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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

꾸안꾸 밥상

건강한 식단과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맛집을 추천해 드립니다. 향토 음식을 포함해 계절과 자연이 살아있는 메뉴들을 권합니다.

패딩 조끼를 서랍에 넣어두기엔 성급해 보이지만 사실 봄은 우리 곁에 왔습니다. 남도 온기를 싣고 멀리 봄바람이 산 넘어옵니다. 땅속은 부글부글 끓고 새싹을 틔울 준비를 합니다. 어느새 옥색을 띤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차가운 바이러스 천지인 동토에도 바야흐로 봄이 온 모양입니다.

밥상에도 봄이 내려앉았습니다. 봄을 닮은 음식이 있다면 화전, 그리고 쑥국입니다. 화전(花煎)이야 이르지만 쑥국은 지금입니다. 미항(美港)이자 미항(味港)인 통영을 비롯해 창원(마산, 진해), 거제, 사천, 남해 등 경상남도 남해안 마을에선 대보름 이전에 캔 해쑥(그해에 새로 난 여린 쑥)으로 국을 끓입니다.

찬사는 쑥에게 양보할게요 도다리쑥국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 상큼한 봄 향기가 코와 입으로 동시에 밀려듭니다. 청정한 들과 바다에서 튀어나온 도다리와 쑥이 밥상에서 만나면 봄처럼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웁니다.

가장 유명한 음식은 역시 도다리쑥국입니다. ‘도다리’가 앞에 붙지만 사실 주인공은 ‘쑥’입니다. 쑥국에 도다리를 넣었을 뿐 가자미 또는 다른 생선을 넣어도 좋다는 뜻입니다.

담백하고 살짝 단맛 나는 도다리를 사다 뭉텅뭉텅 자릅니다. 이로써 육수를 내고(여기다 된장을 푸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쑥을 듬뿍 얹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해먹을 수 있습니다. 4월까지는 쑥국을 해먹기 좋은 시기입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엄밀히 따지면 도다리가 최고로 맛있을 때가 꼭 봄은 아닙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살짝 변할 수 있습니다. 가자미목 가자밋과에 속하는 도다리는 산란기를 앞둔 가을에 최고로 살이 오릅니다. 가을 또한 제철이란 얘기입니다. 그러나 겨울에 산란을 마친 도다리가 낫습니다. 봄에 부드러운 새 살이 오르고 아직 뼈가 물러 국 끓일 때 맛과 식감, 영양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납니다. 그렇게 보면 도다리는 횟감으론 가을에, 국거리론 봄에 이렇게 두 번 제철을 맞습니다. 물론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 해서 쑥국엔 봄 도다리가 안성맞춤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도다리쑥국으로는 통영이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엔 다른 곳을 소개합니다. 같은 남해안에 위치한 진해(창원)입니다. 창원시에 속하는 마산과 진해에선 일반 가정에서도 생선 국을 자주 끓여 먹습니다. 때마다 제철 생선을 사다 각 가정만의 고유한 비법으로 맛과 색이 다른 국을 끓입니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도다리는 값이 쌌습니다. ‘좌광우도(머리 쪽에서 볼 때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란 말은 값비싼 광어와 구분하기 위해 생겨난 말입니다. 지금은 광어 양식이 흔해 도다리 값이 이를 넘어설 때도 잦습니다.

싱싱한 제철 해산물이 넘쳐나는 진해 앞바다에선 해산물을 맛있게 조리해 파는 동방횟집이 있습니다. 정통 남해안식 생선 국을 맛볼 수 있는 집입니다.

가정식에 가까워 특별히 전골냄비에 끓여내지 않습니다. 구수한 도다리 뼈와 달달한 살이 푹 우러난 국물에 싱그러운 쑥을 한가득 올려 다시 한번 팔팔 끓여냅니다. 다른 재료가 더 들어갈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쑥국’입니다. 뚝배기에 넣고 한소끔 더 끓여낸 뒤 내주는데 거창하지 않아 더 입맛을 돋웁니다.

입으로 삼킨 봄은 오래 남는다

남해바다까지 와서 달랑 국 한 그릇으로 끝내기 아쉽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가오리, 호래기, 미더덕 등 제철 해산물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제철 해산물끼리는 바다에서 미리 안면이라도 튼 듯 썩 어울립니다. 먹는 법도 간단합니다. 밥을 말기 전 먼저 국물을 떠 마시며 쑥 향을 음미합니다. 이어 보드라운 도다리 살을 숟가락으로 살살 긁어내 숨 죽은 쑥과 함께 입안에 밀어 넣으면 그만입니다.

쑥국은 봄날 향을 즐기는 음식입니다. 아직은 차가운 갯바람에 맞선 뜨끈한 국물이라 더욱 좋습니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에 비타민과 단백질까지 모두 챙길 수 있습니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는 봄날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 찬사는 쑥에게 양보할게요 도다리쑥국
    서울보다 일찍 봄을 맞는 남해바다는

곧 진해엔 벚꽃도 피어나겠지요. 벚꽃 향과 쑥 향이 제법 어울립니다. 분홍 꽃잎이 비처럼 떨어질 때 도다리쑥국이 꽃구경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숟가락이 저절로 춤추는 화창한 봄, 향기로운 미각의 향연에 소생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봄은 반드시 먹어봐야 느낍니다. 눈과 코, 귀로 즐기는 봄이야 슬쩍 묻었다 사라지겠지만 입으로 삼킨 봄은 몸에 남아 오래가니 말입니다.


INFO. 추천식당 <동방횟집>
위치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해원로 20
전화 : 055-545-0409
영업시간 : 매일 11:30 ~ 22:00
메뉴 : 도다리쑥국 (2인 이상) 15,000원
          모듬회(소) 50,000원
          가오리조림(소) 25,000원

[출처: 동방횟집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ngbang20/)]


INFO. 알고 먹자 도다리쑥국

쑥의 효능?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허브이자 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친숙한 산나물입니다. 섬유질은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를 해소하고, 타닌 성분은 활성 산소를 억제해 세포 노화를 방지합니다. 특히 쑥은 여성 건강 및 질환 예방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고 먹자 도다리쑥국
[출처: 아이스톡 (https://www.istockphoto.com/)]

도다리의 효능? 대표적인 고단백 저칼로리 생선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 때문에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지방이 적고 소화가 잘 되므로 어린이나 노인이 먹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알고 먹자 도다리쑥국
[출처: 아이스톡 (https://www.istockpho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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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우석
스포츠서울에서 22년간 근무하며 약 18년 동안 여행/식도락/레저 전문기자로 일했다. 풍성한 콘텐츠로 TV 방송,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약했다. 작가 활동 외에도 관광 식음료 전문 컨설팅 업체 [놀고먹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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