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정의 절정, 라다크
지난 이야기오지게 오지여행
오지게 오지여행
소외된 지역 여정을 통해 글로벌 지역 환경의 보존 가치를 일깨웁니다.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그리며 새 여행지로 안내합니다.
국어사전에 오지(奧地)는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땅’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그 기준이라면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 반도의 남단에 사는 한국인에게 오지는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지라는 말을 종종 쓰고, 때로는 오지 여행에 대한 로망을 드러냅니다. 미디어가 인용하는 ‘오지’란 한국 사람이 드물고 기후가 열악한 해외의 군소도시 정도로 볼 만합니다.
오랜 기간 라다크(Ladakh)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인 레(Leh)는 인도 오지 여행의 절정 정도로 인식됐습니다. 지금은 국내선 공항 노선이 열려있고, 여름철에는 매일 4~6편의 국내선 항공기가 인구 3만 명의 이 작은 마을로 뜨고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그럼에도 굳어버린 고정관념은 쉬이 바뀌는 게 아닌 듯합니다. 이제 막 착륙한 비행기 플랫폼에 발을 디디고 있음에도 이곳을 여전히 ‘오지의 끝판왕’이라 여깁니다.
해발 3,500m의 고산 마을인 레는 척박하고 척박하다 못해 사막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만약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긴 여행을 한다면 야자수가 활엽수로, 다시 침엽수로 바뀌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얼마 안가서 만나는 너른 초원은 끝끝내 사막 같은 황량함으로 이어집니다. 저 멀리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설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풍경을 만납니다.
여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1년 내내 강우량이 제로에 가깝다 보니 빗물이 유입될 길이 없습니다.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 설산 위의 만년설이나 녹습니다. 이들이 3,500m의 저지대(!)로 내려와야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귀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물이 부족하면 사소한 많은 것들이 어려워집니다. 가령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수세식 좌변기의 경우 버튼을 한 번 누를 때마다 약 13~15리터 정도의 물을 그대로 버립니다. 생수 2리터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해 본다면, 큰 생수 병 6~7개 분량의 물이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이런 방식의 수세식 화장실은 물 부족 지역에서 엄청난 사치입니다.
여행 산업이 막 태동하던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라다크의 숙소들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에코 프렌들리(Eco Friendly Toilet)’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냄새가 제어되는 재래식 화장실을 갖췄었습니다. 물 부족 지역의 궁여지책이었지만, 이들 숙소를 두고 지역사회는 환경적으로 취약한 이 건조한 땅에서 지속 가능한 관광업의 대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많은 여행자들도 동의했습니다.
오지, 그래도 화장실은 제발…?
외부인에게 닫혀 있던 땅이 열리면 방문자의 특성에 순차가 생깁니다. 초반에는 그곳 환경을 이해하는 여행자가 방문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가 올린 사진이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오지를 배경으로 사진은 찍고 싶지만 불편함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여행자들이 뒤이어 유입됩니다.
오지를 찾는다는 사람들도 막상 현대적 편의시설이 없다는 점에 불편해합니다. 물론 그들의 욕구에 반응한 몇몇 숙소들이 있습니다. 처음 수세식 화장실이 딸린 호텔이 생겼을 때, 지역사회가 술렁였습니다. 좌변기에 앉기 위해 매번 6~7명의 사람이 하루 동안 마실 물을 소비한다는 건 적어도 라다크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물을 가둬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볶은 보릿가루를 주식으로 연명하던 당시 사람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현지인, 그리고 양심 있는 여행자들은 숙소를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시쳇말로 대박이 터졌습니다. 고작 화장실 하나로 (다른 숙소 대비)월등하게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여름 성수기 내내 예약이 밀렸습니다. 오지를 찾은 많은 여행자는 취약한 환경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편안한 배변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이듬해 라다크의 전통 가옥을 개조한 고급스러운 숙소 몇몇이 수세식 화장실 공사를 했습니다. 지역환경을 보호를 위해 에코 프렌들리 화장실을 유지하던 현지인 간 무언의 연대는 얼마 안가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돈과 경쟁 앞에 이성이나 배려 같은 단어는 나약하기 그지없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잠식하기 전 3년 만에 라다크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그리 길지않은 시차를 두고 라다크는 눈에 띄게 변해 있었습니다. 하루에 8시간가량 전기가 공급됐던 과거와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전기가 들어오면 곧바로 숙소로 복귀해 콘센트에 이런저런 기계들을 재충전 해야 했습니다. 이제 그 풍경은 사라졌습니다. 도시 전체가 지나치게 밝아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렇게 전기를 사용하다 보면 곧 전기가 나갔습니다. 그 연유로 ‘밤에 책을 보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어둠 속에 사로잡힌다’며, 전기를 아껴야 한다 생각한 그 많던 사람들이 몇 년 사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단골 숙소를 떠올려봅니다. 밭이 딸린 평화로운 집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홍차 주전자에 차를 가득 담아 네 개의 의자가 딸린 작은 밭 한가운데 테이블로 갔습니다. 포퓰러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별을 보며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쩌면 이 시간을 위해 이 마을로 오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도시는 잠들지 않습니다. 근처 새로 생긴 숙소도 LED 전등으로 건물 외벽을 감았습니다. 방금 도착한 인도인 관광객들이 정원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볼리우드’ 음악을 뿜어냅니다. 별도, 고요함도 모두 잃어버린 마을에서 포퓰러 나무를 바라보며 독백하듯 속삭입니다.
‘이제 나는 또 어디로 가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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