된 연금술은 동양과 서양까지 깊숙이 파고듭니다. 서양에서는 금을 만들려는 기술로, 동양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개념으로 정립됩니다. 동양에서도 금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서양만큼 체계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수많은 이들이 영원불멸의 삶을 좇아 영약을 찾아다녔습니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연금술
연금술은 응용 과학의 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중세 시대에 유행한 덕분에 마법이나 요술 같은 취급을 받았다. 현재 학자들은 중세 시대의 연금술이 질병 치료나 생명 연장에 필요한 기술이었다고 분석한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화학의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화학을 영어 단어로 케미스트리(Chemistry)라고 표기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연금술의 어원과 형태가 비슷합니다. 표기만으로도 우리는 화학의 탄생이 연금술과 연관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연금술이 꽃피운 시기는 근대 화학이 생겨나기 바로 직전입니다. 시기가 살짝 겹친다고도 합니다. 실제 뉴턴(Isaac Newton) 같은 과학자들도 한때 연금술에 빠졌었습니다.

인류는 금을 만들기 위해 오만가지 노력을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기초 화학 지식을 적립하고 체계적인 실험 방법을 마련합니다. 연금술 실현 과정에서 증류법, 승화장치, 비커, 여과기 등도 발명합니다.

석유 추출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습니다. 석유의 고유한 성질은 정제라 불리는 근대 연금술에 기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금술은 화학의 어머니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니까요. 아, 이건 거짓입니다. 연금술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연금술
대한석유협회는 자료 게시를 통해 ‘석유의 마법적·신비적인 성질은 정제라고 불리는 근대 연금술에 의해 증류탑 속에서 조금씩 해명돼 왔다’고 기술하고 있다. 물론 근대 정제법이 발명된 것은 1920년 이후의 일이다.
< 출처: 예스폼 (freeimage.yesform.com) >

연금술? 당연히 가능합니다

연금술은 가능합니다. 금을 만들 수 있고 실제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의 화학자 글렌 시어도어 시보그(Glenn Theodore Seabor)는 원자번호 95번에서 103번에 이르는 초우라늄 원소를 포함해 몇 개의 원소를 최초로 만들어냈습니다.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는 106번 원소에 남아 있습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시보귬(Seaborgium)이라 부릅니다. 더 나아가 1951년에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반면 그는 원자 폭탄의 아버지로 외면도 받습니다. 원자 폭탄에서 중요한 원소인 플루토늄(Plutonium)을 최초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플루토늄은 이론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에 처음 발견한 글렌이 아버지라는 말이 전혀 틀리지는 않습니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연금술
인기 작가 파올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소설 [연금술사]. 연금술을 다룬 작품 중 가장 대중적으로 평가된다. 보물을 계속 쫓아가라는 연금술사의 충고에 따라 보물을 찾는 산티아고의 감동스러운 여정을 그린다. 일각에서는 연금술사를 과학자가 아닌 선자로 표현한 작가의 시선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 출처: 교보문고 (youtu.be/OQOOSrOYBzE) >

교보문고

아무튼 이 위대한 화학자는 1980년 입자 가속기(Particle accelerator, 물질의 미세 구조를 밝히기 위해 원자핵 또는 기본 입자를 가속 및 충돌시키는 장치)를 동원해 원자번호 83번 비스무트(Bismuth)에서 4개의 양성자를 제거하게 됩니다.

원자번호는 원자핵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 수를 의미합니다. 간단한 산수를 권합니다. 83에서 4를 빼면? ‘79’. 우연히도 금의 원자번호는 79번입니다. 인류가 막연히 꿈꿔왔던 연금술이 드디어 성공한 겁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기술

사람들은 금을 찍어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금값은 금값, 비트코인도 금값입니다. 글렌이 입자 가속기를 동원해 만든 금은 안타깝게도 아주 소량이었을 뿐 아니라 방사능 수치가 매우 높았습니다. 금이 아무리 좋아도 방사능을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방식은 금보다 비싸며 천문학적인 제작비용을 요구합니다. 금을 만들려면 금 이상의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는 이상한 구조입니다. 글렌은 한 인터뷰에서 “1온스(Ounce, 미국 단위계의 질량 단위)의 금을 만들려면 1천 조 달러는 소요될 것”이라 농담을 했습니다. 1온스는 30그램이 조금 안 되는 분량으로 현재 가치로 1천700달러를 상회합니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연금술
입자 가속기로 금을 만드는 기술은 비용과 안전, 운영 등 여러 면에서 현실적으로 상용화가 어렵다.
< 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

인류는 연금술에 반만년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진짜 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진정 원한 건 금이 아니라 돈이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연금술은 여전히 마법으로서 관심 밖 대상입니다.

과거 연금술은 위대한 학문이며 남다른 가치였습니다. 사람들이 좇은 건 비단 돈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가치는 사라지고 남은 건 돈입니다. 연금술은 가능하지만 시시해졌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겠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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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후
베스트셀링 도서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비롯해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까지 총 4권의 책을 집필하고 더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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